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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차기주자들 일제히 "나도 당했다"···'조국 빙의'

중앙일보 2019.09.02 05:00
이른바 ‘조국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쏟아진 의혹 국면에서 초반에는 침묵하던 여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들이 연이어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 “나도 조 후보자 처럼 공격당한 경험이 있다”는 식이다. 성범죄 피해사실 고발 캠페인이었던 미투 운동과 표현방식이 비슷하다고 해서 ‘조국 미투’란 말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을 존중한다면 조국 후보자의 청문회를 열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 시장은 “사실 저에게도 꼭 같은 경험이 있다”며 이렇게 적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지난 5월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 시작에 앞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가운데), 조국 민정수석(현 법무부 장관 후보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지난 5월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 시작에 앞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가운데), 조국 민정수석(현 법무부 장관 후보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처음 서울시장 선거에 나왔을 때 상대방은 온갖 허위사실을 만들어 공격해 왔다. 문제는 조금만 조사를 해 보면 누구나 허위사실인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언론이 그 주장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박 시장은 당시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 등으로 공격을 받았다. 현역 판정을 받고 훈련소에 입소한 뒤 통증을 호소해 퇴소하고, 이후 재검으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을 두고서다. 그는 “야당과 일부 언론은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해서는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어쩌면 그가 법무부 장관이 되어서 하게 될 ‘사법개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권에선 “대권놀음이나 정치참견은 그만하라”는 반발이 나왔다. 황규환 자유한국당 청년대변인은 “국민들의 고통을 돌보고 국민들을 격려할 수 있는 서울시정에 매진하시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는 박 시장보다 조금 더 먼저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녀사냥 그만.. 정해진 규칙대로 해야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살아오면서 몸으로 깨달은 진리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한쪽 말만 듣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다”라며 “당사자의 소명이 결여된 비판은 많은 경우 실체적 진실과 어긋난다”고 적었다.

 
이 지사는 이어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지금의 상황은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에 가깝다. 일방적 공격을 가해 놓고 반론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여권에서는 이 지사가 ‘마녀사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두고 “이 지사 부부가 지난해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트위터 계정 ‘혜경궁김씨(@08__hkkim)’ 논란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느낀 감정의 이심전심 아니겠냐”는 말이 나왔다.

 
지난 3월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조국 민정수석(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3월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조국 민정수석(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나도’ 행렬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증인으로 조 후보자의 가족을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야당을 비판하면서다. 김 의원은 “서슬 퍼렇던 군사계엄 시절 내란음모 혐의를 받던 제가 도망 다니다 자수할 때도, 보안사에서 먼저 연행해 간 아버지는 풀어줬다”며 “한국당의 속을 짐작 못 할 바는 아니다. 어떻게든 심리적 압박을 가해, 자진 사퇴를 받아내겠다는 것 아니냐”고 썼다.

 
이들의 메시지는 조 후보자에 대한 옹호론으로 여권 지지층에 어필하는 측면도 있지만, 묘하게 동병상련인 측면이 있어 눈길을 끈다. 
 
김경수 경남지사.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 [연합뉴스]

미투 성격은 아니지만,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2심 재판 중인 김경수 경남지사도 페이스북에 고(故) 장준하 선생의 삼남 장호준씨의 글을 공유하면서 응원전에 가세했다. 장씨는 조 후보자의 딸의 대학 입시와 장학금 수혜 과정이 이번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른 데 대해 “지금 조양의 아버지에게 하이에나처럼 달려들고 있는 자들로 인해 조양이 겪고 있을 아픔의 시간들을 자랑스럽게 새겼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지난달 31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봉하음악회에서 조정래 작가와 대담하며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해 “팩트가 확인되지 않은 과정에서, 억측과 짐작만으로 부적격자라고 하는 것은 횡포이며 반지성주의”라고 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제가 조국 지명자에 대해서 감정이입이 굉장히 잘 된다”며 자신이 노무현 정부 때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됐던 당시를 떠올렸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스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스1]

“(인사청문회를)방송 생중계로 이틀하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도 채택되지 않았어요.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고 장관에 임명된 첫 번째 경우에요, 제가…(중략)…(당시 나를 때리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을 때리는 거였지. 이대로 임명하면 정권은 끝장날 줄 알아라, 이런 이야기들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졌죠. 약간 데자뷔(dejavu·기시감) 느낌 있죠?”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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