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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중앙일보 논설위원,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지방에서 수도권 오면 임금 10% 느는데 서울행 막을 수 있나

중앙일보 2019.09.03 05:00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 청년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 청년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방대에 재학 중인 김이현(26·가명)씨는 여름 방학 내내 서울에 있었다. 그의 집은 대구다. "취업 정보도 지방에선 구하기 힘들다. 인터넷으론 (정보 수집에)한계가 있다. 취업한 선배도 만나고, 서울에서 다른 취준생(취업준비생)과 함께 공부하다 보면 얻는 게 확실히 많다. 월급도 서울이 많은 것 같다." 아예 수도권 취업을 염두에 두고 서울 생활에 착수한 셈이다.
 

지난해 서울·경기에 20대 6만5000명 몰려…다른 지역은 청년 유출

청년층의 서울 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학만 인(in)서울이 아니라 취업도 인서울이다. 지난해 20~29세 연령대 청년의 순이동자 현황에서도 나타난다(통계청). 서울에는 청년층이 3만9300명 늘었다. 경기도에는 2만5400명이 유입됐다. 이외에 청년층이 유입된 곳은 인천(1600명), 세종(4800명)뿐이다. 나머지 지역은 모두 순 유출, 즉 청년들이 떠났다. 부산·대구·대전·광주 같은 광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전체 연령층을 따져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의 시도별 전출지 그래픽을 보면 울산을 제외하곤 모두 수도권으로 몰려든다. (아래 그래픽)
숸역 간 순 이동 [통계청]

숸역 간 순 이동 [통계청]

지역별 전입과 전출 현황 [자료=통계청}

지역별 전입과 전출 현황 [자료=통계청}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는 역시 임금과 같은 근로조건 때문이다. 한국노동경제학회지에 이를 분석한 논문(최충 한양대 ERICA캠퍼스 경제학부 교수 등 3인)이 지난해 6월 실렸다. 수도권으로 직장을 옮기면 임금이 오르는가를 들여다봤다. 결론은 역시나였다.
 

수도권 일자리 월평균 18만원 가량 높아…"수도권 프리미엄 존재"

연구결과 비수도권의 대졸자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면 첫 직장 임금 대비 약 9.5~10.3%의 임금 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으로 따지면 월평균 17만~18만6000원이었다. 임시직이나 일용직을 제외한 상용직의 경우다. 최 교수팀은 "수도권 프리미엄이 존재한다"고 봤다.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비수도권은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수도권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의 '2017년 청소년 및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1~5월 등록된 아르바이트 일자리 중 절반이 서울(24.6%), 경기(20.5%)에 집중돼 있다. 3~5위인 부산(9.7%), 대구(7.9%), 인천(6.5%)과 현격한 차이다.
 
사정이 이러니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를 타개하고자 정부는 2010년 7월 지역 일자리 공시제를 도입하고, 지역사회서비스 청년 벤처 지원, 지역 맞춤형 취업교육, 지역 고용 컨설팅 사업 등 다양한 정책을 구사했다. 그러나 좀처럼 상황은 반전되지 않고 있다.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최충 교수 연구팀은 앞서 논문에서 "수도권 프리미엄이 있는 상황에서는 비수도권의 지역 인재 유출이 지속할 개연성이 크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장소 기반의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출신 대학 소재지에서 첫 직장을 구한 경우에는 이주 경향이 감소하고, 대학의 취업 지원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비수도권 취업 경향이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비수도권 대학의 취업 지원을 향상시키는 지역 차원의 정책 역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 지역 고용책 내놓지만 자율과 경쟁, 성과 빠져 실효성 의문

정부가 지난해부터 지역 고용정책 개선방안을 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 방안들은 기존에 시행하던 것을 더 활성화하는 수준이다. 지역 분권화를 주창하고 있지만, 중앙집중식 관행을 벗어났다고 보기 힘들다.
 
외국은 지자체 간 자율경쟁을 유도한다. 미국의 경우 지역별 자율과 경쟁에 기반해 성과를 평가하는 성과주의다. 지역에서 알아서 일자리 정책을 디자인하고, 시행하도록 한 뒤 성과가 높은 지자체에 예산을 몰아준다. 주 정부가 공장용지를 무상으로 기업에 지원하는 것과 같은 지역별 고용 대책이 시행되는 것도 이런 자율·경쟁 정책이 뒤를 받치고 있어서다. 우리처럼 지역별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지역에 지원금을 퍼붓고 성과가 나지 않아도 되는 식이 아니다. 사후에 성과가 나면 그에 든 예산과 향후 투입될 자금을 지원하는, 철저한 성과형 지역 고용지원책이다.
 
또 정부 정책에는 청년이 취업의 주요 잣대로 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임금을 비롯한 근로조건의 격차 해소 방안이 미흡해 효과 검증이 필요하다.
 

"지역의 고용 디자인 역량부터 키워야…정부는 경쟁 통한 성과 독려 필요"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경제학 교수(전 통계청장)는 "지역의 대학도, 지자체도 고용을 디자인할 역량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역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부는 지역별 경쟁을 통한 성과를 확인하고, 그에 맞춰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방식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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