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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혁의 데이터 이야기] 사장님, 데이터 가지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중앙일보 2019.09.02 00:19 종합 27면 지면보기
유혁 윌로우 데이터 스트래티지 대표

유혁 윌로우 데이터 스트래티지 대표

데이터를 이용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하면서 보게 되는 가장 안타까운 사례는 많은 노력으로 모이고 다듬어진 데이터가 사용자의 인식 부족으로 의사결정에 쓰이지 않는 경우다. 양질의 데이터도 사용자가 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따지고 보면 남들이 하니까, 각종 미디어에서 그게 중요하다고 하니까 마지못해 데이터에 손을 대고 있는 기업이나 조직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그저 데이터를 많이 모아 놓은 것과 그것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체질화된 조직 간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수년 전 미국 동부의 대규모 케이블 TV회사 데이터 사업 총책과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그 회사에는 데이터 기반이 훌륭하게 구축되어 있었다. 고등분석 팀도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 딱히 기술적 도움도 필요 없는 듯 보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물었다. 대답은 실시간으로 많은 양질의 데이터가 조직 안에서 흘러다니고 있지만 다수의 의사결정자들이 아직도 기존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데이터 관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부서장의 입장에선 맥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사용자들은 데이터를 멀리하고 옛 방식을 고수하는 것일까. 첫째 이유는 정보가 많다고 해서 쓰기도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데이터는 질문에 대한 작고 명확한 대답의 형태를 띠고 있어야 사용자가 편해진다. 그래서 그 가공 과정이 가장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데이터 이야기 9/2

데이터 이야기 9/2

둘째 요인은 많은 이들이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걸 꺼려서다. 빅데이터가 유행하니 아무도 내놓고 싫다는 소리는 안 하지만, 직감으로도 여태 잘해왔다고 여긴다. 새롭고 많은 정보를 다루는 게 한마디로 귀찮은 거다. 하지만 아무리 유능하고 경험이 많은 중역의 직관도 잘 다듬어진 데이터보다 지속적으로 효과적일 수는 없다. 그래서 데이터를 관리·분석하는 부서의 책임자에게는 사용자를 제대로 교육하는 ‘데이터 전도사’의 역할도 주어져야 한다.
 
셋째 이유는 과거에 데이터를 몇 번 써봤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고 여겨서다. 데이터를 다루는 도구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이것만 구입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의 선전을 하게 마련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비싼 도구를 들여놨으니 속히 본전을 뽑고 싶은 게 당연하지만, 그걸 제대로 쓰지도 않고 괄목할 만한 결과만 바라면 곤란하다. 값비싼 피아노를 구입했다고 갑자기 연주도 잘하게 되는 건 아니다.
 
데이터란 과학적 접근방식으로 끊임없는 가설 제기와 검증을 통해 점진적으로 효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사용해야 한다. 즉 “데이터의 사용으로 기적적인 결과를 바라는 것”과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기 위해 데이터를 무시하는 것” 이 둘 다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다.
 
데이터도 제대로 이용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만약 결과가 신통치 않다면. 데이터만 탓할 일이 아니라 가공, 적용과 의사결정 과정 전체를 재검토해보길 바란다. 막연한 기대에 불과한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데이터를 다룬 사람들과 사용한 사람들의 질책으로 이어진다면. 불행하게도 그건 앞으로 데이터를 더 멀리하라고 권장하는 격이다. 중역들도 데이터와 그 분석에 대한 기본적 이해는 갖춰야 하는 이유다. 빅데이터는 그저 가지고 있기 부담스러운 요술 방망이가 아니다.
 
유혁 윌로우 데이터 스트래티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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