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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독립유공자 '장손'된다

중앙일보 2019.09.05 12:19
국가인권위원회 [중앙포토]

국가인권위원회 [중앙포토]

‘장남의 장남’에서 ‘첫째자녀의 첫째자녀’로 독립유공자 ‘장손’ 개념을 바꾼다.  
 
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진정을 낸 A씨의 아버지의 외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로 자녀 4남매를 두었다. 진정인의 할머니는 맏딸로 동생이 세 명 있었는데, 아들 두 명은 월북했고 막내딸은 일본으로 떠났다. 결국 맏딸의 아들인 A씨 아버지가 독립운동가의 장손으로 인정받았어야 했지만, 국가보훈처는 이를 거부했다. A씨의 아버지가 ‘장녀의 장남’로 장손에 해당되지 않아서다. 그 동안 독립유공자의 장손은 ‘장남의 장남’만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독립유공자 장손의 자녀가 받는 취업지원 등을 못받게 됐다. 이에 A씨는 ‘여성의 아들’이라도 아버지를 독립유공자의 장손으로 인정해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A씨의 진정을 받아들였다. 인권위는 진정인 A씨의 할머니가 국내에 거주하는 유일한 독립유공자의 자손인데, 국가보훈처가 A씨의 아버지를 독립유공자의 ‘장손’으로 인정하지 않고 독립유공자 취업 지원 대상자에서 제외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난 3월 국가보훈처에 독립유공자 장손을 ‘장남의 장남’으로만 해석하는 것을 차별로 보고 구제방안 마련하라고 국가보훈처에 권고했다.
 
이에 국가보훈처는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였다. 국가보훈처는‘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따라서 독립유공자 장손 취업 지원 대상인 ‘장손’ 개념을 ‘독립유공자의 장남의 장남’으로 해석했는데, 이제 남녀구분 없이 독립유공자의 ‘첫째 자녀의 첫째 자녀’로 해석하기로 관련 지침을 지난 달 개정했다.  
 
앞서 국가보훈처는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2항 제3호를 통해 취업 지원 대상자(장손·3대)가 질병・장애 또는 고령으로 취업이 어려운 경우 ‘장손인 손자녀의 자녀(4대)’ 한 명을 남녀 구분없이 임의 지정해 취업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여성도 예외적으로 장손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또 독립유공자가 아들없이 딸만 있는 경우, 딸에게 취업지원이 가능하도록 이미 ‘장손’개념을 넓게 해석해왔다. 지난해 3월에는 독립유공자의 남자 자녀가 후손없이 사망하면 1녀의 장남도 ‘장손’에 포함시키도록 지침을 바꾸기도 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이번 지침개선과 관련해 “사회변화를 반영해 장손의 개념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고민했고, 장손 해석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지침 등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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