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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하는 노인 뒤 수상한 남자"…보이스피싱 막은 시민 '촉'

중앙일보 2019.09.05 16:29
검거되는 보이스피싱 일당. [부산경찰청=연합뉴스]

검거되는 보이스피싱 일당. [부산경찰청=연합뉴스]

부산에서 한 시민이 '촉'을 발휘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극적으로 막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일 낮 12시 10분쯤 112상황실로 "부산 도시철도 2호선 한 역에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60대 신고자 A씨는 자신을 역 자원봉사자라 소개하며 "한 어르신이 계속 전화를 하고 있고,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남자가 그 뒤를 따라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수상한 남성의 인상착의를 자세히 설명하며 노인의 전화 통화 내용을 토대로 이들이 해운대 센텀시티역으로 향하고 있다고 알렸다. A씨는 이때 보이스피싱 범죄를 의심했다.
 
A씨의 촉은 정확했다. 신고를 받고 센텀시티역으로 출동한 경찰은 CCTV를 통해 노인과 수상한 남성의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CCTV에는 실제 보이스피싱 범죄로 의심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노인이 현금으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지하철 보관함에 넣자 한 남성이 보관함 앞에서 서성이는 장면이었다. 이 남성은 A씨가 말한 인상착의를 하고 있었다.
 
경찰은 즉시 남성에게로 다가가 주변을 둘러쌌다. 남성은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경찰의 추궁에 결국 자백했다. 보관함에서는 1500만원이 나왔다.
 
조사 결과 남성 B(25)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보관함에서 돈을 꺼내 조직에 송금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앞서 B씨가 소속된 보이스피싱 조직은 우체국 직원과 경찰을 사칭해 노인 C(72)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C에게 "명의가 도용됐으니 돈을 인출해 지하철 보관함에 넣으라"고 지시했다. 당초 C씨는 신고자 A씨가 있던 지하철역 보관함에 돈을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보관함이 고장 나는 바람에 다른 역사로 이동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A씨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다행히 B씨 손에 돈이 넘어가려던 순간 경찰이 덮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마치고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찰은 "적극적으로 신고해준 시민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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