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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현장검증 다시 하자" 느닷없는 고유정 측 주장, 왜

중앙일보 2019.09.02 16:19
전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2일 오후 두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뉴시스]

전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2일 오후 두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뉴시스]

손에 밴드, 머리 내린 고유정에 쏟아진 야유

2일 오후 2시 제주지법 201호 법정.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이 법정 안에 들어서자 “뻔뻔스러운 년” “악랄한 년”이라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1차 공판 때처럼 얼굴을 머리로 가린 채 들어선 고유정의 오른손에는 상처 치료용 밴드가 붙어 있었다. 앞서 고유정은 살해 당시 성폭행을 시도한 전남편과 다투는 과정에서 손을 다쳤다고 주장하며 오른손을 증거보전 신청한 바 있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고유정, 2일 2차 공판서도 "우발범행"
“전남편 성폭행 저항하다 손에 상처”
방청객들 “악랄한년” “사형시켜라”

고유정측은 이날 전남편 살해가 이뤄진 제주 펜션에 대한 현장검증을 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전남편을 살해한 원인이 성폭행을 시도하던 전남편에 저항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범행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고유정의 변호인인 남모 변호사는 이날 “현장검증을 하면 당시 펜션에 남은 혈흔과 매치되는 사실적인 것(우발적 범행)들이 입증 가능하다고 본다”며 “현장검증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인제 와서 현장검증을 하자는 것은 자신이 주장하지 않은 바에 대해 사후 맞춰보겠다는 것”이라며 변호인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피고인이 수사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범행 현장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검증을 신청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현장조사 필요성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명령했다. 필요성이 입증돼야 현장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전남편 살해 당시 사용된 졸피뎀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남 변호사는 고유정이 수면제인 졸피뎀을 먹여 항거불능의 상태에 빠진 피해자와 몸싸움을 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모순된다는 점을 거듭 주장했다. 졸피뎀 성분이 검출된 이불에 묻은 혈흔은 피해자의 것이 아닌 피고인 고유정의 것이며, 고유정은 피해자에게 졸피뎀을 먹인 사실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유정이 2일 오후 두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안에 들어가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연합뉴스]

고유정이 2일 오후 두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안에 들어가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연합뉴스]

고유정 측 “카레든 졸피뎀 먹인 적 없다” 

남 변호사는  이날 “검찰이 (졸피뎀과 관련해) 상식에 맞지 않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졸피뎀을 먹으면 보통 30분 이내에 쓰려져 잠이 들게 돼 있다”며 “(피해자가 반항했다는)검찰 측 주장은 상식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남 변호사는 졸피뎀 제조사에 대한 사실조회를 통해 관련 사실을 입증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고유정 측이 현장검증이나 졸피뎀에 대한 재조사를 요청한 것은 당시 범행이 전남편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임을 강조하기 위한 주장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고유정 측은 자신의 오른손에 난 상처가 스스로 상처를 낸 ‘자해흔’이라고 밝힌 검찰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남 변호사는 지난달 12일 첫 공판에서 “숨진 강모(36)씨는 아들과의 면접교섭이 이뤄지는 동안 스킨십을 유도했다”며 “(살해된) 펜션으로 들어간 뒤에도 싱크대에 있던 피고인에게 다가가 갑자기 몸을 만지는 등 성폭행을 하려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변호인은 “피고인은 6년의 연애기간 내내 순결을 지켰다. 혼전순결을 지켜준 남편이 고마워 성관계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다”며 “변태적인 성관계 요구에도 사회생활을 하는 전남편을 배려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고유정 측은 “피해자가 설거지를 하는 전 아내의 뒷모습에서 옛날 추억을 떠올렸고, 자신의 무리한 성적 요구를 피고인이 거부하지 않았던 과거를 기대했던 것이 비극을 낳게된단초”라고 말했다. 숨진 강씨의 성욕이 강했다는 점을 주장함으로써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된 책임을 피해자 측에 돌린 것이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경찰에 체포될 당시 모습. [중앙포토]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경찰에 체포될 당시 모습. [중앙포토]

서울서도 방청객 열기…식지않은 공분

이에 대해 피해자 측 변호인은 “현장검증이나 졸피뎀에 대한 논란 등을 통해 재판을 길게 끌어가려는 전략”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재 고유정은 대검찰청 감정 결과 그리고 국과수 감정 결과를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다”며 “흉악범죄도 재판이 길어질수록 여론이 멀어진다는 점을 노려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전락”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유정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열린 이날 제주지법에는 이른 아침부터 재판을 보기 위한 시민들이 줄을 섰다. 제주지법은 이날 오전 10시20분쯤 4층 대회의실에서 방청권을 공개 추첨 방식으로 배부했다. 이날 방청권 추첨에 응모한 77명 중 48명이 재판 방청 기회를 얻었다. 이날 재판은 재판장의 제지 속에서도 지난 1차 공판 때와 비슷하게 재판 중 방청석에서 “사형시켜라” “영원히 없어져야 한다” 등의 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날 재판 때는 지난 1차 공판보다 대기줄은 다소 줄었지만 이른 아침부터 많은 시민이 법원을 찾아 사건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보여줬다. 이날 서울에서 오전 6시25분 출발한 항공기편을 이용해 제주를 찾은 A씨(45)는 “범행 수법이 잔혹해 사건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며 “지난 1차 공판 당시 언론보도를 보니 피고인 측 변호인의 진술이 너무 터무니없어 직접 들어보기 위해 왔다”고 했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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