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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어떤 모양이었을까

중앙일보 2019.09.05 11:00

[더,오래] 민은미의 내가 몰랐던 주얼리(24)

검은 공단(두껍고 무늬 없는 고급 원단) 상자 속에 눈부신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들어 있는 것이 언뜻 눈에 띄었다. 그녀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 억제할 수 없는 욕망에 속이 울렁거리기까지 했다. 그것을 집는 그녀의 손이 떨렸다. 그녀의 옷은 목덜미를 가리는 옷이었지만, 그래도 그 목걸이를 목에 두르고는 거울 속의 자기 모습에 스스로 도취하고 말았다. 
- 모파상의 단편소설 『목걸이』 중 -
 
모파상의 동명원작소설을 영화화 한 영화 '목걸이'의 한 장면.

모파상의 동명원작소설을 영화화 한 영화 '목걸이'의 한 장면.

 
『목걸이』는 프랑스 소설가인 기 드 모파상(1850~1893)의 단편소설이다. 주인공 마틸드는 아름답고 매력 있는 여인. 하지만 넉넉지 않은 평범한 집안의 딸로, 가난한 하급 공무원의 아내다. 마틸드는 자신의 허영심을 채워주지 못하는 가난한 생활이 늘 불만스러웠다.
 
어느 날 남편이 장관 부부가 주최하는 무도회 초대장을 건네준다. 무도회에 입고 갈 옷이 없어 울상짓는 마틸드에게 남편은 자신의 비상금을 털어 새 옷을 장만해 준다. 옷 문제가 해결되자 옷에 어울리는 장신구가 없음을 불평한다. 결국 친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려 무도회에 참석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만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친구에게 돌려줄 똑같은 목걸이를 사기 위해 집을 팔고 빚까지 내게 된다.
 
마틸드 부부는 빚을 갚기 위해 닥치는 대로 힘들게 일해 10년의 세월이 흘러 빚을 다 갚는다. 마틸드의 모습은 고단한 삶에 찌든 억척스러운 아줌마로 변한다. 어느 일요일,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샹젤리제 거리를 산책하던 마틸드는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옛 친구를 만난다. 그 친구는 마틸드의 변한 모습에 놀라며, 자신이 빌려준 목걸이는 값싼 모조품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값싼 모조품이었다니, 마지막 반전은 내겐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모파상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1800년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이런 모습 아니었을까. 1899년 파리. 지상에서 가장 화려한 세계 ‘물랑 루즈’ 최고의 뮤지컬 가수인 샤틴(니콜 키드먼 분)의 목걸이 같은. 모파상의 ‘목걸이’를 연상할 만한 영화 속의 화려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소개한다.
 

영화 ‘물랑 루즈’의 목걸이

시대적으로 모파상의 '목걸이'와 비슷한 '물랑 루즈'의 목걸이. [사진 영화 물랑루즈 스틸]

시대적으로 모파상의 '목걸이'와 비슷한 '물랑 루즈'의 목걸이. [사진 영화 물랑루즈 스틸]

 
‘물랑 루즈’에 나오는 목걸이는 영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감독이 영화를 위해 주얼리 디자이너에게 제작을 의뢰해서 1308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목걸이를 만들었다. 총 134캐럿에 달하는 화려한 목걸이다. 2001년 영화 개봉 당시, 영화를 위해 제작된 가장 값비싼 주얼리로 기록됐으며, 디자인은 벨 에포크(Belle Epoque,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의 유럽의 풍요와 평화의 시대. ‘황금보다 빛났던 아름다운 시절’을 의미) 시대에 유행했던 스타일이었다. 시대적으로 보면 물랑 루즈의 목걸이가 모파상의 ‘목걸이’와 비슷했을 수 있다.
 

영화 ‘안나 카레니나’의 목걸이

다이아몬드 693개로 이뤄진 18K 화이트 골드 소재 목걸이. [사진 영화 안나 카레니나 스틸]

다이아몬드 693개로 이뤄진 18K 화이트 골드 소재 목걸이. [사진 영화 안나 카레니나 스틸]

 
1870년대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안나 카레니나’에도 화려한 목걸이가 등장한다. 정부 고위 관료가 남편인 미모의 안나(키이라 나이틀리 분)가 무도회에서 춤출 때 착용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다. 목걸이는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의 다이아몬드 693개로 이뤄졌다. 18K 화이트 골드 소재로, 샤넬의 까멜리아 켈렉션으로 알려져 있다. 가브리엘 샤넬이 좋아했던 꽃, 까멜리아를 형상화해 만든 주얼리 컬렉션이다.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까멜리아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우아한 여성미를 발산한다.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의 목걸이

24.04캐럿의 엘로우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초커 목걸이.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스틸]

24.04캐럿의 엘로우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초커 목걸이.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스틸]

 
1953년에 개봉한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에도 주목할만한 목걸이가 나온다. 마릴린 먼로가 금발의 쇼걸을 연기한 영화다. 먼로가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노래를 부를 때 목걸이가 등장한다. 노래와 함께 명장면을 연출했다. 마릴린 먼로가 착용한 목걸이는 24.04캐럿의 엘로우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초커다.
 
24.04 캐럿의 엘로우 다이아몬드는 500년 이상 인도 왕족이 소유했던 것으로 1950년대에 메이어(Meyer) 주얼리 회사의 회장인 메이어 로젠바움이 인수했다. 로젠바움은 영화를 위해 마릴린 먼로에게 이 보석을 빌려줬다고 한다.
 
다시 모파상의 ‘목걸이’로 돌아가 그녀를 억제할 수 없는 욕망에 빠뜨리고, 거울 속의 자기 모습에 스스로 도취하게 한, 인생을 바꾼 ‘가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떠올려본다. 자신이 가진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다운 것으로 보지 못하고 ‘끝없는 욕심과 불만’이 모파상의 마틸드를 불행하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민은미 주얼리 마켓 리서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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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은미 민은미 주얼리 마켓 리서처 필진

[민은미의 내가 몰랐던 주얼리] 주얼리가 좋아서 주얼리회사에 다녔다. 명품회사에서 세일즈 매니저로 18년간 일했다. 주얼리는 소중한 순간을 담는 물건이다. 돌아보면 누구에게나 인생 여정과 함께 해온 주얼리가 있다. 주얼리 박스는 누구에게나 설렘을 안겨준다. 나를 빛나게, 세상을 빛나게 만드는 주얼리 이야기. 창 넓은 카페에서 편안한 의자에 앉아, 차 한 잔 같이 하는 마음으로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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