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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찰청장 "형님이 도난당한 1억5000만원을 왜 내게 묻나"

중앙일보 2019.09.02 05:00
조용식 전북경찰청장이 지난 7월 5일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조용식 전북경찰청장이 지난 7월 5일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조용식(59) 전북경찰청장(치안감) 관할 익산의 친형 집에서 현금 1억5000만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수억원의 현금다발을 집 안 장롱에 두는 게 드문 일인 데다 가방에 있던 3억원 중 절반만 누군가 가져가 미스터리라는 지적이다.  

관할 익산의 친형 집서 5만원 현금다발 사라져
조용식 청장 4형제 중 장남으로 건설업자 출신
"아파트 리모델링비 3억 준비했다 절반 도난"
돈 출처 등 미스터리…경찰 "원칙대로 수사"

 
전북 김제 출신으로 서울경찰청 차장을 지낸 조 청장은 지난 7월 5일 부임한 지 두 달도 안 돼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전북 치안을 책임지는 수장의 관내에 사는 가족이 거액의 현금을 도난당해서다. 조 청장은 지난달 3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형 사건을 묻는 것에 대해 "본인한테 물어보셔야지 왜 나한테 물어보냐"며 "수사는 원칙대로 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도대체 조 청장 친형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일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건설업자 출신 조모(72)씨는 지난달 23일 "(익산의) 집에서 현금 1억5000만원이 없어졌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조씨는 조 청장네 4형제 중 장남이다. 조 청장은 셋째다. 대통령 경호처 고위 간부를 지낸 둘째는 현재 공공기관 감사이고, 넷째는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경찰에서 "최근 진행한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비를 주기 위해 두 달 전쯤 현금 3억원을 찾아놓았는데 절반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돈은 모두 5만원권으로 조씨가 가방에 넣어 장롱 속에 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아파트에는 조씨 부부와 딸 등 3명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시작된 리모델링 공사는 7월 말 거의 마무리됐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만 인부 1명씩 집을 방문해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경찰은 공사에 참여한 인부 4명을 조사했지만, 이들은 모두 "돈을 가져간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 가족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일 때만 딴 데서 묵고, 7월 말 이후에는 계속 집에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현금 3억원을 집에 보관하는 게 흔치 않은 데다 공사비를 계좌 이체가 아닌 현금다발로 주려 했다는 게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씨 아파트는 전용면적 172㎡(52평)로 실거래가는 4억5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인테리어 업계에 따르면 전북 지역 아파트 리모델링 비용은 3.3㎡당 100만∼150만원 수준이다. 이럴 경우 조씨 아파트 공사비는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이 때문에 "조씨가 '공사 대금으로 3억원을 준비했다'는 설명은 상식에 벗어난다"는 지적이 많다. "도둑이 3억원을 모두 가져가지 않고 절반만 들고 간 점도 수상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조용식 전북경찰청장이 지난 7월 5일 전북경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함께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조용식 전북경찰청장이 지난 7월 5일 전북경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함께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사건을 두고선 억측이 난무하지만, 경찰은 "피해자가 잃어버린 돈의 출처와 용도 등은 수사의 본류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조씨 아파트 입구와 엘리베이터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해 절도범의 단서를 찾고 있다.  
 
익산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에게는) 돈을 도난당했다는 사실과 일시·장소 등만 확인했다"며 "평소 절도 사건에 준해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 기간 방문자 가운데) 조씨 손님은 하나도 없었고, 청장과 관련된 사람도 없었다. 조씨 부인 지인들만 집에 드나들었고, 나머지는 인부들이었다"고 했다.

 
조 청장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다음은 조 청장과의 일문일답.  
 
- 친형 집에서 거액의 현금이 사라진 것을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본인한테 물어보셔야지 왜 나한테 물어보나. 형님이 70이 넘었는데 (내가) 사생활까지 알고 있나. 내가 '형, 이게 무슨 돈이냐'고 물어볼 수는 있다. (하지만) 나는 전화 자체를 하기 싫다. 왜 언론에서 나까지 엮어서 (잃어버린 돈의) 출처를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형은) 피해자 아니냐. 잃어버린 사람 열 받은 걸 생각해야지. 수사도 마찬가지다. 피해자한테 돈의 출처까지 물어볼 수 있나."
 
- 사건 터지고 나서 형님에게 연락은 하지 않았나.

"연락한다고 해서 도움이 되나. 형제들한테 얘기는 들었다. (형이) 이사 가고 난 뒤 (집을) 수리하기 위해 (인부들이) 많이 왔다 갔다 했다고만 들었다. 나도 휴가여서 일주일간 서울에 있었다. 오늘(8월 30일) 출근했다. 예를 들어 (형이) 강도나 살인 사건을 당했다면 전화라도 하고, 현장이라도 가보는데 돈 관련 아니냐. 그 사람이 사업을 해서 돈을 벌었든, 저축했든 왜 그런 걸 물어보나. 우리 같은 사람은 집에 1000만원도 없지만, 사업하는 사람들은 돈이 1억~2억원은 기본으로 있는 것 아니냐."  
 
- 리모델링하다 돈을 잃어버렸다는데.  

"인테리어 비용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비용도) 하기 나름 아니냐. (같은) 50여 평짜리도 이탈리아제(고급 자재)를 쓰면 더 비쌀 것이고, 기본으로 하면 1억(원)이 갈 것이다."

 
- '전북에 부임하고 나서 형 조씨 집에 사람들이 들락거렸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누가 들락거렸겠나. 난 알지도 못한다. 오는 손님이 누가 있겠나. (리모델링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이나 몇 사람 왔다 갔겠지."

 
- 동생이 현직 청장이다 보니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런 얘기는 감수하지만, 나는 관심 없다."

 
- 그래도 가족인데.

"나는 관심 없다. 형이 나보다 부자다. 마음의 위로는 하겠지만 전화하면 (본인이) 얼마나 괴롭겠나. 동생이 청장인데…."  
 
- 형 사건은 언제 알았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첫날 알았다. (8월) 23일 익산서장한테 전화는 왔었다. (피해자가) 청장 형이니까. '수사를 잘하라, 마라'도 하지 않았다. (수사는) 원칙대로 하는 거다."
 
- 현금이 더 있었는데 절반만 가져간 것도 의아하다.

"그거야 도둑놈이 어떤 마음으로 가져갔는지 그놈이 아는 거니까."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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