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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도 北시설, 군사합의 위반 아니냐" 묻자 버럭한 정경두

중앙일보 2019.09.05 05:02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박도 북한군 시설 설치가) 9·19 군사합의 위반사항은 아닙니다, 라고 하면 또 국방부 장관이 그렇게 한다고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 도중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날 국방위에서 야당은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의 섬 함박도에 북한군 관련 시설이 들어선 걸 두고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북한과 맺은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정 장관이 답변 중 언성을 높인 내막은 이렇다.  
 
첫 질의자로 나선 서청원 의원(무소속)은 정 장관에게 “70년간 무인도인 곳에 북한이 초소를 만들어뒀다면 남북군사합의서 1항 위반 아니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비슷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북한감시장비들은 군사합의서가 체결되기 전(2017년 5월 쯤)에 조성됐고, 저희도 지속적으로 동향 파악을 하고 있었다. 잘 대비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서청원(무소속)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해 NLL지역 무인도인 함박도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행정 주소가 부여된 이 섬에 북한군 관련 시설이 들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함박도는 원래 북한 영토이며, 2017년경부터 북한이 군사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

서청원(무소속)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해 NLL지역 무인도인 함박도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행정 주소가 부여된 이 섬에 북한군 관련 시설이 들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함박도는 원래 북한 영토이며, 2017년경부터 북한이 군사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

함박도가 논란의 중심이 된 건 이 섬이 등기부등본상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이라는 주소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이 지난 6월 알려지면서다. 최근에는 함박도에 방사포, 해안포로 추정되는 수상한 북한 시설물들이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방부는 “함박도는 줄곧 북한 관할 지역이었다. 북한 군사시설이 아닌 관측시설로 판단된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 장관에게 “북한이 신형 방사포를 함박도로 가져온다고 해도 9·19 합의 위반이 아니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신형 방사포를 들여 온다는 건 현재까지 확인된 바가 없다”며 “9·19 군사 합의는 서로 완충 구역을 두고 그 내에서 기동 훈련이나 포 사격을 하지 말라는 건데 국방장관이 맞다, 아니다 하기가 그렇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야당은 국민들이 불안을 느끼는데 국방장관이 의혹을 명확히 해소해주지 않고 변명만 늘어놓는다고 질책했다.  
 
서청원(무소속)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해 NLL지역 무인도인 함박도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뉴스1]

서청원(무소속)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해 NLL지역 무인도인 함박도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뉴스1]

여당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서서 사안을 정리하겠다며 재차 같은 질문을 했다. 민 의원은 “9·19 군사합의서 직접적 위반 소지는 없지 않나” “그러니까 남북군사합의서 위반은 아니라는 취지냐”고 물었다. 그러자 정 장관은 “그게 군사합의 위반이냐 아니냐 해서 ‘아닙니다’ 하면 국방장관이 그렇게 한다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습니까!”라며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의원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큰소리를 치느냐”(서청원 무소속 의원), “눈에 뵈는게 없나. 연설하러 왔느냐(”이주영 한국당 의원)고 맞고함을 치면서 한동안 장내가 소란스러웠다. 
 
국방위 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은 “남북합의서 체결 이후냐 아니냐 정치적 논쟁에 대해 애매하게 반응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함박도에 군사시설이 들어선 게 유사시 우리 안전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엄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그러자 정 장관은 “북한의 감시 시스템은 만일 유사시 한 방에 조준해서 날려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9·19 남북군사합의서 위반 여부에 대해 정 장관은 끝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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