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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잘하던 아이들이었는데”…‘대전 일가족 사망’ 주민들 안타까움에 눈시울

중앙일보 2019.09.06 05:00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밝게 웃으면서 인사를 잘하던 아이들이었는데…, 아직 어린아이들인데 어떻게 해요” “큰 아이가 너무 예쁘고 인사도 잘해서 손주 줄 머리띠를 살 때 하나 더 사서 주기도 했는데” 지난 4일 오후 대전시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가족 사망사건 소식을 접한 주민들의 얘기다.
지난 4일 대전시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가족 사망사건과 관련, 현관 문에 출입을 통제하는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사진 독자]

지난 4일 대전시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가족 사망사건과 관련, 현관 문에 출입을 통제하는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사진 독자]

 

경찰, 사인규명 위해 부검 진행… 결과는 보름 뒤
현관 앞 우유주머니엔 8개월 밀린 고지서 남겨져
경찰, 유서 토대로 채무관계·사인 등 조사할 예정

4일 오후 4시쯤 대전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A씨(43)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씨의 소지품에서 유서로 추정되는 A4용지를 확인한 뒤 그가 사는 아파트로 찾아가 보니 아내 B씨(34)와 두 자녀도 숨져 있었다. A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와 숨진 아파트는 걸어서 5분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사건 발생 하루 뒤인 5일 오후 찾아간 A씨 아파트에는 노란색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 사이 난간에 매달린 파란색 우유 주머니 안에는 ‘우유 대금 고지서’ 2장이 남아 있었다. 하나는 7월분으로 25만9000원, 하나는 8월분으로 28만4900원이 인쇄됐다. 8개월째 요금이 미납된 상태였다.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같은 동에 사는 주민은 “아저씨와 아줌마가 젊은 분인데 근심스러운 모습을 본 적도 없다. 시끄러운 집도 아니었다”며 눈시울을 붉히고 안타까워했다. A씨 가족은 1년 전쯤 이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고 한다.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중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A씨 가족 4명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정확한 결과는 이르면 일주일, 늦으면 보름 뒤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A씨가 아파트에서 투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지만,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B씨와 두 자녀의 사인에 대해서는 “확인된 게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지난 4일 대전시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가족 사망사건과 관련해 아파트 현관 문 앞에 우유대금이 연체된 고지서가 남겨져 있다. [사진 독자]

지난 4일 대전시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가족 사망사건과 관련해 아파트 현관 문 앞에 우유대금이 연체된 고지서가 남겨져 있다. [사진 독자]

 
다만 경찰은 A씨가 가족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파트 안에서는 독극물을 담았던 병이나 수면제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경찰이 아파트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결과 A씨는 지난 3일 오후 8시쯤 집으로 들어왔다가 12시간 만인 4일 오전 8시쯤 집을 나갔다.
 
사건 당시 A씨 소지품에서 발견된 A4용지 크기의 유서에서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건축업을 하는 A씨가 사업실패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4일 밤 이뤄진 A씨 유족에 대한 조사에서는 사건과 관련한 특별한 진술은 없었다고 한다.
 
5일 오후 늦게 부검을 마친 경찰은 검찰 지휘를 받아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할 방침이다. 현장에서 확보한 A씨와 B씨 휴대전화 2대는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진행키로 했다. 부부가 주고받은 문자나 다른 사람과의 문자 분석 등을 통해 사건과 관련한 단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A씨 유서에 남겨진 채무와 관련, 어디서 얼마를 빌렸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채무 가운데 사채가 있는 게 확인되면 이자가 법정한도를 초과했는지 불법적인 채권 추심은 없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지난 4일 대전시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가족 사망사건을 수사중인 대전중부경찰서. 신진호 기자

지난 4일 대전시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가족 사망사건을 수사중인 대전중부경찰서. 신진호 기자

 
경찰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며 민감한 사안이라 제한적으로 확인해줄 수밖에 없다”며 “부검 결과가 나오고 휴대전화 통화내용, 채무관계 등을 조사하면 정확한 사건 경위가 파악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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