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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4~8등급 영어 못해? "한영외고 98% 모의고사 1등급"

중앙일보 2019.09.04 13:22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지난 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후보자의 거짓과 선동, 대국민 고발 언론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지난 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후보자의 거짓과 선동, 대국민 고발 언론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2007~2009년 한영외고 재학시절 영어성적이 4~8등급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문 1저자 가능성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날인 3일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후보자 딸의 고교 시절 영어 작문·독해 성적은 6~7등급 이하였고, 영어회화 과목도 4~6등급 받았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가 지난 2일 자신의 딸이 고교 시절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데 대해 “저희 아이가 영어를 좀 잘하는 편”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실제로 당시 외고에서 영어내신 4~8등급 받으면 영어를 못하는 것일까. 사실 관계를 확인해봤다.
 
당시 외고에서 근무했던 교사들은 “학교 내신성적을 기준으로 영어실력을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려있는 학교의 특성상 뛰어난 영어실력을 갖췄어도 만족할 만한 성적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다. 한영외고 출신 한 교사는 “각 중학교에서 내로라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내신경쟁도 치열하고 만점을 받는 학생도 많았다”며 “내신시험은 상대평가를 적용하기 때문에 만점 받는 학생들이 많으면 시험에서 1~2문제만 틀려도 4~5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딸이 외고에 진학했던 2007학년도에는 현재보다 우수한 학생이 더 몰렸을 가능성도 있다. 학생 선발 방식이 더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일반전형 기준으로 현재는 외고에서는 영어 내신과 면접으로만 학생을 선발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전과목 성적을 평가했고, 영어듣기와 심층구술면접·인성면접 등도 진행됐다. 특히 심층구술면접은 언어·사회·영어·논리·사고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수한 학생을 변별하는 장치로 활용됐다. 당시 한영외고의 입학경쟁률(일반전형)도 6.12대 1로 2019학년도(2.02대 1)보다 3배 정도 높았다.
서울 한영외고 전경.[중앙포토]

서울 한영외고 전경.[중앙포토]

학교 시험이 암기해서 푸는 문제가 대부분이라 영어실력과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원외고 출신 한 교사는 “당시에는 지금보다 주입식 교육을 할 때라 교과서와 유인물 등을 달달 외워야 우수한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또 변별력을 키우려고 문법 문제를 까다롭게 냈기 때문에 해외거주경험이 있고 토플에서 만점 받은 학생들도 틀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이어 “하지만 영어 내신성적이 6~8등급 학생들도 수능 모의고사에서는 대부분 1등급을 받았다. 당시 대원·한영외고에서 모의고사 영어과목 1등급 비율이 98%정도 됐다”고 회상했다.
 
조 후보자의 딸이 취득한 영어인증시험 성적을 근거 삼는 이들도 있다. 조 후보자 딸이 지식거래 사이트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영문이력서에는 조씨가 AP(선이수학점제) 미적분학·생물학·화학·미시경제학 과목에서 만점(5점)을 취득하고, 토플과 텝스에서 각각 103점(120점 만점), 800점(990점 만점)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대원외고 출신의 또 다른 교사는 “AP는 객관식 문제만 푸는 게 아니라 에세이도 써야 하므로 영어실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만점을 받기 어렵다”며 “AP 미적분학에서 만점을 받는 비율은 미국 전체 고교생 기준으로 5%밖에 안 된다”고 전했다. AP는 미국 고교생이 대학에서 제공하는 수업을 먼저 이수하고 대학 진학 시 학점을 인정받는 제도다.
 
반면 외고 유학반의 수준을 기준 삼는다면 훌륭한 편이 아니다는 반론도 나온다. 해외 유학파 출신의 한 교육계 인사는 “2019년 기준으로 AP 미적분학 시험에서 만점(5점)을 받은 비율은 응시자 중 43.2%였다”며 “한국 학생들은 수학을 잘하기 때문에 AP에 응시한 한국 학생은 대개 만점을 받는다”고 말했다. 
 
강남 대치동의 한 외국어학원 원장도 “당시 외고에서 유학 준비하던 학생들 대부분이 토플 110점 이상, 텝스 900점 이상을 받았는데, 조 후보자 딸의 영어인증시험 점수는 이에 비해 낮은 편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과 비교해서는 영어실력이 우수하겠지만 그렇다고 의학논문을 쓸 정도의 수준인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수정=4일 오후 5시 30분 "대원·한영외고에서 모의고사 영어과목 만점 비율이 98%정도였다”는 원래 문장을 "1등급 비율이 98%정도였다"로 수정했습니다. 인터뷰 당사자가 "오류가 있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AP와 관련해 독자가 올해 미적분학 시험에서 응시자 중 만점 비율을 알려와 기사에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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