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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알리바바도 멈칫…금융허브 홍콩의 지위가 흔들린다

중앙일보 2019.09.04 05:00
홍콩의 한 시위 참가자가 지난 8월 31일 방패를 들고 집기가 불타고 있는 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의 한 시위 참가자가 지난 8월 31일 방패를 들고 집기가 불타고 있는 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으로 불거진 홍콩의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아시아 경제 허브로서의 홍콩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전세계 증시의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아람코(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가 홍콩 증시 상장을 재검토 중이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도 홍콩 증시 상장을 머뭇거리고 있어서다. 홍콩의 정치적 불안은 홍콩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까지 이어지며, 자본의 '홍콩 엑소더스'가 심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송환법 시위 14주째 이어지는 홍콩
세계 최대 기업 아람코, 홍콩 외면
부동산 엑소더스 심화 → 10% 하락
"홍콩의 중국화, 탈(脫)홍콩 부추겨"

올해 아람코는 전세계 증권가를 달콤한 꿈의 세계로 이끌었다. 당초 준비했던 IPO를 2017년 연기했다가 최근 전세계 증시를 상대로 재상장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나오면서다. 사우디 리야드 증권거래소 타다울에 지분 5%를 우선 상장한 뒤, 글로벌 증시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2단계 IPO 계획까지 나온 상태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아람코 상장 루머의 중심에 있었다. 찰스 리 홍콩거래소 이사장이 미국 경제방송 CNBC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아람코는 결국 홍콩에서 상장하게 될 것"이라며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낼 정도였다.
 
증시가 들썩이는 이유는 아람코의 덩치 때문이다.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2조 달러(약 23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매출은 3560억 달러(약 433조원), 순익만 1110억 달러(약 135조원)에 달한다. 아람코를 유치하는 증권거래소는 단숨에 아마존·구글·애플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멀찍이 따돌리는 전세계 1위 기업의 주식거래를 주도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2일 홍콩의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붙잡혀 소리를 지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일 홍콩의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붙잡혀 소리를 지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홍콩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지난 6월 초부터 현재까지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시위가 걸림돌이 됐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해 아람코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람코는 그동안 뉴욕, 런던 증시보다 홍콩을 우선 순위로 고려했으나 최근 이어진 시위가 홍콩 증시의 불확실성을 높여 후보지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아람코 뿐만이 아니다. 다음 달 홍콩거래소 상장을 추진하던 알리바바도 계획을 미뤘고, 홍콩 제약업체 허치슨 차이나 메디테크도 상장 계획을 '일단 정지'한 상태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알리바바의 공모액은 150억 달러(약 18조원) 규모였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지난해 125개 기업의 상장을 유치하며 365억 달러(약 44조원)를 조달해 뉴욕을 따돌리고 IPO 1위 시장 자리를 거머쥔 홍콩의 금융 허브 지위마저 흔들릴 수 있다. 홍콩거래소는 시위 사태 직전인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IPO 건수 37건, 조달금액 26억 달러(약 3조원)로 세계 2위 규모를 유지했으나 시위가 격화한 지난달에는 하나의 기업만이 새로 홍콩거래소에 진입했다.
지난달 27일 기자회견 도중 눈을 감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AFP=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기자회견 도중 눈을 감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AFP=연합뉴스]

 
홍콩 경제 불평등의 상징인 동시에 경제 성장을 떠받치고 있던 부동산 가격도 심상치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홍콩 부동산 가격이 시위 초기인 지난 6월보다 10%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홍콩 탈출 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해 들어 홍콩 시민들의 대만 이민·체류 신청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늘었다고 전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본격화한 지난 6~7월 이민·체류 신청은 681건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5%나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14주째에 접어든 홍콩 사태가 잠잠해지면 경제도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 홍콩 경제를 위협한 요인은 시위가 맞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입김이 홍콩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 시위가 끝나도, 떠난 돈 보따리가 다시 홍콩으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서방은 '중국의 홍콩화'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홍콩이 중국처럼 바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홍콩의 자치권이 훼손되면 기업과 자본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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