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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전 서울법대 운동권과 공부벌레…세 친구 야속한 운명

중앙일보 2019.08.31 05:00

친구로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에게 권한다. 더는 동시대의 386을 욕보이지 말고 이쯤에서 그만둬야 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27일 개인 유튜브 채널)  

옛 정 생각해 봐줄까도 했는데 까도까도 끝이 없다.'조로남불 정권'”(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30일 부산 장외집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82학번 동기 조국·나경원·원희룡
'조·나·원' 그들의 엇갈린 행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에 앞장서는 서울 법대 82학번 동기 두 명이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야기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2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원더풀TV)을 통해 조 후보자를 향해 쓴소리를 긴 시간 쏟아냈다. 그는 “시대가 바뀌었는데 자신들이 진리라 생각하는 시대착오적인 80년대의 운동권 이데올로기가 안타깝다. 조국이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으론 법무부 장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원 지사는 서울법대 82학번 중 대표적인 학생운동 언더서클 출신 인사다. 조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 편집부 ‘Fides(피데스·로마 신화에서 ‘약속과 신뢰’를 상징하는 여신)’ 편집장 출신으로 주로 공개적인 공간에서 학생운동을 했다. 두 사람은 2012년 함께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일 제주도청에서 중앙SUNDAY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현동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일 제주도청에서 중앙SUNDAY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현동 기자

동기를 향해 먼저 쓴소리를 했던 건 조 후보자였다. 조 후보자는 2010년 출판된 자신의 저서 『진보집권플랜』에서 원 지사에 대해 “사시 합격 후 판사나 변호사가 아닌 검사의 길을 택했을 때 정치의 길을 걷겠구나 직감했다”고 했다. 이어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던 원 지사가 한나라당을 택한 것을 두고 “민주당 내에선 ‘경쟁재’가 많아 자신의 ‘상품성’이 약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원 지사는 1992년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했고, 조 후보자는 "'육법당(당시 육사와 법조인이 가득한 민정당을 비꼰 말)'이 되지 않겠다"는 이유로 사법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 
 
이 둘은 2014년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설전을 벌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과 4대강 문제와 관련해 조 후보자가 “말이 통하는 대학 동기이기에 묻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언급하자 원 지사는 “존경하는 친구 조국으로부터 갑자기 공개 질문을 받아 당황스럽다”면서도 “페이스북을 통해 소통하는 건 유치할 수 있으니 토론회를 열어보는 게 어떻냐”고 되물었다.  
 
'친구' 조 후보자를 향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말은 날이 갈수록 거칠어 지고 있다.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을 '조국 게이트'라고 부른 나 원내대표는 "임명 강행은 불보듯 뻔하다"며 "특검법을 미리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민정수석이던 조 후보자를 “야당 탄압 전문가”라고 말하며 “조-양-은(조국-양정철-김정은) 세트로 나라가 엉망”이라고 했다. 또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설이 처음 돌 무렵에도 나 원내대표는 “조국이 이끌게 될 법무부는 무차별 공포정치 발주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당이 증인 없는 조국 청문회를 시도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여당이 아무리 꼼수를 부려도 진실은 가릴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당이 증인 없는 조국 청문회를 시도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여당이 아무리 꼼수를 부려도 진실은 가릴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1]

 
두 사람은 이미 정치적으로 여러번 부딪힌 적이 있다. 2011년 10ㆍ26 서울시장 보궐 선거때가 처음이다. 이때 조 후보자는 야권 단일후보였던 박원순 후보자의 멘토단에 참여해 박 시장이 나 원내대표를 꺾는데 한몫했다. 하지만 2014년 7ㆍ30 재보선 때는 상황이 역전됐다. 조 후보자가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노회찬 정의당 후보의 후원회장으로 지원에 나섰지만, 나 원내대표가 승리했다. 두 사람은 한때 서로에게 후했다. 나 원내대표는 최근에도 사석에서 “(조 후보자와) 멀지 않았다. 당시 조국이 나이가 어려서 ‘우리 철없는 막내’라며 웃고 그랬다”고 말하곤 했다. 또 조 후보자는 『진보집권플랜』에서 “저와는 생각이 다른 친구였지만 노트 필기를 잘해 그 노트를 빌려 시험공부를 하기도 했다”며 “대중민주주의의 속성을 잘 포착하거나 활용하고 이어 국회의원은 계속할 수 있을 거고 다음 서울시장 선거에선 당 후보로 선출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밖에도 정치권에 있는 서울법대 82학번으로는 자유한국당 조해진 전 의원이 있다. 조 전 의원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청문회와 관련한 한국당의 입장을 대변했지만 조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해 직접적 비판은 삼갔다. 조 전 의원은 "집에서 혼자 있다면 요 며칠간의 이슈와 민심, 더 길게 보면 지난 삶의 행로 등을 전반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법대 82학번들 중엔 정치권 밖의 명사들도 많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양영태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한승 전주지법원장, 이원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도 동기들이다. 법조계에선 양 변호사가 조 후보자와 가까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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