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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해명에 판 깔아준 여당, 시간 끌다 청문회 놓친 야당

중앙일보 2019.09.03 00:04 종합 6면 지면보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일 ‘법대로 조국 청문회 실시’ 문구가 적힌 종이를 자리에 부착한 채 정기국회 개회식에 참석해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국 후보자의 기자간담회와 관련해 ’조 후보자가 법에서 정한 인사청문회를 회피하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기습 침략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일 ‘법대로 조국 청문회 실시’ 문구가 적힌 종이를 자리에 부착한 채 정기국회 개회식에 참석해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국 후보자의 기자간담회와 관련해 ’조 후보자가 법에서 정한 인사청문회를 회피하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기습 침략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셀프 청문회’를 위해 안방과 사랑방을 모두 내줬다. 조 후보자로부터 전화 두 통을 받고서다. 국회 본관의 민주당 정책위의장실은 조 후보자의 대기실, 민주당이 의원총회 개최를 명목으로 빌려놓은 246호는 간담회장이 됐다. 사회는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맡았다.
 

민주당, 조국 ‘셀프 청문회’ 수용
김부겸 “부적절” 반대에도 강행
홍익표 당 수석대변인이 사회
문 대통령, 10일 이전 임명 가능성
박지원 “한국당, 자기 꾀에 넘어가”

‘셀프 청문회’ 개최 경위에 대해 조 후보자는 “오늘 오전 11시와 12시 사이에 무산되는 것을 확인하고 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실에 두 군데 연락해 부탁했다”고 말했다. 고성 끝에 청문회 무산으로 기운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을 빠져나온 민주당 위원들이 “끝났다”고 말한 게 11시54분 무렵이고,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기자들에게 간담회 개최 계획을 통보한 게 12시였다. 법사위 도중 전화를 건 조 후보자의 요청을 민주당 지도부가 거의 즉석에서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오후 1시30분에 열린 의총에서는 내부에서도 “적절치 않으니 조정하자”(김부겸 의원)는 의견이 나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청와대 “조 후보자의 불가피한 선택” 
 
‘셀프 청문회’ 직전 긴급 기자간담회를 청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를 후보자 개인의 일방적 명령·비난·선동의 장으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이라며 “후보자 자질 검증과 진실규명의 책무를 망각하고 후보자 개인의 홍보기획사인 양 행동하는 더불어민주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대대표도 “불법 청문회는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끝내 국민청문회를 강행한다면 문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권한 남용으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곁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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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후보자는 ‘셀프 청문회’ 개최 의도에 대해 “오늘이 아니면 제가 저의 최소한의 이야기를 국민 여러분께 알릴 기회가 없어지는구나 생각했다”며 “더도 덜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철저히 사전 기획된 대국민 사기 청문회”(김도읍 한국당 법사위 간사)라는 게 야당의 시선이다. ‘셀프 청문회’ 추진 과정의 당·청과 후보자의 보조가 약속한 듯 맞아떨어져 왔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 인사청문회와 국민청문회 모두를 ‘사실상 무산’으로 보는 시각이 새어 나온 건 지난달 29일부터였다. 이날은 민주당이 조 후보자의 부인·딸의 증인채택 문제를 최장 90일 끌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며 후보자 가족을 증인으로 내놓을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날이다.  
 
같은 날 원내지도부 회의 뒤엔 “(국민청문회도) 흐름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셀프 청문회’가 통보된 이후 청와대의 반응도 빨랐다. 2일 오후 2시45분 윤도한 국민소통 수석은 “조 후보자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논평했다. “이런 형태로 충분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청문회 일정 협의가 표류하면서 당·청과 후보자 사이의 협의가 긴밀해진 것은 맞지만 간담회 장소와 시기는 전적으로 조 후보자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은 문재인 대통령으로 넘어갔다. 문 대통령은 3일부터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국무회의 전 임명하는 쪽이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문 대통령의 스타일상 태국 등 동남아 3국 순방 중 전자결재로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의총과 기자회견을 연달아 열고 강하게 성토했다. “‘법대로 청문회’를 할 수 있는 기한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또 조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를 연 상황에서 민주당이 청문회 개최에 합의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자기 꾀에 자기가 속는다’는 속담을 한국당이 실천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저는 일찍부터 모친·부인·딸은 인도적 차원에서 증인 신청하지 말고 그외 증인은 민주당에서 응하라고 제안했다. 이제 와서 증인 빼준다니 이미 ‘청문회 열차’는 떠난 뒤”라며 “역시 버스 지나니 손 흔드는 한국당”이라고 지적했다.
 
국감 30일 시작 … 정기국회 일정은 합의 
 
한국당은 이날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에 대한 반론 기자간담회를 열 것을 언론에 요청했다. 이날 각 방송사에 공문을 보내 “방송은 정치적 이해당사자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할 때 균형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에 대한 반론권 차원에서 내일(3일) 오후 2시 한국당 ‘조국 인사청문회 TF’ 기자간담회 생중계를 요청한다”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2일 국회의장실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정기국회 일정에 합의했다. 17~1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23~26일 나흘간은 대정부질문이 진행된다. 분야별로 23일 정치, 24일 외교·통일·안보, 25일 경제, 26일 사회·문화 등이다. 9월 30일~10월 19일 국정감사를 한다. 2020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영계획안의 정부 시정연설은 10월 22일에 실시한다.
 
임장혁·김경희·성지원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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