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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재단 비리 해명하라" 우촌초 학부모들 등록금 거부

중앙일보 2019.09.03 11:55
사립 우촌초등학교.

사립 우촌초등학교.

학교재단 이사장 일가의 '전횡'에 대한 민원이 제기돼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를 받고 있는 서울 우촌초 학부모들이 등록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사립초 학부모가 등록금 납부를 거부한 건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사태의 진행 과정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촌초 학부모 60% 2학기 등록금 납부 거부해
"교비 부당 사용, 교직원 인사 전횡 의혹 밝혀야"
시교육청 감사 착수 "학교 정상화까지 적극 개입"

3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우촌초 학부모 60% 이상이 2학기 등록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519명의 전교생 중 300명이 넘는 학생이 등록금을 내지 않은 상태다. 학부모들은 "학교 운영이 파행으로 치닫게 된 데 대해 이사장이 직접 나서서 실효성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단이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을 경우 등록금 납부 거부를 지속하고 다음 주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계획이다.  
  
우촌초는 서울 사립초 중 수업료가 비싼 곳 중 한 곳으로, 지난해 연간 등록금이 800만4000원에 이른다. 4년제 일반·교육대학 196곳의 연간 등록금 평균(670만6200원)을 훨씬 웃돈다. 
 
등록금 납부 거부 사태의 원인은 학교재단인 일광학원의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부자가 우촌초 교비를 부당하게 사용하고, 항의하는 교직원들을 직위해제 또는 해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비 부당 사용 의혹은 지난 4월 우촌초의 '스마트스쿨' 구축 사업 계약 때 불거졌다. 우촌초는 이사장의 지시로 스마트스쿨 사업 계약을 체결하는데, 계약 금액이 23억9000만원이었다. 계약서에는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 구매에 약 3억원, 디지털 교재와 프로그램 개발에 20억원을 쓰는 것으로 돼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스마트스쿨 구축 사업비로 서울시에서 한 학교에 47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주는데, 이 비용으로 스마트패드 60대, 공용와이파이 구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부에서는 태블릿PC 60대를 2600만원에 지원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디지털 교재와 프로그램 개발도 무료 배포되는 게 많아 20억원을 책정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태블릿PC를 이용해 문제를 풀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중앙포토]

태블릿PC를 이용해 문제를 풀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중앙포토]

학교장 등 내부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이규태 회장은 해당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 이 회장은 2010년 학교 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 학교 운영에 개입할 법적 권한은 없다. 현재 재단 이사장은 이 회장의 아들이다. 또 문제를 제기한 교장 등 교직원 5명에 대해 직위해제, 해임 등 중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우촌초 교직원들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자 교육청은 지난 5·6·8월에 총 세 차례 12일간 감사를 진행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감사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학교 정상화가 이뤄질 때까지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재단 측은 "현재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재단 관계자는 "각 학급의 대표 학부모와 간담회를 통해 법인 입장을 전달하려 했지만 일부 학부모의 반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면서 "법인에서 간담회용으로 제작한 인쇄물을 곧 학부모에게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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