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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것이 모두 아름다운 건 아냐…반짝이 메이크업, 환경엔 적

중앙일보 2019.09.01 05:02
 
“반짝이는 것이 모두 금은 아니다(All that glitters is not gold)”

필환경라이프⑤ 생활 속 미세 플라스틱

외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의 속담이지만 지금 같은 플라스틱 세상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 됐다. 금보다, 보석보다 반짝이는 플라스틱 얘기다. 그러고 보니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더 의미심장한 말이다. 금이 아닌 반짝이는 것, 즉 플라스틱 반짝이가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  
 
축제 시즌이나 연말, 반짝이를 더한 메이크업으로 얼굴을 아름답게 꾸미는 이들이 많다. [사진 Photo by Grahame Jenkins on Unsplash]

축제 시즌이나 연말, 반짝이를 더한 메이크업으로 얼굴을 아름답게 꾸미는 이들이 많다. [사진 Photo by Grahame Jenkins on Unsplash]

 
올해 영국의 크리스마스에는 반짝이는 물건을 찾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슈퍼마켓 체인 ‘웨이트로즈(Waitrose)’가 2020년까지 모든 자체 브랜드 제품에서 반짝이는 물건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8월에는 영국의 가장 큰 소매 체인인 ‘테스코(TESCO)’도 크리스마스용품의 글리터(glitter·반짝이) 금지에 합류, 반짝이 없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식물을 판매할 예정이다.  
 
올해 영국의 크리스마스는 반짝이지 않을 예정이다. 여러 슈퍼마켓 체인이 반짝이 용품을 금지하고 나섰다. [사진 Photo by Hailey Zimmerman on Unsplash]

올해 영국의 크리스마스는 반짝이지 않을 예정이다. 여러 슈퍼마켓 체인이 반짝이 용품을 금지하고 나섰다. [사진 Photo by Hailey Zimmerman on Unsplash]

 
반짝이 용품과 더불어 주목받고 있는 반짝이는 또 있다. 흔히 펄 메이크업, 글리터 메이크업을 할 때 사용되는 화장품 속 반짝이 얘기다. 연말 시즌이 되면 메이크업에 글리터나 펄(pearl·진주)을 더하는 룩이 인기를 끈다. 화려한 메이크업을 할 때 글리터가 들어간 아이 섀도로 눈가를 장식한다거나, 입술 메이크업에 펄을 더하기도 한다. ‘펄’은 본래 진주를 의미하지만 펄 메이크업 등 화장품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일 때는 미세하게 반짝이는 가루를 통칭한다. 물론 연말 시즌이 아니어도 축제 시즌 등 화려한 메이크업을 하고 싶을 때 글리터와 펄은 흔하게 사용된다.
 
글리터 메이크업은 화려한 분위기를 낼 수 있어 특별한 날 주로 활용된다. [사진 Photo by ian dooley on Unsplash]

글리터 메이크업은 화려한 분위기를 낼 수 있어 특별한 날 주로 활용된다. [사진 Photo by ian dooley on Unsplash]

 
얼굴에 더하는 반짝이 역시 아름답지만, 환경에는 악영향을 준다. 글리터(glitter)는 흔히 PET라고 불리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halate) 소재와 알루미늄을 더한 것이다. 페트병에 쓰이는 소재로 보면 쉽다. 물론 화장품에 들어가는 반짝이가 모두 PET 성분의 것은 아니다. 자연 소재인 돌가루(운모)일 수도 있고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합성 운모일 가능성도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의미한다. PET 소재로 만들어진 글리터의 크기는 대부분 5mm 이하이기 때문에 미세 플라스틱이다. 보통 큰 플라스틱이 풍화되어 잘게 부서져 만들어지는 미세 플라스틱과 다르게, 처음부터 미세하게 가공된 플라스틱인 셈이다. 이런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몇 해 전부터 각종 환경 단체가 글리터 등 반짝이 용품에 문제를 제기해 온 이유다. 현재 5mm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은 전 세계 대양에서 발견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 바다 위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의 수를 총 51조개 조각으로 추정한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미세 플라스틱은 플랑크톤, 물고기, 조개류, 해조류 등 해양 생물들의 먹이가 된다. 
 
PET 소재로 만들어지는 글리터는 이미 자체로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이다. [사진 Photo by Sharon McCutcheon on Unsplash]

PET 소재로 만들어지는 글리터는 이미 자체로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이다. [사진 Photo by Sharon McCutcheon on Unsplash]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법적 규제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2016년 미국·영국·뉴질랜드 등이 미세 플라스틱을 법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역시 2017년 7월부터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간 화장품을 규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해설서’에 따르면 세정, 각질 제거 등의 제품에 남아있는 5mm 크기 이하의 고체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없는 원료로 분류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각질 제거제나 클렌징 제품에 포함된 둥글게 가공된 플라스틱, 마이크로 비즈(micro beads)가 금지됐다는 얘기다.  
 
즉, 글리터는 세정 제품이 아닌 메이크업 제품에 포함되기에 규제 대상이 아니다. 메이크업 제품 속 반짝이나, 제품에 부착된 반짝이 가루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지난 2017년 11월 영국 인디펜던트는 환경 인류학자 트리샤 패럴리(Trisia Farrelly)의 “모든 글리터는 미세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금지되어야 한다”는 말을 인용해 보도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반짝이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며 작은 크기의 입자는 특히 바다에서 잠재적인 생태 위험을 만든다는 것이다. 
 
'에코 글리터 펀'의 생분해 소재 글리터 제품. [사진 에코 글리터 펀 홈페이지]

'에코 글리터 펀'의 생분해 소재 글리터 제품. [사진 에코 글리터 펀 홈페이지]

 
해외에서는 ‘에코 글리터 펀(eco glitter fun)’ 등 생분해 글리터를 취급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이 업체는 생분해가 가능한 셀룰로스 필름으로 반짝이를 만들어 플라스틱 없는 포장재에 담아 판매한다. 일각에서는 화장품 속 글리터와 펄이 규제 대상이 되기에는 그 양이 미미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 화장품협회가 운영하는 ‘코스메틱 인포(cosmetic info)’ 사이트에는 “각질 제거용 제품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마이크로 비즈) 외에 어떤 화장품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발견되지 않았다”는 성명서가 올라와 있다.  
 
글리터는 사용되는 양이 워낙 미미하기에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사진 Photo by Element5 Digital on Unsplash]

글리터는 사용되는 양이 워낙 미미하기에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사진 Photo by Element5 Digital on Unsplash]

 
화장품 비평가이자 책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 저자 최지현 씨는 “화장품 속 미세 플라스틱이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바다에서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해양 산업 쓰레기 혹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미 규제 대상인 세정제 속 미세 플라스틱은 전체 미세 플라스틱의 1% 정도”라며 “더구나 메이크업 제품에 포함되는 반짝이 가루(글리터) 등은 절대적인 사용량이 적기 때문에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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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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