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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땅콩주택도 너무 크다···폭1m, 3평 '작은집 열풍'

중앙일보 2019.08.31 06:00
[김민중의 별별부동산] 
폴란드 바르샤바의 케렛 하우스 [중앙포토]

폴란드 바르샤바의 케렛 하우스 [중앙포토]

폴란드 바르샤바에 가면 세계에서 제일 좁은 집, ‘케렛 하우스’를 볼 수 있다. 수평 폭이 최대 1.5m에 불과하다. 원래 있던 두 건물 사이 빈틈에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집값 급등·환경문제·1인가구 증가 탓
1990년대 후반 미국서 시작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로 확산
국내선 2000만원이면 6평 집 ‘뚝딱’

 
케렛 하우스는 2개 층으로 구성되고 바닥 면적이 45㎡다. 각 층이 사다리로 연결된다. 자체 상·하수도 시설이 있지만 전력은 양옆 빌딩에서 공급받는다. 건축가 야콥 슈쳉스니가 작가 에트가 케렛을 위해 2012년 10월 지었다. 분양가는 한국 돈으로 4000만원가량이다.
 
다만 폴란드 법상 케렛 하우스는 집이 아닌 설치미술품으로 분류된다. 너무 작은 탓이다. 
 
에트가 케렛은 “우리는 살아가는 데 생각만큼 많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며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기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케렛 하우스 [중앙포토]

케렛 하우스 [중앙포토]

지난해 1월 홍콩에선 하수도관을 활용한 초소형 주택 ‘오포드 튜브 하우스’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 집의 길이는 6.7m, 직경은 2.5m, 바닥면적은 10㎡(3평)에 그친다. 주재료인 콘크리트 하수도관은 애초에 만들어질 때 지하에서 사용하도록 설계된 덕분에 견고하고 방수 성능도 뛰어나다.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어 가격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오포드 튜브 하우스 여러 개를 쌓아 아파트 단지를 만들 수도 있다. 가격은 한 채당 우리 돈으로 1700만원 수준이다.
 
설계를 맡은 건축가 제임스 로는 “살인적인 집값에 시달리는 홍콩 청년들을 위해 이 집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홍콩의 하수도관 주택 ‘오포드 튜브 하우스’ [사진 VCG]

홍콩의 하수도관 주택 ‘오포드 튜브 하우스’ [사진 VCG]

전 세계에 ‘작은 집 살기’ 바람이 불고 있다. 주거 비용이 치솟는 데다 주택 대형화·고급화에 따른 환경 파괴 문제 등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점, 주거비로 거액을 쓰는 대신 여행 등 현재를 즐기려는 트렌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3월 국내에 발간된 책 『타이니하우스, 집 이상의 자유를 살다』는 이같이 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작은 집 살기 운동은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건축가 사라 수잔카가 1997년 책 『The Not So Big House(그리 크지 않은 집)』를 펴내면서다. 그는 “우리의 행복은 집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며 “집이 지금처럼 클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1998년 건축가 제이 셰퍼는 집을 트레일러 위에 올렸다. 이동 가능한 초소형 주택을 지은 것이다. 그는 2002년 최초의 작은 집 건축 회사 ‘스몰 하우스 소사이어티’를 세웠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동부를 강타하며 주택 20만 채를 날려버리자 건축가 마리안느 쿠사토는 바닥면적 28㎡짜리 주택 ‘카트리나 코티지’를 내놓았다. 구호 활동 측면에서 작은 집의 가치가 빛난 순간이다.
건축가 마리안느 쿠사토가 설계한 이동식 초소형 주택 ‘카트리나 코티지’ [중앙포토]

건축가 마리안느 쿠사토가 설계한 이동식 초소형 주택 ‘카트리나 코티지’ [중앙포토]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작은 집 살기 운동은 동력을 더했다. 작은 집은 경제적 고통을 덜어주는 실질적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이런 흐름은 홍콩·스페인·영국·프랑스 등 세계 전역으로 확산했다.
 
한국에서도 작은 집 운동이 일어난다. 2010년대 들어 두 가구가 토지를 공동 매입해 주택 두 채를 나란히 짓는 ‘땅콩 주택’이 유행하고 있다. 50㎡ 정도의 작은 토지에 위로 길게 쌓아 올리는 협소 주택도 인기다.
 
이동식 초소형 주택도 시장을 형성하는 중이다. 경상 지역에서 활동하는 ‘타이니하우스 팩토리’의 경우 약 20㎡ 면적의 이동형 주택을 2000만~3000만원가량에 판매하고 있다. 회사의 이철현 대표는 “땅 구매 비용까지 합쳐도 총 비용이 1억원 미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국내에 초소형 주택이 보편화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집을 투자 대상으로 만들어버린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대안 주택 중 하나로 작은 집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울산의 이동식 초소형 주택 ‘더 휴 :The 休’ [사진 타이니하우스 팩토리]

울산의 이동식 초소형 주택 ‘더 휴 :The 休’ [사진 타이니하우스 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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