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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불렀는데 한국 돌아온 기업 60개뿐 왜

중앙일보 2019.09.02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일본이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에서 한국을 배제한 조치를 시행한 첫날(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들린 건 ‘유턴 기업(해외로 진출했다가 국내로 이전한 기업)’인 울산 현대모비스 부품공장 기공식이었다. 문 대통령은 기공식에서 “대기업 최초의 유턴 사례”라며 “한국으로 유턴한 기업이 경제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모비스 격려했지만
법인세·규제 장벽에 기업들 냉담
“기업하기 좋으면 막아도 온다”
유턴기업 미 1600개, 일 754개

‘경제 자강(自强)’을 강조한 문 대통령이 이처럼 유턴 기업을 직접 치켜세웠지만, 통계로 보는 유턴 기업은 ‘불모지’에 가깝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기업지원법)을 시행한 2013년 12월 이후 지난 5월까지 국내로 유턴한 기업은 60곳이다. 2014년 22개→2015년 4개→2016년 12개→2017년 4개→2018년 10개로 연평균 10개꼴이다. 미국 1600개(2010~2016년), 유럽연합(EU) 160개(2016~2018년), 일본 724개(2015년)와 대비된다.
 
그나마 속을 뜯어보면 불균형이 심하다. 유턴 기업 60곳 중 58곳(96.7%)이 중소기업이다. 55곳(91.7%)은 중국에서 돌아왔다. 다시 말해 국내 사업에 매력을 느껴 복귀했다기보다 중국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갈등’이 불거진 뒤 견디다 못해 국내로 복귀한 경우가 대부분이란 얘기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현대모비스조차 사드 보복에 따라 중국 시장 업황이 악화하면서 마지못해 철수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경호 의원은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고용창출과 투자 규모가 큰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 위주로, 그것도 중국에 편중한 기업만 극소수가 국내로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내 기업이 해외에 새롭게 세운 법인은 최근 5년간 1만6578개에 달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7위 수준 높은 법인세 부담 등 반기업·친노동 정책과 과도한 규제 탓으로 분석된다.  
 
산업부는 지난달 12일 유턴기업지원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존에 유턴 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해외 사업장 생산량을 50% 이상 줄여야 했지만 25%만 줄여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해외 생산 제품과 국내 복귀 이후 생산하는 제품이 일치해야 하는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턴 기업은 법인세·소득세를 7년간 최대 100% 감면받고, 종업원 1인당 720만 원 한도로 100명까지 고용보조금도 받는다.
 
하지만 기업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해외사업장을 가진 기업 150곳을 설문한 결과 국내 유턴을 고려하는 기업은 2곳(1.3%)에 불과했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기업은 이윤을 좇는 곳이라 유턴을 말려도 기업하기 좋으면 돌아온다”며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는 건 단순 인건비 문제뿐 아니라 여전히 기업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턴 기업 지원과 관련해선 미국이 귀감으로 꼽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턴 기업 유치를 주요 경제 정책의 하나로 앞세웠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고, 규제 1건을 도입할 때마다 2건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미국으로 기업을 유치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일본은 유턴 기업에 대해 규제 완화에 더해 연구개발비를 지원한다. 독일은 스마트 공장 구축을 돕는다. 각각 혼다(일본)·아디다스(독일)가 본국으로 일부 공장을 유턴하기로 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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