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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반달곰 지리산 밖에 푼다…김천 수도산에 3마리 추진

중앙일보 2019.09.06 06:00
김천 수도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 KM 53. [사진 국립공원공단]

김천 수도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 KM 53. [사진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진행 중인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수도산 등 국립공원 밖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5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환경부의 ‘수도산 반달가슴곰 관련 협의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올해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새끼 곰 3마리를 다음 달 경북 김천시 수도산 일대에 시험 방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리산 내에 반달가슴곰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수용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서식지 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최근 산림청에 시험 방사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수도산은 국립공원이 아닌 데다 방사 지역에 국유림이 일부 포함돼 있어 반달곰을 방사하려면 산림청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반달가슴곰 방사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지역에서 일부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고, 시민단체에서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서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리산 곰 64마리…“수용 한계 도달”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공단]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공단]

2001년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 시작된 이후 반달가슴곰의 개체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맡은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현재 지리산에 사는 반달가슴곰은 64마리로 수용 한계인 78마리에 육박했다.
 
이에 일부 곰들은 광양 백운산과 구례 등으로 활동 권역을 넓히고 있다.
 
반달가슴곰 KM53의 경우, 지리산에서 세 번이나 탈출해 수도산으로 이동했다.
이에 환경부는 KM53을 지난해 8월 수도산에 풀어줬다. 반달가슴곰을 국립공원 밖으로 방사한 첫 사례였다.
KM53이 ‘개척곰’이라 불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KM53의 서식지 인근에 암컷 2마리와 수컷 1마리를 방사할 계획이다.
 

국립공원 밖 첫 복원…충돌 우려

경북 김천 수도산에 반달가슴곰 출현을 주의하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천권필 기자

경북 김천 수도산에 반달가슴곰 출현을 주의하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천권필 기자

환경부가 수도산에 3마리의 반달가슴곰을 방사한다면 복원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지금까지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을 관리했지만, 지리산 밖에서 본격적으로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벌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는 앞서 반달가슴곰 복원의 방향을 개체 중심에서 서식지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걱정되는 건 인간과 곰의 충돌 가능성이다.
관리가 비교적 잘 되는 지리산국립공원과 달리 수도산은 양봉 농가와 탐방로, 도로 등 충돌·위협 요인이 많다.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이유다.
 
실제로 과거 지리산을 벗어난 반달가슴곰들로 인해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지난해 5월에는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서식지였던 지리산을 이탈한 뒤 전남 광양시 다압면 고사마을의 한 양봉 농가를 습격해 벌통 1개와 시설물을 부순 뒤 벌꿀과 유충을 먹고 달아나기도 했다.
이 곰은 결국 한 달 뒤 올무에 걸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지리산을 벗어난 반달가슴곰이 지난해 6월 올무에 걸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지리산을 벗어난 반달가슴곰이 지난해 6월 올무에 걸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곰도 맹수…탐방객 제한 등 대책 필요”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공단]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공단]

환경부는 인명 피해 예방을 위해 현수막을 설치하고, 주민과 등산객들에게 종이나 호루라기 등 피해 예방 물품을 보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도산의 서식 환경이나 반달가슴곰의 행동반경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섣불리 곰을 풀었다가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배제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반달가슴곰이 불곰과 비교하면 온순하긴 하지만 그래도 맹수이기 때문에 안전문제를 당연히 고민해야 한다”며 “탐방객 제한 등 서식지에 대한 제대로 된 안전대책 없이 무턱대고 반달가슴곰을 방사하면 자칫 곰도 사람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공단이 관리 권역을 벗어나면서까지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하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멸종위기종 복원의 컨트럴타워를 만들겠다며 수백억 원을 들여 경북 영양군에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반달가슴곰과 산양, 여우 등 주요 포유류 복원 업무는 종복원센터로 이관하지 않고 여전히 국립공원공단에 맡기고 있다.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복원 사업이 개체 중심에서 서식지 중심으로 바뀌게 되면 주민과 갈등 조정 등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체계적인 복원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본래 취지대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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