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몰카로 뒤덮인 중국…우리 집 TV조차 믿으면 안 된다

중앙일보 2019.09.01 05:00
중국에선 몰카 촬영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차이나데일리 캡처]

중국에선 몰카 촬영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차이나데일리 캡처]

#지난달 중국 푸젠성 푸저우에 사는 여성 A씨는 집에서 수상한 기척을 느꼈다. TV에서 ‘쉬익’하는 이상한 소리가 계속해서 났다. 6개월 전 남편과 함께 임대 아파트로 이사 온 A씨는 “이곳에서 TV를 켠 적이 한 번도 없어 (소리가 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유심히 살펴보다 TV 가장자리에서 작은 구멍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TV를 뜯어본 A씨는 경악했다. 회로기판에 불법 촬영 카메라(몰카)와 32GB의 메모리 카드가 설치돼 있어서다. 몰카는 매일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A씨 부부의 일상을 고스란히 촬영하고 있었다. 부부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일주일 뒤 범인은 붙잡혔다. 직전에 이 아파트에 살았던 세입자 남성이었다. 하지만 남성은 10일간 구금됐다 풀려났다.

6개월 산 집 TV에까지 몰카가…

중국 광둥성 선전의 한 유니클로 매장에서 발견된 몰카.[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중국 광둥성 선전의 한 유니클로 매장에서 발견된 몰카.[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지난 15일 광둥성 선전의 한 유니클로 매장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탈의실(피팅룸)에서 몰카가 나와서다. 피팅룸을 이용하던 여성 고객 B씨가 발견했다. B씨는 “처음엔 벽에 껌이 붙은 줄 알았지만 의심스러워 의자에 올라 만져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이) 부드럽게 눌렸는데 속에 버튼 같은 게 있었고 열기가 느껴졌다”며 “카메라가 작동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B씨의 신고를 받은 매장 직원이 점이 있는 벽을 뜯어보니 안에서 카메라와 메모리 카드, 충전기가 나왔다. 카메라는 몰카를 발견한 여성이 옷을 벗는 모습까지도 이미 촬영한 상태였다. B씨는 “내가 불법 촬영을 당했다는 걸 알고 난 후 당황스러워 이틀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말했다. 범인은 인터넷 설치 기사였다. 역시 처벌은 10일 구금에 그쳤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등이 전한 중국의 몰카 피해 사례다.
 
중국이 몰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공 화장실과 백화점 탈의실, 호텔 객실, 아파트 등 다양한 곳에서 몰카가 등장하고 있다.

 

10만 건 찍어 온라인 생중계까지

중국 광둥성 선전의 한 유니클로 매장 탈의실에선 몰카가 발견됐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중국 광둥성 선전의 한 유니클로 매장 탈의실에선 몰카가 발견됐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중국 전역의 몰카 피해 규모는 아직 구체적으로 집계된 것이 없다. 다만 중국 남방도시보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내 24개 도시의 호텔 35곳에서 몰카가 발견됐다. 지난 3월 중국 공안부는 산둥성 지닝에서 몰카를 촬영하고 영상을 생중계한 29명을 붙잡았다. 범인들은 호텔 객실 속 전등, TV, 에어컨 등에 총 300개의 몰카를 설치했다. 촬영한 불법 영상만 10만 건이 넘었다. 영상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100~300위안(약 1만7000원~5만원)에 ID를 사면 스마트폰 앱으로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일부는 이렇게 본 영상을 다운로드해 온라인에서 다시 팔았다.

물병·옷걸이 몰카까지…5만원에 사 

중국에선 몰카 촬영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차이나데일리 캡처]

중국에선 몰카 촬영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차이나데일리 캡처]

중국에서 몰카가 성행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불법 촬영 장비를 구하기가 쉽고,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부터 오프라인 소매점에 이르기까지 몰카를 쉽게 살 수 있다. 중국 CCTV는 지난달 19일 “광둥성 선전의 세계 최대 IT 단지 화창베이(華强北)에선 펜과 전등, 옷걸이와 물병으로까지 위장한 몰카가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카메라의 가격은 대부분 300위안(약 5만원)을 넘지 않는다. 중국에선 2015년부터 관계부처의 허가 없이 소형 카메라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지난 1월 중국 상무부는 온라인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 장비 판매를 금지했다. 하지만 이 법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몰카 판매로 인한 수익을 기대하는 많은 이들이 불법 촬영과 영상 유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몰카 촬영 처벌은 10일 구금과 벌금뿐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불법 촬영을 한 것만으론 처벌 대상이 안 된다. 동의 없이 비밀리에 다른 사람을 촬영할 경우 최대 10일의 행정 구금이나 500위안(약 8만5000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뿐이다. 불법 촬영 영상이 온라인상에 배포·판매될 경우에만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을 받는다.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미스터 항’이란 이름으로 100명 이상의 여성을 불법 촬영한 영상을 온라인에서 판매한 남성은 지난 1월 체포돼 법정에서 징역 11년에 벌금 40만위안(약 68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 사람이 영상을 온라인상에서 유포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처벌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왕더샨 베이징수도경제무역대 법학과 교수는 차이나데일리에 “(몰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을 개정해 형법에 불법촬영 행위를 범죄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몰카 사회문제 된 한국서 배워야" 

박준희 관악구청장과 여성안심보안관이 지난해 9월 서울 관악구 지역내 한 여자 공중화장실에서 불법촬영카메라 유무를 점검하고 있다.[뉴스1]

박준희 관악구청장과 여성안심보안관이 지난해 9월 서울 관악구 지역내 한 여자 공중화장실에서 불법촬영카메라 유무를 점검하고 있다.[뉴스1]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에 앞서 몰카 촬영이 사회문제로 불거진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이나데일리는 “한국에서도 2012년 2400건이던 몰카 촬영 범죄가 지난해 6800건으로 급증하고 있는데 구속된 경우는 2%가 안 된다”며 “그래도 서울에선 공무원과 경찰 시민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공공화장실과 호텔 등에서 몰카가 설치된 곳을 찾아내고 있다. 한국처럼 중국에서도 특별팀을 구성해 쇼핑몰과 호텔 등에서 불법 촬영시설을 찾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