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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배경은 '직장 내 괴롭힘'”

중앙일보 2019.09.06 22:00
[연합뉴스]

[연합뉴스]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다 숨진 고(故) 서지윤 간호사가 생전에 '태움'이라 불리는 의료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태움은 간호사 선·후배 사이에 존재하는 특유의 괴롭힘 문화를 일컫는다.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원회(진상대책위)는 6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고인의 사망은 관리자와 조직환경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라고 공식발표했다. 그러면서 서울의료진 경영진과 간호사 관리자 징계 및 교체, 간호인력 노동환경 개선 등 9개 사항을 권고했다.
 
대책위는 고인이 조직적·환경적 괴롭힘·관리자에 의한 괴롭힘· 공공의료기관 병원장의 경영 전횡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었다고 결론지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고인의 총 근무일은 지난해 기준 217일로 동기 19명 평균 근무일인 212일보다 많았고, 야간 근무일은 83일로 역시 동기들 76일보다 많았다. 이 밖에도 원치 않았지만 부서를 이동했고, 새로 옮긴 부서에서는 책상·컴퓨터·캐비닛 등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상급자가 고인을 세워두고 "네가 그리 잘났어"라는 모욕을 준 사례도 확인했다.
 
서울의료원의 전반적인 노동 환경도 열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책위가 조사한 결과 서울의료원 직원 2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법정 연차 휴가 사용일은 2018년 기준 1.6일이었고, 인사관리 만족도는 48.3점에 그쳤다. 또한 간호사 18.8%가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대책위는 조사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비협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고인이 오랫동안 근무했던 102병동 파트장의 비협조로 조사 진행이 약 1.5개월 지체됐고, 간부사원이 102병동 간호사들에게 면접 거부를 종용한 흔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고인 사망 후 직원이 고인의 아이디를 도용해 인트라망에 접속, 퇴사 처리 하는 등 공전자기록 위변조도 확인됐고, 또 다른 자료 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사건 후 2주간 감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없어 조사방식과 판단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임상혁 위원장은 "서울의료원 자체가 권력화돼 있고,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괴롭힘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영진 교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의료원에는 간호사를 대표하는 간호부원장제와 상임감사제를 도입하고 간호사 야간전담제를 전면 재검토하는 등 간호사 노동조건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서울시에는 유가족에 대한 사과, 재발방지책 마련,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례 제정, 시 산하 공공병원 괴롭힘 실태조사 등을 권고했다.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민기 병원장과 경영진 등 관련자들의 사퇴와 권고안 이행 과정에 유족과 시민대책위를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대책위 양한웅 공동대표는 "민형사상 책임자를 형사고발하는 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서 간호사는 올해 1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 간호사가 남긴 유서가 발견되며 '재가 될 때까지 괴롭힌다'는 뜻의 이른바 '태움'이 사망 배경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3월 12일 서울의료원 노조와 유족이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대책위가 꾸려 조사를 진행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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