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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 간 北한광성···200만원 빼고 北이 월급 다 챙긴다?

중앙일보 2019.09.03 11:32
유벤투스 엠블럼 아래서 계약서에 서명하는 한광성. [유벤투스 트위터 캡처]

유벤투스 엠블럼 아래서 계약서에 서명하는 한광성. [유벤투스 트위터 캡처]

 
‘북한 축구의 미래’로 주목 받는 공격수 한광성(21)이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 유벤투스에 입단했다. 유벤투스는 3일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광성 영입 소식을 전하며 “북한의 스트라이커가 칼리아리에서 건너왔다.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계약기간은 오는 2023년까지 4년이다. 이적료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500만 유로(66억원)로 추정된다.
 
지난 2017년 3월 이탈리아 세리에A(1부리그) 클럽 칼리아리에 입단하며 이탈리아 축구와 인연을 맺은 한광성은 2년 만에 리그 최강팀으로 자리를 옮기며 ‘아시아 축구 최고 유망주’ 반열에 올랐다. 한광성의 유벤투스행과 관련해 핵심적인 궁금증 5가지를 심층 분석했다.
 
지난 1월 아시안컵 본선 기간 중 북한대표팀 동료들과 몸을 푸는 한광성. [연합뉴스]

지난 1월 아시안컵 본선 기간 중 북한대표팀 동료들과 몸을 푸는 한광성. [연합뉴스]

①북한 국적 한광성이 어떻게 세리에A에?
 
북한은 김정은 집권 초기인 2013년께 엘리트 축구선수 양성을 위해 평양국제축구학교를 짓고 전국의 축구 유망주 80명을 불러모았다. 이 선수들 중 두각을 나타낸 40명을 다시 추려 유럽 유학 기회를 줬다. 수비수 20명은 이탈리아로, 미드필더와 공격수 20명은 스페인으로 각각 유학을 보냈는데, 한광성은 유망 공격수로 선정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축구를 배웠다.
 
지난 2014년 아시아 16세 이하(U-16) 챔피언십은 한광성이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됐다. 결승에서 당시 FC 바르셀로나(스페인) 소속 유망주 이승우(21ㆍ신트트라위던)가 이끈 한국을 꺾고 정상에 오르며 ‘아시아 축구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이탈리아 무대에 진출한 건 안토니오 라찌(71) 전 이탈리아 상원의원이 주선한 결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 활동 중인 한 에이전트는 “라찌 전 상원의원은 북한의 김정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등 독재자들과 서방 세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인물”이라면서 “북한을 국제 사회에 끌어내기 위한 교류 매개체로 축구를, 한광성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U-16 아시아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득점한 뒤 솟구치는 한광성(맨 오른쪽). [중앙포토]

지난 2014년 U-16 아시아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득점한 뒤 솟구치는 한광성(맨 오른쪽). [중앙포토]

 
②지난해부터 유벤투스 입단설이 이어졌는데?
 
유벤투스가 한광성에 눈도장을 찍은 건 지난해부터다. 지난 2017년 북한 선수 최초로 이탈리아 리그에 진출한 한광성이 세리에A와 B를 오가며 꾸준한 활약을 선보인 결과다.
 
이적이 다소 늦어진 건 올해 초 1000만 유로(133억원)까지 치솟았던 몸값 때문만은 아니다. 북한 관련 국제 정세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7년 12월 결의 2397호를 통해 해외 파견 중인 북한 노동자들을 24개월 이내 본국에 송환하도록 조치했는데, 축구선수인 한광성도 이 조항의 영향을 받는 ‘해외 근로자’다.
 
한광성의 유벤투스행에 일부 관여한 한 에이전트는 “유벤투스 구단이 한광성과 계약을 앞두고 UN 안보리 제재 내용과 향후 전망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했다”고 귀띔했다. 계약서상 한광성은 올 시즌엔 유벤투스에 임대선수 신분으로 참여한다. 이적료는 내년 여름에 주고 받기로 했는데, 이 역시 UN 제재를 감안한 완충 장치다.  
 
지난 2017년 칼리아리 입단 직후 구단 훈련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한광성. [칼리아리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7년 칼리아리 입단 직후 구단 훈련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한광성. [칼리아리 홈페이지 캡처]

③혹시나 연봉을 북한 당국이 가져가면?
 
지난 1월 스페인 스포츠 전문지 ‘마르카’가 “한광성의 연봉 중 1600유로(200만원)를 제외한 나머지를 북한 당국이 챙긴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한광성 측이 이를 부인했지만, 관련 논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이탈리아 클럽 피오렌티나가 북한 공격수 최성혁(21ㆍ아레초)을 영입했지만, ‘연봉을 북한 당국이 몽땅 가져간다’는 소문이 퍼지자 5개월만에 계약을 해지했다. UN 경제제재 조치를 위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구단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이탈리아 의회가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는 북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연봉 지급 방식 및 사용처에 대해 조사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지만, 이내 흐지부지됐다. 인권 침해 논란을 우려한 이탈리아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축구 전문 온라인 매체 ‘펀디트 피드’는 “한광성이 세계적인 명문 유벤투스로 이적한만큼 구단이 대리인을 거치지 않고 선수에게 직접 연봉을 지급하는지, 선수가 받은 연봉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축구계의 궁금증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17년 자신의 생일에 이탈리아 현지 여성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한광성. 이 사진이 화제가 되자 SNS 계정에서 삭제했다. [한광성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2017년 자신의 생일에 이탈리아 현지 여성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한광성. 이 사진이 화제가 되자 SNS 계정에서 삭제했다. [한광성 인스타그램 캡처]

④한광성을 감시하는 사람은 없나?
 
한광성이 이탈리아 리그에 머무는 동안 ‘감시원이 따라다닌다’는 등의 보도가 나온 적은 없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한광성을 포함해 해외 진출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관리 중인 정황은 드러난 상태다.
 
페루자 시절이던 지난 2017년 한광성이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와 인터뷰에 불참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한광성은 예고도 없이 녹화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마시밀리아노 산토파드레 페루자 회장은 “북한측 인사가 구단에 전화를 걸어 (한광성의) TV 출연을 막았다”면서 “(북한과 미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TV에 나갈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털어놓았다.
 
북한축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북한 축구계가 유럽으로 축구 유학을 떠날 선수들을 결정할 때 출신 성분까지 꼼꼼히 따져 뽑았다”면서 “한광성을 포함해 해외 진출 승인을 받은 선수들의 경우 ‘검증’을 마친 것으로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광성은 이탈리아 현지 언론과 인터뷰할 때 늘 김정은에 대한 감사인사로 시작하는 등 여느 북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벤투스 구단 엠블럼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한광성. [사진 유벤투스 트위터 캡처]

유벤투스 구단 엠블럼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한광성. [사진 유벤투스 트위터 캡처]

⑤호날두와 호흡 맞추는 모습, 볼 수 있을까?
 
한광성은 유벤투스와 계약했지만, 정확히는 A팀이 아닌 23세 이하 팀(유벤투스B) 소속이다. 유벤투스B는 세리에C(3부리그) 소속이니 어찌 보면 칼리아리 시절에 비해 참여하는 리그 수준이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유벤투스 구단은 한광성이 1군 선수단에 참여해 훈련하는 시간을 차츰 늘려가는 방식으로 성장을 도울 예정이다.
 
1군에서 팀의 간판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ㆍ포르투갈)와 함께 세리에A 무대를 누비는 장면을 당장 기대하긴 쉽지 않다. 유벤투스 공격진은 호날두를 비롯해 파울로 디발라(아르헨티나), 곤살로 이과인(아르헨티나), 마리오 만주키치(크로아티아),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이탈리아) 등 수준급 선수들로 가득하다.
 
한광성의 팀 내 역할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선수들을 대체하는데 있다. 1군 경기 출전 기회는 컵대회 등 비중이 낮은 무대부터 주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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