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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경고만 주려다 韓 반발에 당혹" 반도체 수출규제 전말

중앙일보 2019.09.04 10:30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간 연내 정상회담 개최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지통신=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간 연내 정상회담 개최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지통신=연합뉴스]

마이니치신문이 한·일 갈등을 격화시킨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강화 조치의 전말을 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당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한국 측에 ‘경고’ 차원에서의 대항 조치를 주문했다고 한다. 지난 6월 수출규제 조치 직전, 관계 성·청 간부들에게 "‘신념을 굽히지 않되, 출구를 찾으면서 하길 바란다"고 ‘출구 전략’을 함께 모색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는 것이다. 
 

마이니치,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 전말 보도
아베, '경고' 차원 지시…'출구전략'도 요청
스가 "관광·경제 악영향 없도록" 주문해
한국 측 지소미아 중단 결정으로 파국
아베 주변에 "시간 걸릴수밖에" 말해
관가서 "문 정권 동안 관계개선 어렵다"

총리관저 내 온건파로 알려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대응팀에 “인바운드(방일 외국인)나 경제에 악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조치를) 실시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외무성 간부는 마이니치에 "(당시 아베 총리의 지시가) 한국을 움직이기 위한 '알람(경고)'이었다"고 말했다. 신문은 경고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대항 조치는 올해 초부터 재무성 출신인 후루야 가즈유키(古谷一之) 관방부장관보를 중심으로 외무성, 경제산업성, 농림수산성 등 관계 성·청 간부들이 일종의 테스크포스를 구성해 내놨다. 대응팀 내에서 “메시지성이 강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경산성이 한국의 주요산업인 반도체를 타깃으로 제안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느닷없이 반도체 (규제는) 좋지 않다”는 신중론도 나왔지만 “긴박감을 주지 않으면 문재인 정권에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한 경제 각료의 진언(進言)에 아베 총리가 ‘고(go) 사인’을 냈다고 한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장관이 지난달 2일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 의결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YTN 화면 캡처=뉴스1]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장관이 지난달 2일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 의결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YTN 화면 캡처=뉴스1]

그러나 예상과 달리 한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중단 사태까지 맞으면서 일본 정부도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사태 해결이 요원해지자 아베 총리가 “한국과의 문제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일본 정부 내 기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는 마이니치에 “문재인 정권 동안 관계 개선은 어렵다. 방치해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이니치는 “(일본 정부는) 전 징용공 문제에서 진전이 없으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11월 칠레 개최)나 한·중·일 정상회의(12월 중국 베이징 개최)에서 한·일 개별 정상회담은 응하지 않을 구상”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당초 일본 측이 외교 루트를 통해 한국 정부에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타개책을 제안했지만 청와대가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본 측 제안은 ‘강제징용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재단을 한국 측이 100% 출자해 설립하면, 일본 기업들에 자발적인 기부를 요청하겠다’는 것이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로선 청구권협정으로 배상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기조에 맞출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  
 
지난달 25일 독도를 비롯한 인근 해역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해군 특전요원들이 독도에서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사진 해군]

지난달 25일 독도를 비롯한 인근 해역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해군 특전요원들이 독도에서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사진 해군]

한국 정부는 이런 제안을 거부하는 대신 일본에 ‘한국과 일본 기업이 함께 출연하는 기금안’을 문재인 대통령의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직전 내놨고, 일본은 즉시 거부한 뒤 준비하고 있던 수출규제 조치를 발동했다. 이어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에서도 한국을 배제했다.  
 
이후 한국은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로 ‘지소미아 재연장 중단’ 카드에 이어 대대적인 독도방어훈련을 실시했다. 이달 중에는 일본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맞대응 조치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양국 간 긴장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경산성은 3일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보복 조치로 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정부에 화이트 리스트 배제에 대한 설명을 재차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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