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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추억의 게임’으로 Z세대 잡아볼까

중앙일보 2019.09.03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구찌가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한 미로게임 ‘구찌 비’. [사진 루이 비통]

구찌가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한 미로게임 ‘구찌 비’. [사진 루이 비통]

최근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퉈 복고풍 게임을 출시하며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로 대변되는 80~90년대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구찌는 모바일 어플에 8비트 아케이드 게임 형식의 게임 ‘구찌 비’와 ‘구찌 에이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구찌 비는 벌이 미로를 돌아다니며 바닥에 뿌려져 있는 별을 먹는 미로게임, 구찌 에이스는 화면 위아래에 위치한 탁구채를 좌우로 움직여 하는 탁구게임이다. 두 게임 모두 거친 픽셀의 그래픽과 단순한 플레이가 특징인 1970~80년대 스타일로, 2015년 이후 구찌가 보여온 레트로 감성을 그대로 적용했다.
 

구찌·루이 비통, 잇따라 게임 출시
디지털 익숙한 10~20대 겨냥

루이 비통 역시 최근 복고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비디오 게임 ‘앤드리스 러너’를 출시했다. 80년대 미국 뉴욕의 어두운 뒷골목을 배경으로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캐릭터가 끝없이 달리고 점프하며 루이 비통의 로고(LV)를 획득하는 형식이다. 게임은 온라인 상에서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지금 세계 패션업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두 브랜드가 공통으로 게임을 출시한 것도 흥미로운데, 둘 다 ‘추억의 게임’을 채택했다는 점에도 주목할만하다. “손에 익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평이 나올 만큼 단순하고 플레이가 쉽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루이비통의 비디오 게임 ‘앤드리스 러너’. [사진 루이 비통]

루이비통의 비디오 게임 ‘앤드리스 러너’. [사진 루이 비통]

게임을 내놓으며 구찌는 “70~80년대에 인기 있었던 비디오 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루이 비통은 “복고 게임으로 컬렉션 컨셉트인 레트로를 표현했다”고 이야기했지만 업계 일각에선 복고 게임의 출시는 신흥 소비층으로 떠오른 10~20대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최근 몇 년간 명품업계는 디지털 세상에 사는 8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를 잡기 위해 지속적인 디지털적 접근을 해왔다. 2016년 루이 비통은 이미 게임 ‘파이널 판타지’의 캐릭터인 핑크 머리의 ‘라이트닝’을 2016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의 홍보대사로 임명한 적이 있다. 그래픽으로 만든 버추어 모델(가상모델)도 명품 광고모델로 등장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가상 인물 ‘릴 미켈라’는 지난해 타임지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에 이름을 올리며 많은 명품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러브콜을 받았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소장(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은 명품업계가 게임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의 10대는  게임을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주류 문화로 여기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분석했다. 기성세대에게는 그저 놀이나 휴식의 일환, 또는 유익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됐던 게임이 Z세대에게는 다른 대접을 받는다. 김 소장은 “10~20대가 좋아하고 또 익숙한 게임은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도구”라고 말했다.
 
책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씨는 90년대 생의 특징을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로 정의하며 “90년대생은 광고를 차단하기 바쁘다. 대놓고 하는 광고는 더 이상 이들에게 먹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미를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Z세대에게 명품 브랜드가 기존에 해온 광고는 톱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고 예술적인 영상미로 무장한다해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즉각적인 재미를 주는 단순한 게임을 즐기게 하는 게 브랜드의 매력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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