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미 지소미아 충돌, 하필 이때…靑 "미군기지 땅 빨리 반환하라"

중앙일보 2019.08.31 01:00
반환미군기지. [중앙포토]

반환미군기지. [중앙포토]

청와대가 지난 30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미군기지에 대한 조기 반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가 정해진 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미 관계가 냉각한 시점에 발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묘한 파문을 낳고 있다. 미군기지 반환 문제는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공세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靑 "확대해석 말아달라"
전문가들은 "美에 압력"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전 완료 또는 이전 예정인 26개 미군 기지에 대한 조기 반환을 추진하고 ▶용산기지에 대한 반환 절차를 올해 개시하며 ▶기지반환이 오래 늦춰진 4개 기지를 최대한 빨리 되돌려 받겠다고 공개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미가 합의한 일정에 따라 26개 미군 기지에 대한 반환이 진행 중이다. 또 용산기지의 경우 한·미연합사령부 등 일부 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부지에 대한 반환 절차는 올해 시작한다. 원주의 캠프 롱·이글, 인천 부평의 캠프 마켓, 동두천의 캠프 호비 사격장은 이미 주한미군이 폐쇄했지만, 오염 토양을 정화하는 작업 문제가 걸려 아직 미반환 상태다.  
 
정부는 이날 발표를 확대해석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가지 작업을 해오던 것을 언젠가 발표해야 하며, 그걸 오늘(30일) 발표했다”고 말했다. NSC가 정례적으로 열리던 목요일이 아닌 금요일인 이날 열린 데 대해선 이 관계자는 "어제(29일) 국회 예결위가 예정돼 있어서"라고 했다. 국방부 당국자도 “대부분 미군기지 반환 사업들은 예정보다 지체된 게 많다. 관계 부처 간 꾸준히 논의가 이어졌고, 이날 그 결과가 공개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만 보기엔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이 여러 곳 있다. 우선 미군기지에 대해 NSC 보도자료 형태로 나왔다는 점이다. 통상의 경우라면 한·미 양국의 주요군사정책 협의조정기구인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다. 또 NSC 보도자료엔 "원주, 부평, 동두천 지역의 4개 기지는 기지 반환이 장기간 지연됨에 따라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례적 표현이다.
 
이 때문에 이날 발표를 최근 한·미 갈등 상황과 연결짓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동맹 관계여도 대한민국의 이익 앞에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겠다'는 청와대의 기조 말이다.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한 뒤 미국은 '문재인 정부''실망'이란 표현을 쓰며 불만을 피력해왔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한국의 결정에 대해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에 외교부가 지난 29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불러 “지소미아 종료에 실망했다는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군기지 반환 문제는 한·미 간 휘발성 있는 이슈"라며 "반환 과정뿐만 아니라 이후 환경 오염 처리를 두고 비용이 계속 발생한다. 한국이 미국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8군사령부는 2017년 7월 11일 신청사 개관식을 하며 평택 험프리스 기지를 국내 언론에 공개했다.이날  캠프 험프리스 부대 앞 거리에 평택 이전을 환영하는 배너가 걸렸다. 미군은 주한미군 사령부, 유엔군사령부, 미 8군사령부를 용산기지에서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는 작업을 마쳤다. 용산기지뿐만 아니라 경기도 북부의 미군기지들도 속속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 8군사령부는 2017년 7월 11일 신청사 개관식을 하며 평택 험프리스 기지를 국내 언론에 공개했다.이날 캠프 험프리스 부대 앞 거리에 평택 이전을 환영하는 배너가 걸렸다. 미군은 주한미군 사령부, 유엔군사령부, 미 8군사령부를 용산기지에서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는 작업을 마쳤다. 용산기지뿐만 아니라 경기도 북부의 미군기지들도 속속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미 양국은 2004년 용산기지를 비롯한 전국의 80개 미군기지를 한국에 되돌려 주기로 했다. 대부분의 기지는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로 옮기기로 했다. 그러나 26개가 아직 남았다. 미군기지 토양이 오염된 사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지연된 곳이 상당수다. NSC의 보도자료에 '사회경제적 어려움'이라고 표현한 곳들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소미아에 대해 일방적으로 일본을 두둔하며 한국을 향해 노골적으로 불만 표출을 멈추지 않는 미국에 대해 우리도 할 말을 한다는 메시지를 미국과 우리 국민에게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한국이 미군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양보했고, 이로 인해 불편과 손해 역시 방위비 분담임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카드의 효용성에 대해선 그러나 엇갈린 견해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주한미군 기지의 가치를 미국이 대단히 중시한다고 여기는 건 진보의 착각"이라고 말했다.
  
이철재·이근평·위문희 기자 seajay@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