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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이 지원한 분야는 어학특기자 전형이었다”

중앙선데이 2019.08.31 00:22 651호 6면 지면보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28)은 2009년 고려대 수시모집(1차) 세계선도인재전형에 지원하면서 자기소개서에 ‘논문’의 흔적을 남겼다.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십 성과로 나의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됐다’는 문구가 그것이다. 이 논문은 대한병리학회의 영문 학술지에 2009년 8월 게재됐으며, 이 논문의 제 1저자는 조씨다. 고교가 작성하고 발급해주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교외체험학습상황’에선 ‘단국대 의대에서 학습했다’는 내용만 기록돼 있을 뿐 논문은 언급돼 있지 않다.
 

당시 고려대 입학팀장 인터뷰
논문 실적은 중요하게 취급 안 해
SCI급 논문 쓴 고교생 기억 없어

사정관 1명이 수백명 서류 검토
논문 진위 따져보지는 않았을 것

대한병리학회를 포함한 의학계가 조씨의 제1 저자 자격을 문제 삼아 이미 발간된 지 10년 된 논문을 취소(retraction)한다면 조씨가 제1 저자인 논문은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면 그가 기재한 자소서 기록은 대학 입시에 어떤 영향을 줄까.  
 
검찰은 지난 27일 고려대에서 당시 입시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조씨 등이 제출한 서류는 2015년 5월 폐기된 상황. 서류가 없다 보니 당시 입시 책임자의 증언이 더욱 중요해졌다. 중앙SUNDAY는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당시 입학팀장(61)을 인터뷰했다. 그는 고려대에서만 20여 년 간 입시를 맡아왔고, 최근 정년퇴직했다. 그는 “학교에 누가 될까 두렵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검찰이 고려대에서 가져간 서류는 어떤 것인가.
“2010학년도 대입 사정부 정도만 가져갔을 것 같다. 여기엔 지원자 명단, 합격·불합격 표시만 되어 있다.”
 
각 지원자가 1·2단계 전형에서 받은 점수 기록 같은 것은 없나.
“없다. 5년마다 기록이 폐기되기 때문이다. 해마다 입시기록이 쏟아져나오면서 입학처 창고가 터져나간다.”
 
그럼 조국 후보자의 딸과 관련해 기억 나는 게 있나.
“당시 입시에서 고려대엔 입학사정관이 20여 명 있었다. 입학사정관 한 명이 검토하는 서류만 수백 명 분이다. 어떻게 기억할 수 있겠나.”
 
SCI급 학술지 논문을 쓴 고교생이면 기억이 나지 않나.
“조씨가 지원한 전형(세계선도인재전형)은 어학특기자전형이다. 이명박 정부 때 입학사정관전형을 늘리라고 해 특기자전형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확대한 것이다. 어학특기자전형에선 당연히 어학 실력을 본다. 읽고, 쓰고, 말하는 게 원어민 수준인 학생을 뽑는다. 그래서 외고 학생들이 많이 지원했다. SCI 논문을 고교생이 썼다고 대서특필한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억이 나겠는가.”
 
조 후보자 측은 “조씨가 논문 원문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사본이라도 제출하지 않았을까.
“당시 특기자전형에선 부가서류를 10개 정도 낼 수 있었다. 사본을 냈다고 하더라도 당시 입학사정관들은 ‘글을 썼는데 논문 형식으로 썼네’ 정도로 여겼을 것이다.”
 
논문 실적을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렇다.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았다.”
 
입학사정관들도 같은 생각이었나.
“전문적으로 연구만 하는 연구원들도 논문 쓰기가 쉽지 않다는 걸 다 알고 있다. 논문이 결정적인 서류였다면 진위 여부를 따져봤겠지만 ‘논문 써봤구나’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면 전형에서 어떤 게 중요한 건가.
“어학 실력과 학업적 능력을 보여주는 AP(Advanced Placement, 미국 대학협의회에서 만든 고교 심화학습 과정) 같은 기록, 공인된 유엔 모의대회 실적을 더 높게 평가했다. 어학 실력, 학업능력, 그리고 리더십 등이 중요했다.”
 
입학 규정엔 ‘입학 사정을 위해 제출한 전형자료에 중대한 하자가 발견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 입학 취소 처리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조씨의 논문이 취소돼 논문 자체가 없어진다면 입학 취소 사유에 해당하나.
“시간이 많이 지나 판단이 쉽지는 않다. 본인이 제 1저자에 올랐다고 자소서에 기재하고, 중요 논문이라고 설명한 게 아니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명백한 부정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학교는 학생을 보호해줄 수밖에 없다. 대학이 입학을 취소하려면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때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조씨의 자소서를 보면 12가지 스펙이 나온다. 이런 스펙이 더 중요했나.
“조씨가 썼다는 자소서를 보면서 왜 이리 가성비 없는 짓을 했는지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이런 거 해야 한다’ ‘저런 거도 해야 한다’는 소문만 듣고 뛰어들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통지를 받았나.
“그런 요청 없었다.”
 
당시 경쟁률
수시모집 세계선도인재전형을 통해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에 지원한 수험생은 조씨를 포함해 13명(2.6대1). 당시 이 전형에서 가장 경쟁률이 높은 모집단위(전체 18개)는 정경대(13대 1)였고, 환경생태공학부의 경쟁률 순위는 11위였다.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덕분에 조씨는 1단계를 무사 통과했다. 당시 입학 요강에 따르면 1단계에선 모집인원의 3배수 이내를 선발한다고 했는데 5명 모집의 3배수는 15명 이내다. 2단계는 1단계 성적(70%)과 면접(30%)으로 전형했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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