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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야 본전이라지만…연기 인생 최대 베팅했죠”

중앙일보 2019.09.04 00:04 종합 23면 지면보기
‘타짜:원 아이드 잭’에서 ‘짝귀’의 아들 도일출을 연기한 박정민.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타짜:원 아이드 잭’에서 ‘짝귀’의 아들 도일출을 연기한 박정민.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추석 연휴를 겨냥해 5년 만에 도박판이 벌어진다. 허영만 화백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물의 신작 ‘타짜:원 아이드 잭’(이하 ‘타짜3’, 감독 권오광)이다. 욕설과 주먹, ‘손모가지’ 베팅에다 배신과 색계에 휘청하는 마초들의 귀환이다.
 

11일 개봉 ‘타짜3’ 주인공 박정민
거대 속임수에 빠진 청춘 잔혹극

종목은 화투 대신 포커로 바뀌었다. 배경 역시 다소 앞 시기를 그렸던 전작들과 달리 금수저·흙수저 타령이 분분한 동시대다.
 
지난달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정민(32)은 부담과 홀가분 사이의 표정이었다. 그가 연기한 도일출은 1편에 등장했던 전설적 타짜 ‘짝귀’(주진모)의 아들로서 낮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밤엔 포커판에서 한탕을 노리는 청년. 그가 정체불명의 여인 마돈나(최유화)와 얽히면서 본격적인 도박의 늪에 빠지고 일생일대의 복수극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다. 배신·복수·위기·반전의 룰렛이 지배하는 139분이다.
 
박정민은 그간 ‘동주’의 독립운동가 송몽규, ‘사바하’의 미스터리한 정비공 ‘나한’ 등으로 연기력을 입증시켜왔지만 이번 영화에서 보여주는 캐릭터 진폭이 가장 크다. “소년의 얼굴로 시작해 남자의 얼굴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한 권 감독의 바람대로다. ‘노력 천재’답게 이번에도 7개월간 카드를 손에 놓지 않으면서 현란한 셔플 동작 등을 연마했다.
 
욕하고 담배 피우는 센 캐릭터인데.
“도일출이라는 인물은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현실적인 삶을 사는 캐릭터다. 그러면서도 ‘타짜’는 오락영화니까 같은 대사라도 멋지게 들리게 하고 싶었다. 카리스마가 부족하지 않냐는 우려도 알지만, 못하는 걸 욕심내는 건 어리석은 짓 같고 나만의 색깔로 만들어내려 노력했다.”
 
복수가 진행될수록 살이 빠진 모습이다.
“후반부는 시작 대비 20㎏ 빠졌다. 모진 풍파를 겪고 나서 죄책감을 안게 되니까. 감정적으로도 표현을 격정적으로 하기보다 버석버석한 느낌이 났으면 했다. 꾹꾹 누른 채 서서히 드러내는 복수심이랄까.”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는 도박 소재에다 사회 풍자를 버무린 웰메이드 성인오락물로 추석 관객 568만 명을 빨아들였다. 강형철 감독은 ‘타짜: 신의 손’(2014)에서 ‘빅뱅’ 출신 최승현(탑)을 내세우고 전편의 캐릭터(고광렬, 아귀 등)를 가져와 401만 명을 동원했다.
 
반면 ‘타짜3’에선 도일출이 짝귀의 아들이란 것 외에 캐릭터 연속성이 거의 없다. 유쾌한 청춘로드무비에 가까웠던 전작들에 비해 거대한 속임수에 빠져 허우적대는 청년의 잔혹극에 가깝다.
 
인생에서 제일 크게 베팅한 게 뭔가.
“진짜로 ‘타짜’다. 팬이 많은 영화라 ‘잘해야 본전’이란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감독님이 내게 e메일로 ‘10년 정도 지켜봤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도일출의 어떤 부분과 박정민이란 배우가 맞닿아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걸 믿고 갔다.”
 
스스로 멜로 DNA가 없다고 말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박정민의 ‘멜로 눈빛’도 만나볼 수 있다. 미지의 상대를 향한 청춘의 연심은 충동적이기에 위험하다. 그럼에도 욕망하는 것을 얻으려는 자, 인생을 ‘올인’하지 않을 수 없다. 박정민의 연기 도박은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는 11일 개봉.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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