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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여인숙 방화' 밝힌 베테랑 형사 "검사 도움 커" 칭찬, 왜

중앙일보 2019.09.05 11:30
지난달 19일 오전 4시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오전 4시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칫 단순 화재로 묻힐 뻔한 사고가 경찰 수사 결과 방화로 드러났다. 경찰은 폐쇄회로TV(CCTV) 100여 개를 분석해 화재 당시 유일하게 현장 주변을 맴돌던 60대 피의자를 추적해 검거했다. 이 남성은 방화와 성폭력 혐의 등으로 33년간 수감 생활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근 완산서 형사과장, 60대 남성 검거
"간 적 없다" vs "CCTV·그을음 증거 다수"
장대규 전주지검 검사, 과거 범행 분석
방화·성폭력 33년 복역…그때도 '모르쇠'
검찰 "설득력 있는 증거 찾아 기소 노력"

최근 전북에서 발생한 '전주 여인숙 방화 사건' 이야기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지난달 30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김모(62)씨를 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김씨는 지난 19일 오전 4시쯤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한 여인숙에 불을 질러 이곳에서 잠자던 김모(83·여)씨 등 70~80대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여인숙에 살며 폐지·고철 등을 팔아 생계를 꾸려온 노인들이었다. 매달 12만원을 내고 '달방' 형태로 2평(6.6㎡) 방에서 살았다.
 
하지만 직접 증거가 없는 데다 김씨가 경찰과 검찰에서 "불을 지른 적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 재판에 가면 무죄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이 사건을 수사한 김영근 완산경찰서 형사과장은 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김씨가 방화범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김씨를 구속하는 데 지대한 도움을 줬다"며 전주지검 형사2부 장대규 검사를 칭찬했다. 30년 가까운 수사 경력을 가진 베테랑 형사는 왜 김씨를 방화범으로 봤을까. 또 수사권을 두고 껄끄러운 사이일 수 있는 검사를 추켜세운 까닭은 뭘까.  
 
김영근 전주 완산경찰서 형사과장. [사진 전북경찰청]

김영근 전주 완산경찰서 형사과장. [사진 전북경찰청]

다음은 김 과장과의 일문일답.
 
-방화라는 건 어떻게 눈치챘나.
"소방에서 구호 조치하고, 경찰은 현장 주변 폐쇄회로TV(CCTV)를 보고 목격자를 찾았다. 한 목격자가 '불이 여인숙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에서 치솟았다'고 진술했다. 위험하구나 싶었다."  
 
-자전거 탄 남자를 용의자로 지목한 까닭은.
"화재 신고 직전 여인숙 골목을 통행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여인숙 옆 골목이 80m다. CCTV 영상을 보면 자전거를 탄 남자가 골목을 빠져나가는 데 6분 정도 걸린다.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도 1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수상한 점이 있던가.
"남자가 골목을 빠져나간 뒤 근처 D빌딩을 끼고 돌아와 (여인숙) 불이 난 것을 50분간 지켜봤다. 이후 자전거를 타고 빠른 속도로 주거지가 있는 송천동으로 갔다. 여인숙에서 5~6㎞ 된다. 그런데 자전거를 자신이 사는 아파트 동이 아닌 다른 동에 세워둔다. 오전 5시와 5시 30분 사이다. 그리고 오후 1시 반쯤 나와 또 다른 동에 자전거를 옮긴다. 불안했던 거다."
 
지난달 24일 전주지법에서 3명의 사망자를 낸 전주 여인숙 방화 사건 피의자 김모(62)씨가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전주지법에서 3명의 사망자를 낸 전주 여인숙 방화 사건 피의자 김모(62)씨가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 김씨를 자전거 탄 남자로 봤나.
"형사들이 이틀 저녁을 잠복했다. CCTV에 찍힌 인물과 신체적 특징(대머리) 등이 일치했다. 반사경 있는 자전거도 같았다."
 
-김씨는 어떤 사람인가.
"33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방화로만 6년을 복역했다. 성폭력 전과도 있다. 결혼은 안 했다. 조카 명의 집에서 살림살이도 없이 혼자 살았다. 일정한 직업은 없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매달 50여만원을 받았다."  
 
-교도소에서 나온 지는 얼마나 됐나.
"출소한 지 2년도 안 돼 누범이다.(※누범은 형법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사람이 3년 안에 다시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는 일을 말한다.)"
 
-무슨 죄를 지었나.
"마지막 범죄도 방화였다. 완산구 관내였다. 여관 방 이불에 불을 붙였다. 방화는 모두 두 번인데, 한 번은 미수였다."
 
-혐의를 부인하는데.
"본인이 찍힌 CCTV를 들이대도 '여인숙에 간 적도 없다'고 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도 거짓 반응이 나왔다. 마침 우리 형사가 과거 방화 혐의로 김씨를 검거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부인했다고 한다. 김씨 자전거와 운동화 등에서 그을음이 발견됐다."  
 
-조사 때 뭐라고 하던가.
"1, 2, 3차 진술이 모두 다르다. '과거에도 방화로 인해 실형 살지 않았냐. 그럼 죄가 인정된 것 아니냐'고 물으니 '그러니까요. 제가 부인하는 게 병이다'고 했다. 현장 검증 가서 '왜 그랬냐'고 하니 '형사들이 물에 뭘 탔다'고 했다. 진술이 상식에 어긋난다."  
 
지난달 19일 오전 4시쯤 전북 전주시 서노송동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3명이 숨졌다. 소방 당국이 장비를 동원해 추가 희생자가 있는지 수색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9일 오전 4시쯤 전북 전주시 서노송동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3명이 숨졌다. 소방 당국이 장비를 동원해 추가 희생자가 있는지 수색하고 있다. [뉴스1]

-정신에 문제가 있나.
"10년 전부터 정신병원에 들어가면 한두 달 정도 입원하고 나온 기록이 있다.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 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로파일러는 왜 투입했나.
"범인의 심리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직접 증거를 찾기 위한 게 아니다. 직접 증거는 범인 자백이나 불을 지른 장면을 본 목격자인데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나온 간접 증거만으로도 혐의 입증에는 문제 없다고 본다."
 
-검찰 도움이 컸다던데.
"장대규(연수원 37기) 검사가 적극적으로 도와줬다.(※장 검사는 대검 검찰연구관을 하다 올해 1월 전주지검에 부임했다.) (완산경찰서) 팀장과 핫라인을 구성해 직접 왔다 갔다 하면서 실체적 진실이 뭔지 실시간으로 따졌다."  
 
-장 검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나.

"판결문 등을 찾아 김씨의 범행 습성을 분석했다. 과거에도 증거가 있어도 혐의를 부인했다. 그리고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들어갔다. 검사가 들어가는 건 이례적이다. 더구나 토요일이었다. 김씨 집에 가보니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이 거의 없었다. 장 검사가 적극적으로 재판부에 얘기했다. 구속영장 발부되는 데 지대한 도움을 줬다.(※전주지법 영장전담 오명희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김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위에서는 (경찰과 검찰이) 수사권 관련해서 서로 으르렁거리는 분위기인데 일선에선 협력이 잘되고 있다."
 
검찰도 "노인 3명이 희생된 비극"이라며 이 사건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권순범 전주지검장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대검 강력부장과 인권부장을 지낸 권 지검장은 지난 7월 취임식에서 "지역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건은 검찰 일이 늘어나더라도 역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최용훈 전주지검 차장검사는 "살인과 방화는 공동체의 안정·치안과 직결되는 범죄"라며 "충분히 설득력 있는 증거와 해석을 담은 내용으로 (사건을) 법원에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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