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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의원 노딜 브렉시트 제동, 면전서 탈당···존슨 英총리 굴욕

중앙일보 2019.09.04 07:33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영국 의회가 반기를 들었다. 존슨 총리가 주력하는 노딜 브렉시트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결의안을 3일(현지시간) 밤 10시께 통과시키면서다. 여당인 보수당 21명마저 이 결의안에 찬성하면서 존슨 총리에게 수모를 안겼다. 이 결의안은 찬성 328표 대 반대 301표로 통과됐다. 존슨 총리는 앞서 2일 기자들에게 “이 안이 통과된다면 영국이 스스로 다리를 절단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주장했었다. 

하원, 3일 이례적 심야 표결 부쳐 법안 통과
정부의 일방적 노딜 브렉시트 추진에 제동
여당 보수당 의원 21명마저 총리에 반대표

 
3일 법안 통과로 하원은 다음날인 4일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법안인 '유럽연합 탈퇴법'에 대한 정식 표결을 실시하게 됐다.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존슨 총리와 하원의 본격 대결이 펼쳐지는 셈이다.  
 
3일(현지시간) 밤 10시께, 영국 하원의원들이 이례적 심야 표결을 앞둔 모습. [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밤 10시께, 영국 하원의원들이 이례적 심야 표결을 앞둔 모습. [AFP=연합뉴스]

 
3일 결의안 표결 직후엔 “존슨과 하원의 이례적 결전(showdown)에서 패배자는 존슨”(BBC) “존슨, 취임 후 첫 표결에서 굴욕 맛보다”(뉴욕타임스) 등의 평가가 쏟아졌다.  
 
존슨 총리는 표결 직전 하원에 출석해 “하원이 (노딜 브렉시트를 저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다음달 14일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경고했다. 의회를 해산하겠다는 으름장이다. 그의 경고에 하원은 결의안 통과로 맞대응했다. 노딜 브렉시트에 적극 반대해온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총선을 실시하려면 하라”며 “국민의 뜻을 묻지 않는 노딜 브렉시트는 허용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3일(현지시간) 정부의 일방적 노딜 브렉시트를 저지하는 법안 표결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3일(현지시간) 정부의 일방적 노딜 브렉시트를 저지하는 법안 표결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총선 실시를 위해선 하원 의원 3분의2가 찬성을 해야 한다. 노딜 브렉시트에 이어 총선 논란까지 더해진 셈이다. 설상가상이다.    
 
3일 통과된 결의안 자체가 노딜 브렉시트를 막는 것은 아니다. 의사 일정 주도권을 하원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안으로, 노딜 브렉시트를 막는 법안을 4일 다시 표결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법안의 골자는 존슨 총리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직후인 다음달 19일까지 EU와 브렉시트 재협상을 하지 못할 경우, 브렉시트를 내년 1월31일까지 연기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이다.  
 
존슨 총리의 불도저식 노딜 브렉시트는 여당에서도 반발을 불렀다. 이날 표결을 앞두고 필립 리 하원의원은 깜짝 성명을 내고 보수당을 탈당, 야당인 자유민주당에 합류했다. 리 의원은 존슨 총리가 하원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도중 보수당쪽 자리에서 일어나 야당 쪽으로 걸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존슨의 면전에서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 의사를 보인 것이다. 리 의원의 탈당으로 존슨 총리의 보수당은 다수당 지위를 잃었기 때문에 출혈은 더욱 컸다.  
 
3일(현지시간) 하원 표결을 앞두고 노딜 브렉시트 반대자들이 '보리스 존슨 총리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 중이다.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하원 표결을 앞두고 노딜 브렉시트 반대자들이 '보리스 존슨 총리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 중이다. [AP=연합뉴스]

 
3일 심야에 하원이 모인 것은 존슨 총리가 앞서 의회를 휴회하도록 조치한 데 대한 반발 성격이 크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2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나 3일로 예정된 ‘여왕 연설(Queen’s Speech)‘을 10월14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여왕은 수락했다. ‘여왕 연설’은 의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 존슨 총리가 여왕의 연설을 늦추는 방식으로 의회를 강제 휴회시킨 셈이었다. 이에 반발해 하원은 3일 코빈 노동당수와 존 버커우 하원의장의 주도로 심야 표결을 강행했다.  
 
3일(현지시간) 하원이 자신의 노딜 브렉시트에 제동을 거는 법안을 통과시킨 직후 하원을 떠나는 존슨 총리. 표정이 어둡다. [EPA=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하원이 자신의 노딜 브렉시트에 제동을 거는 법안을 통과시킨 직후 하원을 떠나는 존슨 총리. 표정이 어둡다. [EPA=연합뉴스]

 
존슨 총리 등은 즉각 반응을 내놓진 않았다. 존슨에 의해 기업ㆍ에너지ㆍ산업전략부 장관으로 발탁된 앤드리아 레드섬 전 하원 원내대표는 BBC에 “이번 법안 통과는 정부의 협상력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밤을 새워서라도 하원이 수정 법안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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