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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대입 개편 논의 착수…'정시 vs 수시' 갈등 재현될 듯

중앙일보 2019.09.02 17:00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 스퀘어에서 청년 노동자단체 '청년전태일'이 '조국 후보 자녀와 나의 출발선은 같은가?'를 주제로 연 공개 대담회에서 참가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 스퀘어에서 청년 노동자단체 '청년전태일'이 '조국 후보 자녀와 나의 출발선은 같은가?'를 주제로 연 공개 대담회에서 참가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28)씨의 대입 특혜 의혹이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 논의로 번지고 있다.  2일 교육부는 "대입 전반을 재검토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조만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입시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대입 제도 개편을 놓고 각계각층의 의견과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교육계 일각에선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정시파'와 '수시파'의 갈등이 재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교육부 한상신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문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을 수행 중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귀국한 이후인 4일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전날 문 대통령과 함께 태국으로 출국했으며 3일 귀국할 예정이다.
 
한상신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대입제도가 단순히 대입만 손본다고 달라지는 게 아닌 만큼 대입뿐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현재 고1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엔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 공론화를 진행한 국가교육회의의 권고를 받아들여 수능 위주의 정시 비율을 확대키로 했다. 한 대변인은 "이미 큰 틀의 계획이 나와 있는 2020 대입은 사전예고 대상이라 변경이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의 개선은 단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2020 대입에서 모집 정원의 30% 이상을 정시로 선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부가 대입 개편 논의를 예고하자 교육계 안팎에선 새로운 대입 개편의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수능 위주 정시를 확대하자고 주장해온 이들은 조 후보자 딸의 의혹에서 학종 등 수시전형의 문제점이 다시 한번 드러난 만큼, 향후 대입 개편은 정시 확대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능보다 학종 등 수시전형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온 이들은 그간 노출된 학종의 문제점을 개선해 공정성을 높이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맞섰다.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이종배 대표는 “조 후보자 자녀의 진학 과정은 학종이 금수저‧깜깜이 전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며 “2022학년도 이후 대입은 수능을 중심으로 한 정시전형 비율을 70~80%까지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시확대추진학부모모임의 박소영 대표도 “조 후보자 딸 사례처럼 학생이 왜 대학에 합격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게 수시의 가장 큰 문제다. 수능 성적표만 있으면 논란이 없는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입시비리 근절을 위한 학종 폐지 및 정시확대 촉구 촛불문화제를 열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입시비리 근절을 위한 학종 폐지 및 정시확대 촉구 촛불문화제를 열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정시파'와 달리 수시 전형을 지지하는 진영에선 문 대통령의 발언을 학종의 공정성·객관성을 확대하라는 취지로 해석한다. 때문에 학종의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대통령의 발언이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를 벗어나는 범위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학종이 가진 공정성 시비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의미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 소장은 이어 “학종은 수능과 달리 자신이 불합격한 이유가 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이 최소한의 공식적인 이의제기 절차와 확인 통로를 만들고, 영역별 총점과 개인의 합산점수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구본창 정책국장도 “불공정한 사회를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학종이 아니고 과도한 대학 서열화와 이로 인한 임금 불균형”이라며 “현재 학종에 불공정 문제가 있다고 수능과 같은 점수에 따른 줄 세우기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학종의 개선을 위해 구본창 정책국장은 "수상경력을 대입에 반영하지 못 하게 하고, 자기소개서를 폐지하고 공공사정관제 등을 도입해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되는 새로운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지난해 국가교육회의의 공론화 이상의 결론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왔다. 국가교육회의는 지난해 500여명의 시민참여단을 통해 공론화 과정까지 거치며 대입제도 개편을 논의했지만, 당시 23% 수준이었던 정시를 30% 비율로 상향하는 정도의 권고에 그쳤다. 수시·정시 확대를 둘러싼 학생·학부모·교사·대학·시민단체의 의견이 워낙 엇갈려 갈등만 키웠다는 회의론도 나왔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입 제도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은 학생·학부모의 혼란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대입 3년 예고제가 법으로 명시돼 있는 만큼 사회 혼란을 주지 않는 선에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민희·박형수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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