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잘 사온 수트라이커 하나, 열 메날두 안 부럽다

중앙일보 2019.09.05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이적료 1000억원대의 수비수. 사진은 버질 반다이크(리버풀). [AP=연합뉴스]

이적료 1000억원대의 수비수. 사진은 버질 반다이크(리버풀). [AP=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은 2일(한국시각) 리버풀(잉글랜드) 센터백 버질 반다이크(28)를 리오넬 메시(32·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와 함께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 올해의 남자 선수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발표는 23일이다. 수비수가 후보에 오른 건 2006년(파비오 칸나바로·올해의 선수상 시절 포함) 이후 13년 만이다. 지난달 30일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반다이크는 또 한 번 메시·호날두를 제칠 가능성이 높다.
 

반다이크 FIFA 올해의 선수상 유력
공격수 못지않은 1000억대 이적료
특급 공격수 묶는 게임체인저 각광
공격 능력 겸비한 수비수 전술 가치

이적료 1000억원대의 수비수. 사진은 해리 매과이어(맨유). [AP=연합뉴스]

이적료 1000억원대의 수비수. 사진은 해리 매과이어(맨유). [AP=연합뉴스]

수비수 전성시대다. 빅클럽은 돈을 아끼지 않고 스타 수비수 모시기에 열을 올린다. 그 결과 특급 공격수의 상징이었던 ‘몸값(이적료) 1000억원’을 넘긴 수비수가 올해만 셋이다. 스타트는 3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이적한 센터백 뤼카 에르난데스(23)가 끊었다. 뮌헨은 8000만 유로(약 1063억원)를 지불했다. 7월엔 아약스(네덜란드) 센터백 마테이스 더리흐트(20)가 7500만 유로(1018억원)에 유벤투스(이탈리아)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달 5일 레스터시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옮긴 해리 매과이어(26)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비수’가 됐다. 맨유는 매과이어를 영입하며 8000만 파운드(약 1171억원)를 썼다. 종전 최고 액수는 반다이크의 1018억원이었다. 프리미어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매과이어보다 비싼 선수는 폴 포그바(맨유·약 1304억원)뿐이다.
 
이적료 1000억원대의 수비수. 사진은 마테이스 더리흐트(유벤투스). [AP=연합뉴스]

이적료 1000억원대의 수비수. 사진은 마테이스 더리흐트(유벤투스). [AP=연합뉴스]

수비수가 주목을 받는 데는 역설적으로 스타 공격수 기근이 영향을 미쳤다. 골로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메시·호날두급 공격수는 극소수다. 이들을 보유한 팀은 독주한다. 문제는 이런 골잡이가 빅클럽의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신예의 성장도 더디다. 메시와 호날두가 2008~17년 10년간 5차례씩 FIFA 올해의 선수상을 나눠 가진 게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부 빅클럽이 발상을 전환했다. 특급 골잡이를 가진 팀과 득점 대결이 어렵다면, 그 골잡이를 묶을 특급 수비수를 보유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리버풀은 2년 전 ‘후방 사령관’ 반다이크를 영입했다. 반다이크가 지휘하는 리버풀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메시의 바르셀로나를 제압했다. 더리흐트의 아약스는 같은 대회 8강에서 호날두를 내세운 유벤투스를 눌렀다. 현영민 해설위원은 “좋은 수비수는 새로운 유형의 ‘게임체인저’다. 상대 공격을 꽁꽁 묶어 흐름을 가져오는 데다 지키는 임무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축구에서 좋은 수비수는 공격 가담 능력도 탁월하다. 그런 점에서 1000억원대 수비수들은 ‘수트라이커(수비수와 스트라이커를 합친 말)’ 자질도 갖고 있다. 반다이크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2골·2도움(12경기)을 올렸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4골·2도움(38경기)을 기록했다. 매과이어도 프리미어리그 통산 7골·5도움(105경기)으로 수준급이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나선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8강전 스웨덴전(2-0승)에서는 골을 터뜨렸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수비수의 전술적 비중이 커졌다. 반다이크나 더리흐트 같은 전천후 수비수는 팀 완성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라고 평가했다. 현영민 위원은 “최근 정상급 공격수 이적료가 2000억원을 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몸값이 낮고 다재다능한 수비수의 인기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