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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군 투입은 일국양제 실패 자인하는 격…자충수는 피할 듯

중앙일보 2019.09.04 00:04 종합 26면 지면보기

격화 일로의 홍콩 사태, 시진핑 정부의 대응은?

홍콩 시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중앙정부가 인민해방군이나 무장경찰을 투입해 무력 진압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홍콩과의 경계선에 인접한 광둥성 선전 종합운동장 주변에 무장경찰 차량이 집결해 있다. [선전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시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중앙정부가 인민해방군이나 무장경찰을 투입해 무력 진압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홍콩과의 경계선에 인접한 광둥성 선전 종합운동장 주변에 무장경찰 차량이 집결해 있다. [선전 로이터=연합뉴스]

범죄인 인도법 제정 반대가 도화선이 된 홍콩 시위가 강렬한 반중(反中) 색채를 띤 전방위적 ‘민주화 운동’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2014년 ‘우산 혁명’의 79일 기간을 넘어선 이번 시위는 중국 정권을 ‘중국 나찌(chinazi)’로 부르는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고 “홍콩을 되찾을 혁명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격화되고 있다. 5·4운동을 연상케 하는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영업 중단(罷市)의  ‘3파 투쟁’이 전개되는 등 저항 규모와 범위도 확산일로다. 여기에 홍콩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와 경찰의 강력진압, 중앙정부의 강경대응 기조가 ‘나비 효과’를 유발해 주권 귀속 이후 농축된 불만이 모두 폭발하는 형국이다.
 

중앙 정부는 주권 도전으로 규정
군 개입 법적 근거 갖췄으나
무역전쟁속 홍콩 전략가치 여전
‘제2천안문’ 파국은 원치 않아

이런 가운데 중국이 이번 사태를 ‘주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홍콩 인근 선전(深圳)에 집결시킨 무장경찰의 무력개입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진핑 정권은 영국 식민지 청산 22년 만에 최악의 혼란에 빠진 홍콩 사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국제사회의 우려를 무릅쓰고 홍콩에 인민해방군을 투입할까.    
  
중국 정부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당초 홍콩에서의 ‘한 국가 두 체제’, 즉 일국양제(一國兩制) 실험을 통해 대만 통일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중국은 여전히 홍콩 시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독립관세구이자 국제금융의 허브 도시이며 자유무역항인 홍콩 경제가 위협을 받으면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앞둔 시진핑 체제에 대한 정치적 역풍도 우려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일국’과 ‘홍콩기본법’이 약속한 홍콩의 현행 생활방식과 경제제도 유지, 그리고 고도의 자치라는 ‘양제’의 갈등이다. 중국은 “홍콩의 자치권은 홍콩 고유의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부여한 것”이라며 일국의 존재로 양제가 가능함을 분명히 했다. 2014년 ‘홍콩 특구에 대한 일국양제 실천백서’를 통해 홍콩에 대한 전면관할권을 재확인한 중국은 홍콩정부에 도전하는 것을 중국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일국의 간섭 없이 양제가 존재해야 한다는 홍콩시민들의 희망이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홍콩의 중국화’와 ‘중국의 홍콩화’를 둘러싼 지난 22년의 역사가 보여 준 이 괴리가 바로 홍콩시민과 중국정부 간 갈등의 근원이다.
 
중국은 당초 홍콩 정부와 경찰의 강경 대응을 질서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로 지지하면서  2014년의 우산혁명 때처럼 자연스럽게 완화되길 기대했다. 이번 시위대를 90일 정도 생존하는 메뚜기에 비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시위대의 폭력성 노출은 79일간 지속되었지만 결국은 직선제 요구를 관철하지 못했던 우산혁명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절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이를 테러의 시작으로 규정하고 홍콩 정부의 강경 대응을 압박하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시위대의 5대 요구, 즉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 강경진압에 관한 독립조사기구 설치 ▶시위와 시위대에 대한 폭동·폭도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가운데 직선제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유화적 조치가 홍콩의 안정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건의를 중앙정부에 했으나 묵살됐다고 한다. 자칫 시위대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시민의식이 결집돼 향후 직선제 요구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파업과 동맹휴학에 나선 홍콩 시민·학생들의 집회 모습. [홍콩 로이터=연합뉴스]

2일 파업과 동맹휴학에 나선 홍콩 시민·학생들의 집회 모습. [홍콩 로이터=연합뉴스]

더욱이 시위대가 홍콩 의회를 점거하고, 중국 국가휘장과 국기 훼손, 공항 마비를 시도하는 등 중앙정부의 권위에 직접적으로 도전하는 양상을 보이자 중국은 무력개입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중국은 중앙의 관영 매체를 동원한 여론전과, 준비된 무장력으로 무력 개입도 불사할 수 있다는 심리전으로 홍콩 정부의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지원하고 있다. 홍콩 사무를 총괄하는 중국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홍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계엄령에 해당하는 긴급상황 규례조례(緊急狀況規例條例)를 발동할 수 있다고 언급했고 홍콩정부도 이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는 홍콩 정부의 몫이다.
 
중국은 이미 홍콩시위를 ‘주권 도전 행위’로 규정했기 때문에 2016년에 반포한 ‘반 테러법’에 의해 무장력을 투입할 수도 있으며 사회질서 회복과 유지를 위해 약 6000명의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을 동원할 명분도 인민해방군 주둔법 제13조를 통해 확보해 놓고 있다. 군은 ‘홍콩 내부 사무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규정도 있지만 ‘극단적 상황’이라는 단서를 달아 홍콩정부가 요청할 경우 질서 유지를 위한 군 투입의 법적 근거도 있다. ‘극단적 상황’은 신화통신이 지적한대로 ‘중국의 주권과 안보에 손상을 입히거나 중국 중앙정부의 권위에 대한 도전 그리고 홍콩을 이용해 중국본토에 침입하거나 기반을 허물려는 경우’로 집약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실질적 무장개입을 할 소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해방군의 개입은 일국양제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며 현재 홍콩 상황의 수습을 더욱 어렵게 하는 자충수다. 중국은 홍콩 시위를 체제 전복을 꾀하는 ‘색깔 혁명’으로 간주하지만 사실 시위대의 요구는 체제 전복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 물론 중국 당국에 의해서 ‘독립 성향’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지만 시위대의 근본적 요구는 직접선거권 획득 등 제도상의 변화를 통해 중국화를 막자는 것이 주종이기 때문이다. 명분도 부족할 뿐 아니라 제2의 천안문 사태를 우려하는 세계에 인권 탄압국으로 낙인이 찍히면 중국의 장기 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커다란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홍콩의 전략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콩은 기본적으로 수출입의 90%가 중국과 연계된 자유무역항이다. 전략적으로 대미 무역협상 장기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을 통한 거래는 미국의 관세 보복을 피할 수 있다. 1997년 홍콩을 중국과 별도 경제체로 간주하고 제정한 홍콩관계법(香港關係法)을 염두에 두고 홍콩 시위를 무역협상과 연계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이와 관련이 있다. 섣부른 무력개입으로 미국과의 대치 전선을 추가할 필요가 없으며, 여전히 중국으로 유입되는 외자의 60%와 관련된 매우 안정적인 외자유치 플랫폼을 잃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군사적 개입은 홍콩 문제의 파국을 의미한다.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노력이 다 필요하다. 이번 사태로 홍콩 시민 사회는 분열되었다. 일국양제 하에서 제도 개선을 추구하자는 제도 건설파(建制派)는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했고, 시민사회를 주도하는 범민주파(泛民主派)는 지도력 부재를 드러냈다. 과격 시위를 주도하는 행동파 청년들은 마음만 급하다.
 
홍콩 사회는 복잡하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정치적 견해가 달라서, 또는 기아와 문화대혁명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혹은 개혁·개방을 이용해 약 200만 명의 본토인들이 홍콩으로 왔다. 이번 시위를 주도하는 청년들은 97년 반환 이후 세대다. 이 다양한 군체(群體)가 미래에 대한 고민을 공유했는지 의문이다. 혹시 지나친 엘리트 의식이나 특수 지위에 대한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양측이 일국양제에 대한 인식 차이를 좁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중국 정부의 약속 지키기다. 중국이 대화를 거부한 채 모든 시위대를 폭도로 보고 강경대응만 고집한다면 어떠한 결론도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시민사회의 이성적 접근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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