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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협상 일정은 잡았지만… "빠른 타결은 어려울 전망"

중앙일보 2019.09.05 15:30
2일 중국 베이징에서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스티브 데인스 미 상원의원과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이 만났다. [신화=연합뉴스]

2일 중국 베이징에서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스티브 데인스 미 상원의원과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이 만났다. [신화=연합뉴스]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2개월여 만에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는다. 미·중 고위급 협상단이 10월 초 워싱턴에서 무역 협상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중국 상무부가 5일 밝혔다.

트럼프, '친구' 보내 무역 협상 성사
공화당 중국통 상원의원 2명 중국행
미, 무역적자 해소, 지식재산권 보호 요구
중, 관세 철폐, 농산물 구매 결정권 요구
씨티·도이체방크 "중국 장기전 채비"
"내년 11월 전 협상 타결 어려울 듯"

 
상무부는 류허 중국 부총리와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날 전화 통화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양국 협상 대표들은 통화에서 차기 협상 전에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실무팀이 9월 중순 진지한 협상을 전개해 고위급 협상이 실질적 진전을 거두기 위한 충분한 준비를 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USTR도 이를 확인했다. USTR은 별도의 성명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 위한 기초 작업을 하기 위해 9월 중순 양측 실무진이 협의를 시작할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CCTV는 중산(鍾山) 중국 상무부장과 이강(易綱) 인민은행장, 닝지저(寧吉喆)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차관)이 통화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 협상과 관련해 중국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최고위층이 한꺼번에 참여한 것은 이례적이다. 
 
협상은 양측이 서로 성의를 보이면서 성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연일 중국을 향해 협상장에 나오라고 압박하면서도 자신의 '친구'를 중국에 보냈다. 
 
스티브 데인스 미 공화당 상원의원(몬태나주)과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조지아주)이 이달 초 중국으로 건너갔다. "중국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2일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왕천 부위원장을, 3일 류허 부총리를 만났다. 
 
트럼프는 4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내 친구 데인스 의원과 퍼듀 의원이 내 허락을 받고 중국에 갔다"고 말했다. 이어 "두 의원은 중국에 가기 전 므누신 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와도 만났다"고 말해 무역협상에 관한 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데인스 의원은 미 상원 미·중 워킹 그룹 공동 의장도 맡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 생활용품 기업 P&G 고위 임원으로 6년간 일한 경험이 있는 중국통이다. 2017년에는 중국 온라인 유통업체 징둥닷컴이 미국축산협회로부터 몬태나산 쇠고기 2억 달러어치를 구매하는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왕천 중국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이 스티브 데인즈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과 2일 베이징에서 만났다. [신화=연합뉴스]

왕천 중국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이 스티브 데인즈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과 2일 베이징에서 만났다. [신화=연합뉴스]

 
리잔수 위원장은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역사적으로 양국은 협력했을 때 이득을 얻었고, 대립했을 때 손해를 봤다"며 "건강한 중·미 관계는 양국과 세계의 공동 이익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인대는 미 의회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을 협상장으로 나오게 한 건 내상을 입고 있는 양국 경제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 1분기 3.1%에서 2분기 2%로 뚝 떨어졌다. 중국은 2분기에 6.2% 성장해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다. 위안화 가치는 11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를 비롯해 다수 전문가는 내년 중국 성장률이 6%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다.
 
양국 실무진은 이달 중에 만나 협상 의제를 조율할 계획이다. 지난 7월 31일 상하이에서의 마지막 협상 이후 논의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에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를 대량으로 구매해 줄 것과 지식재산권 보호, 시장 개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모든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미국산 상품 구매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협상을 시작한다고 합의 타결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지난달 13일에도 미·중 고위 관료들은 전화 통화를 했고 9월에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이후 양국 간 무역 전쟁은 더욱 격화됐다. 
 
지난 1일 미국은 중국산 상품 약 1100억 달러 규모에 15% 관세를 새로 매기기 시작했고, 중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25%, 750억 달러 규모 수입품에 10%, 5%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당장 협상 직전에 터지도록 설계된 관세 폭탄도 장애물이다. 미국은 10월 1일부터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30%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의 협박에 굴복해 협상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은 관세 인상을 미뤄달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 입장에서는 아무런 성과 없이 관세를 물러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금융가에서는 중국이 장기전 채비를 하고 있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씨티은행은 4일 내년 11월 미 대선 때까지 미·중이 무역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도이체방크는 중국이 '문제 해결'에서 '지구전'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워싱턴·베이징=박현영·신경진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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