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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살린 자사고 ‘미생’ 10곳…“학군 좋으면 진학률 OK”

중앙일보 2019.08.31 05:00
30일 서울행정법원이 서울지역 자사고 8곳의 지정취소 가처분을 인용하자, 자사고 교장단과 학부모가 시·도 교육청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뉴스1]

30일 서울행정법원이 서울지역 자사고 8곳의 지정취소 가처분을 인용하자, 자사고 교장단과 학부모가 시·도 교육청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뉴스1]

서울 자사고 8곳과 부산 해운대고, 경기도 안산동산고 등 올해 시·도 교육청에서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던 10개 학교의 자사고 지위가 회복됐다. 하지만 법원이 본안 소송까지 교육청의 처분 효력을 일시 정지시킨 것이기 때문에 '완생'이 아니라 '미생'인 상태다.
 

입시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학생·학부모, 자사고 '옥석 가리기' 나설 듯
전문가 "'완생' 자사고, 학군 좋은 자사고가 우선 순위"
'미생' 자사고는 학교, 지역 사정 따라 차이날 듯

고교 입시를 앞둔 중학생·학부모는 이때문에 혼란스럽다. 중3 자녀를 둔 고진영(42·서울 영등포구)씨는 "예전부터 아들을 자사고인 숭문고에 보낼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고씨는 "지정취소됐다가 가처분이 인용됐다지만, 앞으로 행정소송이 이어지는 만큼 법적 다툼이 계속될 텐데 과연 지원해도 될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대다수 입시전문가는 "올해 고입에서 지역 자사고 지원율은 전반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이들 학교가 당분간 자사고 지위가 유지됨에 따라 중3 학생의 지원율이 급감하지는 않겠지만, 소송 결과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예년보다는 지원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명규 스터디홀릭 대표도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들 학교의 지위는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진학을 꺼리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렇지만 이들 자사고 진학을 희망했던 학생·학부모 다수가 진학을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강 대표는 "일반고에 비해 자사고가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할 수 있는 인프라가 우수하고, 면학 분위기가 좋다는 인식이 강해 자사고 진학을 그냥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자사고 가운데 옥석을 가려 진학 계획을 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시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이 '완생'한 자사고를 우선할 것으로 봤다. 서울의 경우 올해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받은 곳은 총 13곳이다. 이중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곳은 탈락했다가, 이번에 가처분이 인용된 '미생' 자사고다. 반면 동성·중동·한가람·이화여고·하나고 등 다섯 곳은 교육청 평가에 통과해 향후 5년간 자사고 지위가 보장된 '완생'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자사고 지위가 흔들릴 우려가 없는 완생 자사고는 오히려 교육청이 '문제없는 학교'라고 인증 도장을 찍어준 셈"이라면서 "완생 자사고가 강북·강남에 골고루 분포돼 지역 자사고 지원자들은 이들 학교로 대거 몰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학군에 따라 지원율의 차이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강명규 대표는 "학군이 뒷받침되면 설령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입학생의 수준이 떨어지거나 진학률이 낮아지는 일이 없다"면서 "강남 8학군 지역의 세화고, 강동구 재개발 단지 인근의 배재고, 경기도 내에서 학구열이 높은 편인 안산의 안산 동산고는 학군이 우수해 '미생' 자사고 가운데 진학 후 학부모의 불안감이 덜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자사고 지정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19년 자사고 지정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문가 사이에선 지역 자사고 진학률이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창식 엠베스트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다수 지역 자사고가 인근에 우수한 일반고가 없고 교육 환경이 다소 낙후된 곳에 있어 사실상 대안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학종이든 정시든, 면학 분위기가 잘 조성된 곳에서 준비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장 이들 자사고 지원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 대표는 "시·도 교육청의 잘못된 평가로 인해, 몇몇 자사고가 명예가 실추됐다"면서 "이들 자사고 역시 내실 있는 교육, 노력하는 교사, 면학 분위기 등을 갖춘 훌륭한 학교란 사실을 알리기 위해 향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형수·최모란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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