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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교육청·자사고, 이번엔 추가모집 여부로 충돌

중앙일보 2019.09.05 05:02
지난 19일 서울 목동청소년수련관에서 '자사ㆍ특목고, 과학고ㆍ영재학교, 일반고 입시판도 급변화에 따른 종로학원-하늘교육 고교선택전략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9일 서울 목동청소년수련관에서 '자사ㆍ특목고, 과학고ㆍ영재학교, 일반고 입시판도 급변화에 따른 종로학원-하늘교육 고교선택전략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재지정 평가를 놓고 정면충돌했던 서울시교육청과 자사고들이 내년도 입시 계획을 두고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상당수 자사고가 내년 1월로 정해진 추가모집 기간에 추가모집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시교육청은 학교들이 낸 입학요강을 반려하며 추가모집 계획을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청은 “자사고가 개학 후에 일반고의 우수 학생을 데려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자사고들은 “학교 자율권을 무시한 ‘자사고 죽이기’의 연장선에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5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도 입학요강에 추가모집 계획을 포함하지 않은 자사고들에 이들이 제출했던 입학요강을 돌려주고 수정해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3월에 발표한 기본계획에 따라 자사고도 추가모집 계획을 반드시 세워야 하는 데 이를 어겼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자사고들에 따르면 올해 추가모집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학교는 서울 전체 자사고(21곳)의 절반이 넘는 13곳에 이른다. 자사고는 반발하고 있다. 교육청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했다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된 A고의 교장은 “입학전형은 학교가 결정할 사항인데 교육청이 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화를 냈다.
서울 지역 자사고 입학 경쟁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지역 자사고 입학 경쟁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자사고가 추가모집을 기피하는 건 내년 1월로 못 박힌 시기 탓이다. 이때는 일반고가 합격자를 발표한 직후다. B자사고 교장은 “정부와 시교육청의 압박으로 매년 지원자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일반고가 합격자를 발표한 이후에 추가모집을 하면 일반고를 탈락한 학생들이 자사고에 지원하는 현상이 생긴다”고 전했다. 그는 “자사고의 학업을 따라기 힘든 일반고 탈락 학생들이 오면 이들도 학교 적응이 힘들 뿐 아니라 학교 전체의 면학 분위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추가모집 기간엔 자사고를 징검다리 삼아 지원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자사고들은 주장했다. 자사고 C고의 교장은 “이 시기에 학생을 모집하면 일반고를 탈락한 학생이 이듬해 3월 희망 학교로 전학하기 위해 자사고에 일단 입학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D고의 경우 지난해 추가모집에서 선발한 16명 학생 중 11명이 첫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C고 교장은 “학생 충원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살리려면 내년 1월이 아니라 1차 추첨이 끝난 12월 중순에 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자사고의 추가모집이 논란이 된 건 자사고 입시가 전기에서 후기로 바뀐 지난해부터다. 2018학년도 고입까지는 자사고가 전기로 학생을 선발했기 때문에 일반고 원서접수에 앞서 추가모집을 할 수 있었다. 당시엔 특목고·자사고를 지원했다가 탈락한 학생도 추가모집에서 자사고에 지원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2017년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일반고와 자사고가 입학전형을 동시에 진행하게 되면서 추가모집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지난 7월 31일 서울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유웨이 2020학년도 수시 입시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전자기기로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31일 서울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유웨이 2020학년도 수시 입시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전자기기로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열릴 고교입학전형위원회 개최 전까지 교육청과 학교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 올해 고입 세부계획 발표가 늦어질 수도 있다. 올해 3월에 결정된 서울시교육청의 기본계획에 따르면 모든 고교는 입학전형일 3개월 전에 모집공고와 전형요강을 발표해야 하는데, 자사고의 경우 이달 6일이 마감이다. A고 교장은 “그렇지 않아도 자사고가 유지되나 안 되나 걱정하는 학부모가 많았는데, 세부계획 발표까지 늦어지면 혼란이 더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들이 예외 없이 3월 발표된 교육청의 고입 기본계획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기본계획에 추가 모집 시기가 정해진 만큼 학교가 임의로 모집 시기를 옮기거나 추가모집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일반고에선 추가모집을 안 한 자사고가 새 학기에 일반고의 우수학생을 데려가고 있다고 걱정하는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그는 “자사고들의 불만을 고려해 내년엔 기본계획 확정 전에 자사고와 추가모집 시기를 미리 논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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