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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선] “박용진, 할 말 했는데 낙천시키면 공산당이지”

중앙일보 2019.09.05 00:30 종합 28면 지면보기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에서 유일하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용퇴) 결단’을 공개 촉구한 박용진 의원(초선·강북을)의 휴대전화는 요즘 무음 모드다. ‘문빠(문재인 대통령 열혈 지지층)’들이 보내는 문자 폭탄이 매일 수백통씩 쏟아지는 탓이다. 그런데도 박용진은 꿋꿋하다. 이유를 알아보려고 그의 지역구를 찾아갔다. 구멍가게와 서민층이 밀집한 송천동에서 일용직 노동자 강기묵씨(51)를 만났다.
 

박, 지역구서 조국 불가 민심 확인
주민 철통 지지가 소신 발언 배경
격려해준 민주당 의원 20명 넘어

“우리 박용진 의원, 정말 발바닥 아프게 지역 챙긴다. 여기 송천동, 저기 방촌시장, 성북시장 등등 내가 가는 곳마다 배낭 멘 박용진이 나타나더라. 마주치는 사람마다 안부를 묻고 어르신 어깨를 두드려 드린다. 그러니 이 동네에서 박용진 욕하는 사람은 백 명 중 한 명 나올까 말까다. 또 100%는 아니지만 (서민들 민원) 70~80%를 손수 상담해준다. 도무지 싫어할 수가 없는 거지. 이런 의원이 바른말(조국 비판) 했다고 당에서 공천 안 준다면 공산당이지. 진짜 나쁜 사람들이지. 난 (항의하러) 국회까지 쫓아갈 거다.”
 
박용진을 만나 이 얘기를 들려줬다. 박용진은 “소신 발언의 배경은 바로 그런 튼튼한 지역구다. 다른 거 없다”고 했다. “매일 아침 지하철역 인사를 시작으로 하루 2~3시간씩 주민들을 만난다. 다들 ‘합리적인 얘기(조국 용퇴론)를 해줘 고맙다’고 한다. 특정 지역 사투리 쓰는 분, 젊은 학부모 등 한눈에 봐도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이분들의 절반 이상이 ‘정권 살리려면 조국은 안 된다’고 한다. 이러니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왜 아군한테 총질하냐”는 주민은 없었나.
“500명한테 칭찬을 들었는데 딱 한 사람이 멀리서부터 잰걸음으로 다가와 쌍욕을 하면서 그런 주장을 하더라. ‘막무가내로 감싸는 게 대통령에 도움 되는 건 아니다’고 답해줬다.”
 
솔직히 내년 총선 앞두고 공천 걱정 안 되나.
“저도 공천이나 진영논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나 찍어준 지지자들이 내게 ‘조국은 안 된다고 당에다 얘기해라’고 난리다. 그래서 상식선에서 (발언)한 것뿐이다. 지역구 골수 민주당 지지자 중 여성 약사분이 있다. 그분 약국에 인사하러 들어가니 그 약사분이 8~9명 손님 앞에서 ‘나도 고3 엄마인데, 조국은 너무했다. 장관 시키면 안 된다’고 큰 소리로 얘기하더라. 민심의 추가 기울었다는 느낌이 확 왔다. 그래서 당 지도부에 보고했다. (반응은?) ‘그렇게 심각하냐’고 묻고는 침묵하더라.”
 
당신 외엔 민주당에서 소신 발언을 제대로 한 의원이 없다.
“내게 전화하거나 직접 만나 응원해준 우리 당 의원이 20명이 넘는다. ‘바른말 했다고 왕따당하고, 문자 폭탄 받는 처지 잘 알고 있다. 기운 내라’고 해주더라. 민주당에도 상황의 심각함을 알고 걱정하는 의원들이 왜 없겠나.”
 
당 지도부는 조국이 쓰러지면 정권이 쓰러진다고 여겨 밀어붙이는 듯하다.
“왜 그런 근거 없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오버다. 지금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근본 가치와 철학이 없다는 거다. 물론 기득권층의 핵심 대표, 제1 저자는 자유한국당이다. 그런데 민주당도 결국은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정당이다. 다만 제1 저자와 차별화하려고 차용한 게 김대중의 가치, 민주화와 인권이다. 그런데 요즘 민주당은 그 가치를 알지 못하고, 승계도 하지 않으면서 말만 앞세운다. 당에 그런 사람 정말 많다. 그게 비극인 것 같다. 과거 학생운동에 소극적이었거나 민주화에 몸 바친 적 없는 사람일수록 더 세게 얘기하는 것 같다. 지금은 보수냐 진보냐가 아니라 기득권이냐 아니냐의 구도다. 그런데 ‘(입시부정·사모펀드 등을) 조국만 했나’며 감싸면 황당해지는 거다.”
 
그런 소신이 있으니 북한에 대해서도 ‘할 말’을 하는 듯하다. 2016년 국가보훈처가 김일성 친·외숙부에 훈장을 추서한 걸 비판하고 보훈처장 사퇴를 요구해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그때 조국 후보자가 ‘박용진 의원, 이번에 큰 실수 했다. 빨리 사과하라’고 했던 거로 기억한다. 그 바람에 진보 진영에서 뭇매를 맞았다. 한 진보 신문은 ‘박용진이 연좌제를 주장했다’고 만들어 버리더라. (민주당은 북한 잘못을 지적하면 안 되나?) 내 말이 그 말이다.”
 
국회의원으로서 당신의 최고 업적은 역시 ‘유치원 3법’이다. 어떻게 돼가고 있나
“11월이면 표결로 법이 통과될 것이다. 그러면 사립 유치원에 들어간 정부 보조금, 즉 국민의 혈세가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볼 수 있게 된다. 난관이 많았지만 원래 내 입법 의도의 60%는 반영됐다. 성공한 거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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