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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가다 슈퍼 들른 승객···택시기사 '촉'이 승객 살렸다

중앙일보 2019.09.05 13:55
지난 7월 17일 오후 한 기차역 앞 승강장에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뉴스1]

지난 7월 17일 오후 한 기차역 앞 승강장에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뉴스1]

#지난 5월 3일 오후 광주광역시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기사 정모씨는 한 남성 승객을 태웠다. 힘없는 모습으로 택시에 오른 승객은 “가까운 저수지로 가달라”고 말했다. 그는 목적지로 가던 도중 갑자기 “슈퍼에 잠시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다시 택시에 오른 남성의 손에는 소주 2병과 노끈 등이 들려있었다. 이 모습을 본 택시기사 정씨는 깜짝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손님을 목적지에 내려줬다. 정씨는 승객을 내려준 직후 112에 “자살의심자가 있다”고 신고했다. 정씨는 출동한 경찰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남성을 구조했다.  
 
 
#지난해 9월 29일 오후 울산광역시의 택시운전사 진모씨는 한 남성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차가 울산대교에 들어설 무렵 갑자기 승객이 “속이 안 좋다. 여기서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진씨는 “다리 한 가운데 내려줄 수 없다”고 거부했지만 승객은 택시 문을 강제로 열고 뛰어 내리려 했다. 다급해진 진씨가 차를 멈추자 승객은 택시에서 내려 다리 난간을 넘으려 했다. 진씨는 승객을 뜯어말렸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함께 승객의 생명을 구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ㆍ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안실련)은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와 함께 전국 모범운전자를 대상으로 ‘생명존중 베스트 드라이버’ 양성에 나선다고 5일 밝혔다. 광주의 택시기사 정씨나 울산의 진씨처럼 자살을 시도하거나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자살시도자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한다.  
 
위원회와 안실련, 연합회는 4일 서울방배모범운전자연합회 사무실에서 서울모범운전자를 대상으로 생명존중 베스트 드라이버 양성교육을 시작했다. 교육을 받은 모범운전자에게는 배지, 차량 부착용 스티커ㆍ대응 매뉴얼을 담은 리플렛을 제공한다. 이번 교육은 연말까지 전국 3500명의 모범운전자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되며, 내년까지 전국 2만5000여명의 모범운전자 모두를 ‘생명존중 베스트 드라이버’로 양성할 계획이다. 또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격 취득교육과 보수교육때 생명지킴이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법ㆍ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국회와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교육을 이수한 이들은 일상 생활에서 자살을 시도하거나 고민하는 사람들을 조기에 발견해 신고하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자살예방을 위한 생명지킴이 역할을 하게 된다.  
 
생명보험협회 박배철 소비자지원본부장은 “생명존중 베스트 드라이버 양성을 통해 우리 사회에 생명존중 문화가 확산되고, 자살률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실련 이윤호 안전정책본부장은 “택시기사의 경우 직업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자주 접하며 대화를 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화의 내용 혹은 특정한 목적지를 통해 자살위기에 놓인 사람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OO대교로 이동해 달라거나, 인적이 드문 야산 등의 목적지를 얘기할 수 있으므로, 모든 택시기사분들이 생명존중 베스트 드라이버로 양성된다면, 자살률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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