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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평생교육대 전환, 만학도 정원 외 입학 허용을”

중앙선데이 2019.08.31 00:35 651호 2면 지면보기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협의회장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협의회 회장이 전문가를 만드는 힘을 주제로 한 ‘전문대학 브랜드 송’이 적힌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협의회 회장이 전문가를 만드는 힘을 주제로 한 ‘전문대학 브랜드 송’이 적힌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학생 수 급감으로 대학들이 벼랑 끝에 섰다. 당장 올해 고3이 치르는 2020학년도 입시부터 대학 입학 가능 학생 수(47만9376명)가 대입 정원(49만7218명)보다 2만 명 가까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대입 정원이 유지될 경우 심각한 대학 붕괴가 예상된다. 2022학년도에는 8만5184명, 2024학년도에는 12만3748명이 모자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4년 후에는 전국 351개 대학의 4분의 1인 87곳이 신입생을 단 한 명도 뽑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상황이라면 전문대는 ‘핵폭탄’을 맞게 된다.
  

인천재능대 총장 14년째 역임
학생수 급감에 대학 미충원 심각
전국 136개 전문대엔 더 치명적

고졸 성인 잠재 대상자만 55만 명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풀 수 있어

지방 공기업서 부실대 인수케 하고
개발 이익 돌려주면 구조조정 효과

AI 시대 새 일자리 ‘뉴 칼라’서 생겨날 것
 
우리나라 근대화·산업화의 동력인 전문 기술인을 양성해온 전문대는 이 난국을 어떻게 뚫고 나가야 할까. 전국 136개 전문대 총장의 협의체인 한국전문대학교협의회 이기우 회장(71·인천재능대 총장)을 26일 만나 고민과 대책을 들어봤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에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지방 전문대, 수도권 전문대, 4년제 지방대 순으로 치명적입니다. 전문대는 2015년부터 이미 미충원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요. 올해는 입학 정원의 80%, 2020년대 중·후반에는 50%밖에 채울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전문대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알몸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현재 전문대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전국 136개 전문대의 신입생 정원은 16만7464명입니다. 전문대 제도는 1977년 도입됐는데 90년대 중반 대학 설립준칙주의로 급증했죠. 2002년이 전성기였어요. 전국 158개 대학에 입학 정원이 30만 명에 육박했으니까요. 현재는 22개 전문대가 사라졌고, 정원도 13만 명 줄었습니다. 4년제에 치이고 고졸에 치이다 보니 취업도 어려워지고 있어요.”
 
전문대에 대한 정부 관심이 적은 것 같습니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고요.
“세계적으로 고등직업교육을 우리나라처럼 사립 전문대가 도맡아서 하는 나라는 없어요. 국공립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59%, EU21 국가는 66%인데 우리는 2%에 불과해요.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전문대 붕괴는 전문기술직 양성과 지역경제에도 치명적입니다. 중앙·지방 정부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해요.”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가려 합니까.
“전문대를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전문대의 장점은 빠른 수업연한, 빠른 입직, 전문 직무교육, 산학협력, 저렴한 등록금(일반대의 83%)입니다. 지금이 그 패러다임을 바꿀 적기입니다. 고등교육법 제1장 2조(학교의 종류)에 명시된 ‘전문대학’을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합니다. 전문대를 일반대의 하위기관이 아닌 전문 직업인 양성과 평생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자는 뜻입니다. 그리고 만학도에게 문을 열어줘야 합니다.”
 
만학도에게 전문대 입학을 개방하자는 뜻입니까. 방법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고교 졸업 후 20세에 대학생이 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30세 이상 고졸 재직자, 직업교육 소외계층, 산업체 근로자, 경력단절자, 은퇴자, 전직자 등 누구나 대학생이 될 수 있습니다. 전문대의 만학도와 성인학습자를 보세요. 전문대 신입생 중 26세 이상 학생은 2016년 8.5%, 2017년 9.1%, 2018년 9.5%로 높아졌어요. 반면 일반대는 1%에 불과합니다. 저는 고등직업교육 성인학습 잠재 대상자를 55만3000명 정도로 봅니다. 30세 이상 고졸 경제활동인구 921만 명과 성인학습자 중 전문대 진학 희망비율(6%)을 기초로 산정한 겁니다. 만학도가 전문대의 돌파구입니다.”
 
이 회장은 정부에 30~70세 성인 만학도는 대입 정원 외 입학을 허용해 달라고 제안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전문대 공동화를 막을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평생직업교육 지원 장학금이나 평생교육지원사업에서 현재 7개인 전문대 사업을 80곳(학교당 7억원)으로 늘리면 됩니다. 정 원 외 등록금 지원은 포용국가 실현의 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법적 장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직업교육진흥법’과 ‘고등직업교육 재정교부금법’ 제정이 시급해요. 직업교육에 대한 법적 정의와 발전계획, 재원 확보 등을 명시하자는 취지입니다. 교육에는 여야, 정권, 이념이 따로 없습니다. 범국가 차원에서 직업교육 희망의 사다리를 제공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절실합니다.”
  
직업교육진흥법·재정교부금법 제정해야
 
자발적 노력·혁신도 절실합니다.
“4차 혁명은 전문대의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합니다. 저는 방향을 ‘뉴 칼라’로 설정했습니다. IBM 최고경영자 버지니아 로멘티의 말처럼 인공지능(AI)시대에는 수많은 일자리가 ‘블루’나 ‘화이트’ 칼라가 아닌 ‘뉴 칼라’에서 생겨날 겁니다. 전문대도 기존 전공만 고집 말고 융·복합을 통해 잘 할 수 있는 전공 중심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애완동물관리나 노인케어, 한옥건축 등 블루오션은 많아요. 제발 4년제 대학이 카피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 물리치료·뷰티학·조리학까지 따라 하네요.”
 
그래도 학생이 계속 급감하고 있으니 부실대학 구조조정은 필요합니다.
“당연합니다. 2024년에 고3 수가 40만 명 밑으로 떨어진들 대학이 반으로 줄까요? 한 명이라도 붙들고 끝까지 가려는 대학이 속출할 겁니다. 퇴로를 열어줘야지요. 지자체 산하 지방 공기업이 폐쇄 대학 땅과 시설을 인수해 개발할 것을 제안합니다. 재개발 수익금 일부를 설립자에게 주면 정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구조조정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왜 안 하고 못 하는지….”
 
이 회장은 인천재능대를 14년째 이끌고 있다. 재능대는 2006년 이 회장이 총장으로 부임할 당시엔 ‘더는 원서 낼 곳이 없으면 가는 대학’이라는 꼴찌 열패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회장의 일성은 “학생에게 죄짓지 말자”였다. 교실이 비어도 수능 9등급은 받지 않고, 전공을 개발하고, 산학연계로 직무 실력을 높이고, 전문대 최초로 송도국제캠퍼스를 만들었다. 그 결과 정부재정지원사업 등 교육평가 9관왕, 수도권 취업률 1위를 달성했다. 연평균 20회 이상 다른 전문대 등에서 벤치마킹도 온다.
 
인천재능대 혁신 경험을 전국 전문대와 나누면 좋겠네요.
“물론입니다. 저는 펭귄의 지혜를 강조합니다. 남극에 사는 펭귄은 시속 100㎞ 눈보라와 영하 50도의 혹한에도 살아남아요. 비법은 허들링(Huddling)입니다. 서로 몸을 밀착시켜 체온을 나누며 추위를 이겨냅니다. 거기에 놀라운 사실이 있어요. 맨 바깥쪽에서 강풍을 막던 펭귄의 체온이 떨어질 때쯤 안쪽 펭귄이 자리를 바꿔주는 겁니다. 우리도 ‘지혜’ 허들링이 절실합니다.”
 
그는 40년 가까이 교육공무원으로 일하며 교육부 차관까지 지냈다. 그런 그가 재능대를 14년째 이끌며 전문대학교협의회 회장직을 네 번이나 맡고 있으니 교육 정책에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교육부 고등교육 정책을 어떻게 봅니까.
“지난달 일반대와 전문대 총장들이 사상 처음으로 모였어요.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강사법 시행, 주 52시간제, 학교 소유 부동산 재산세 부과 등으로 대학이 임계점을 넘었기 때문이죠. 교육부가 현장의 아픔과 애로를 씻어주려는 의지가 부족해요. 현장 중심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필요해요.”
 
교육 공무원들은 영혼이 없다고 합니다.
“일이 참 많고 고된 부처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자부심을 잃어선 안 돼요. 공무원의 가장 큰 빽은 ‘일’이니 자신감 있게 일로 승부하세요. 학생만 보기 바랍니다.”
 
고졸 9급 서기보서 차관까지…“총장은 영업부 대리”
고졸 9급 서기보로 출발해 교육부 차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알려졌지만 정작 교육학 박사다. 경남 거제도(1948년생)에서 가정 형편상 뭍 유학은 꿈도 못 꿨는데 섬의 11개 중학생 중 유일하게 부산고에 합격했다. 초등생 입주 과외와 학업을 병행하다 건강을 해쳐 고교를 4년 다닌 우여곡절 끝에 대입에 실패하자 “빨리 돈 벌어 대학가자”며 공무원이 됐다. ‘배움 고픔’을 30대엔 안양대(학사), 40·50대엔 경성대(박사)에서 풀었다. 공직생활 중 직원 이름을 몽땅 외워 먼저 인사하고, ‘적지 않으면 죽는다(적자생존)’며 메모를 중시한 일화는 유명하다. 인맥이 넓어 ‘320㎜ 마당발’이란 별명이 붙었다. 실제론 255㎜다.
 
2006년 인천재능대 총장을 맡자 전 직원 출근 도장을 찍게 하고, 총장은 ‘영업부 대리’라며 현장을 누벼 구성원들을 놀라게 했다. 전문대교협 회장을 네 번이나 맡아 ‘학력·학벌보다 능력, 직(職)보다 업(業)’이라는 인식을 전파한 걸 보람으로 느낀다. 좌우명은 진실·성실·절실.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말 달인’으로 이름을 알린 뒤 몸짱을 만들어 전국 노인시설을 돌며 인생 경험을 나누는 게 꿈이다.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yangy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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