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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비리로 사퇴했는데…1년 일하고 3개월치 퇴직금?

중앙일보 2019.09.05 06:02 경제 2면 지면보기
상조업체와 상조 서비스 약관. [연합뉴스TV 캡처]

상조업체와 상조 서비스 약관. [연합뉴스TV 캡처]

공정거래위원회가 자금 유용 등 비리 문제로 사임한 박모(60) 전 한국상조공제조합(한상공) 이사장과 조합 간 갈등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조합 임원 퇴직금ㆍ상여금 지급 규정 등을 방만하게 운용해 회원사인 상조업체에 피해를 줬는지 조사한 뒤 제재할 예정이다.

공정위, 상조공제조합 조사 착수
전 이사장, 퇴직뒤 1억 요구 갈등

 
조합에 따르면 공정위 출신인 박 전 이사장은 2017년 1월 한상공 이사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사장 개인의 강의 수강과 해외여행에 교육비ㆍ업무추진비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이런 비위 사실을 확인해 경고 조치를 내리고 재발 방지책 마련을 주문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박 전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자진 사퇴했다.

 
갈등의 발단은 박 전 이사장이 최근 조합에 퇴직금ㆍ상여금 청구와 관련한 내용증명을 요청하면서다. 조합 퇴직금ㆍ상여금 지급 규정(‘1년 근무 시 3개월 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지급한다’ ‘임원 성과급으로 2000만원을 지급한다’)에 따라 밀린 퇴직금ㆍ상여금 등 약 1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해당 규정이 일반보다 과도하다는 점이다. 조합 관계자는 “보통 1개월 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일반 회사보다 지급액이 과한 데다 상조회사로부터 돈을 받아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소비자에게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조합 상황에서 과도한 상여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해당 규정은 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회에서 깜깜이 의결한 뒤 챙겨온 ‘셀프 퇴직금ㆍ상여금’ 규정이다. 
 
상조회사는 박 전 이사장이 비리 혐의로 물의를 빚은 뒤 자진 사퇴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오준오 한상공 이사장 직무대행은 "얼토당토않은 규정이 있었는지도 몰랐던 상조회사가 대부분"이라며 "불미스러운 일로 물의를 빚고 나간 박 전 이사장이 스스로 의결한 고액의 퇴직금ㆍ상여금까지 추가로 요구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드러난 비리 외에 배임 혐의 등으로 박 전 이사장을 형사 고발할 예정이라 일반 퇴직자와 다르다”고 덧붙였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임직원은 누구나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비리ㆍ배임 등 혐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이 확인되면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해 퇴직금과 상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이사장은 "퇴직 후 받지 못한 퇴직금ㆍ상여금을 규정에 따라 요청한 것"이라며 "비리 혐의도 의혹은 제기됐지만, 법적으로 문제 된 게 없다”고 말했다.  
 
한상공은 2010년 9월 시행된 할부거래법에 따라 공정위 인가를 받아 설립된 상조업 소비자피해 보상기관이다. 전국 26개 상조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공정위 전관이 대표로 있는 로펌에 일감을 몰아주고 재취업까지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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