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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튀어나온 26개 주한미군 기지 조기 환수 카드

중앙선데이 2019.08.31 00:35 651호 1면 지면보기
청와대가 30일 주한미군 기지 부지를 조기에 돌려받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미 관계가 얼어붙은 시점에 발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미묘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기지 환수 문제는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공세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라는 점에서다.
 

토양오염 이유로 머뭇대던 상황
“대등한 분담금 협상 위한 포석”
양국 갈등 오히려 심화 우려
지소미아 관련 미국 달래기 분석도
용산 기지는 연내 절차 개시키로

청와대는 이날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NSC 상임위원들은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평택 기지 등으로 이전 완료 및 이전 예정인 총 26개 미군 기지에 대해 조기 반환(받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NSC는 특히 용산기지 환수 절차를 올해 안에 개시하기로 했다. 또 환수가 장기간 지연됨에 따라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는 원주·부평·동두천 지역 4개 기지(캠프 롱, 캠프 이글, 캠프 마켓, 캠프 호비 사격장)에 대해서도 조기에 돌려받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청와대는 발표 시점과 관련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반환이 예정됐던 미군 기지 80개 중 지금까지 54개가 반환됐고 26개가 남았는데 계속 진행돼 오던 것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라며 “미국과의 안보 현안이나 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당국자도 “미군 기지 반환 사업은 대부분 예정보다 지체된 게 많다”며 “관계 부처 간에 꾸준히 논의가 이어졌고 이날 그 결과가 공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기 반환에 대해 한·미 간 이견이 없느냐’는 질문에 반환 개시 및 협의→환경 협의→반환 건의→반환 승인→이전 등 5단계 절차를 설명한 뒤 “환경 협의 단계에서 지연되던 기지들에 대해 ‘반환 건의’ 착수 단계로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며 “이번 결정 사항을 미국 측에 사전 통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이날 청와대 발표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 미국의 거듭된 압박에 청와대가 ‘맞대응’하고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지난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실망 표명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후에도 지소미아 종료(11월 22일) 전 복귀를 공개 주문하는 등 갈등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아무리 동맹 관계여도 대한민국의 이익 앞에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며 미국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해석은 민감한 발표 시점과도 맞물려 있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리는 “주한미군 기지 반환 문제는 보통 때라면 한·미 간 사전 조율을 거쳐 올 가을 한국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의(SCM)에서 공동 발표하는 게 자연스럽다”며 “굳이 이 시점에 발표한 이유가 따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가 나온 직후 한·미 갈등이 오히려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향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대등하게 끌고 가기 위한 사전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본격 협상을 앞두고 우리 측이 주한미군을 위해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얼마나 많이 양보했고 그로 인해 우리 국민이 얼마나 큰 불편과 손해를 겪어 왔는지 말하고자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런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미국 달래기’라는 상반된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그동안 토양 등 환경 오염을 이유로 기지 환수를 미뤄온 것은 우리 측”이라며 “이번 결정은 환경 오염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미국에 일종의 ‘호의’를 보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최근 한·미 불협화음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일종의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정작 미국 정부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평가했다. 
 
차세현·이철재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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