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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새 7명 줄줄이 투신… 공주 금강교에서 무슨 일이

중앙일보 2019.09.04 05:00
지난 2일 오후 3시 충남 공주시 금성동 금강교 입구에 119구급차가 세워져 있다. 옆에는 ‘금강교 수난사고예방 생명 지킴이’라고 쓰인 천막도 설치됐다. 이곳에서는 공주소방서 구조대원 3명이 무전기를 들고 다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충남 공주시 금성동 금강교 입구에 119구급차가 배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8월 한 달간 7명이 투신을 시도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구조됐다. 신진호 기자

충남 공주시 금성동 금강교 입구에 119구급차가 배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8월 한 달간 7명이 투신을 시도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구조됐다. 신진호 기자

 

8월 한달간 7명 투신, 5명 숨지고 2명 구조
소방서, 구조대원·구급차 다리 입구에 배치
공주시는 긴급예산 투입해 다리 난간 설치
소방당국 "급증하는 원인 알수 없어 답답"

1시간쯤 뒤 출동지령을 받고 119구급차와 구조대원들이 자리를 뜨자 이번에는 대형 소방차가 도착했다. 4명의 소방대원을 태운 소방차는 오후 6시까지 금강교 입구에서 대기했다. 이들은 금강교 투신사고를 막기 위해 대기 중인 구조대원이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1시35분쯤 A씨(70)가 금강교에서 다리 아래로 뛰어내리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의 제지를 받고 목숨을 구했다. “사는 게 싫다”며 술을 마시고 투신을 시도했던 그는 구조대의 끈질긴 설득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20일에는 B씨(77)가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출동한 119구조대가 구명환과 로프로 그를 건져냈지만, 목숨을 구하지는 못했다. 앞서 16일 오후 7시38분쯤에도 한 남성이 금강교에서 투신, 119구조대가 보트와 잠수장비를 이용, 수색에 나섰지만 그를 찾지 못했다. 이 남성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공주시 금강교에 '난간에 기대거나 올라가면 위험합니다'라고 쓰인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8월 한 달간 5명이 투신으로 목숨을 잃었다. 신진호 기자

공주시 금강교에 '난간에 기대거나 올라가면 위험합니다'라고 쓰인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8월 한 달간 5명이 투신으로 목숨을 잃었다. 신진호 기자

 
최근 공주 금강교에서 투신사고가 잇따라 소방당국과 경찰·자치단체에 비상이 걸렸다. 충남소방본부와 공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충남 공주시 ‘금강교’에서 7명이 투신을 시도, 2명이 구조되고 5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교 주변 다리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7명으로 늘어난다.
 
강이나 바다의 다리에서 투신사고가 종종 발생하지만, 공주 금강교처럼 한 달 새 7명이 잇따라 투신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한다. 소방당국과 자치단체는 갑자기 투신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관계기관이 모여 회의도 열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금강철교’라고도 불리는 금강교는 1933년 준공한 철교다. 폭 6.4m, 길이 513m로 기존에는 왕복 2차로였지만 현재는 1개 차로는 일방통행, 1개 차로는 자전거·도보용으로 사용 중이다. 교각 높이는 20m, 다리 아래 수심은 4~5m가량이다.
 
사태가 심각하자 공주소방서는 다리 입구에 119구급차와 소방차를 교대로 배치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구조대원들이 지키도록 했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는 공주 시민으로 이뤄진 의용소방대가 다리를 지킨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는 공주시자율방재단 대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며 순찰한다.
공주시 금강교 중간 지점에 투신을 시도하는 사람을 구조하는 119구조대원들이 대기할 파라솔과 의자가 마련돼 있다. 신진호 기자

공주시 금강교 중간 지점에 투신을 시도하는 사람을 구조하는 119구조대원들이 대기할 파라솔과 의자가 마련돼 있다. 신진호 기자

 
금강교에서 만난 119구조대원들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다리를 오가는 사람을 확인하고 지키는 것뿐”이라며 “투신을 시도하는 사람마다 모두 사연이 있지만 대부분 가정불화나 신병 비관”이라고 말했다.
 
공주소방서는 다리 중간중간에 ‘난간에 기대거나 올라가면 위험합니다’라고 쓰인 안내판을 세우고 다리 중간쯤에는 구명환과 로프도 설치했다. 다리 아래로 투신하는 게 확인되거나 신고를 받으면 구조대원이 다리 위에서 로프를 타고 강으로 내려가고 정박해 놓은 보트로 구조활동을 벌이게 된다. 긴급상황을 알리기 위해 경광등도 만들었다.
 
공주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주소방서와 협의를 거쳐 난간에 플라스틱 투명난간을 설치했다. 기존 다리 난간 위에 투명 플라스틱을 올리는 방식으로 높이는 사람 키와 비슷하다. 우선 한쪽에 설치했고 추가예산을 확보, 반대쪽에도 설치할 예정이다. 다리 양쪽 입구에 폐쇄회로TV(CCTV)도 달기로 했다.
지난 8월 한 달간 7명이 투신, 5명이 숨지고 2명이 구조된 충남 공주시 금강교 전경. 신진호 기자

지난 8월 한 달간 7명이 투신, 5명이 숨지고 2명이 구조된 충남 공주시 금강교 전경. 신진호 기자

 
공주시 관계자는 “사고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금강교로 와서 투신하는 경우도 발생했다”며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투신을 방지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공주=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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