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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책 읽고 인생 반전”

중앙선데이 2019.08.31 00:20 651호 21면 지면보기

책읽는 사람들

지리산 산자락에 사는 작가 강은경씨. 국내 최고 아이슬란드 전문가로 인기가 높다. 오종찬 기자

지리산 산자락에 사는 작가 강은경씨. 국내 최고 아이슬란드 전문가로 인기가 높다. 오종찬 기자

“아이슬란드를 찾아가기 직전까지 내 인생은 최악이었다.”

신춘문예 30년 낙방한 강은경 작가

 
작가 강은경(56)씨는 이렇게 회고했다. 등단 소설가가 되고자 무려 30년 동안 신춘문예에 응모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결혼도 실패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할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다.

 
2015년, 71일간의 아이슬란드 무전여행이 모든 걸 바꾸어 놓았다. 듣던 대로 그곳은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였다. 여행 중 만난 한 현지 할머니에게 울먹이며 실패로만 가득 찬 것 같은 자신의 인생사를 털어놓자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렇게 글 쓰는 게 소원이라며, 평생 신춘문예 도전하며 글만 써왔으니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산 것 아닌가. 결과는 뒷전, 현재에 집중하는 전혀 다른 인생 철학이었다.

 
강씨의 인생 반전 계기가 된 건 한 권의 책이었다. 행복지수가 높은 10개 나라 방문기인 뉴욕타임스 기자 에릭 와이너의 『행복의 지도』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실패가 성공이라는 메인 코스를 위한 애피타이저가 아니라 실패 자체가 메인 코스다.’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사실이었다. 살인적인 물가로 악명 높은 아이슬란드를, 캠핑장에 버려진 먹다 남은 음식이 주식일 정도로 초긴축 여행을 하며 현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캐물었다고 한다. 대략 세 가지로 아이슬란드인들이 실패에 초연할 수 있는 배경이 정리됐다. 쫄딱 망해도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는 잘 짜인 복지 시스템. 하룻밤 새 없던 산이 생길 정도로 왕성한 활화산 등 자연환경(예측과 대비가 불가능한 곳에서는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높은 독서 열기.

 
강씨는 이런 경험을 녹인 여행기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을 2017년 출간했다. 요즘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다. 등단 미련을 후련하게 버렸지만 책을 냈으니 작가 훈장을 얻었고, 아이슬란드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는 강연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당장 9월 1일 청주 고인쇄박물관에서 ‘인생은 실패란 단어를 넘어선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3일간 열리는 ‘2019 대한민국 독서대전’의 ‘작가열전’ 참가자 중 한 명이다. 조정래·박웅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군산의 한 서점은 10월에 ‘30년 등단 실패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달라고 해서 수락했다.

 
강연수입은 펜션 청소 등 알바 노동의 축소를 의미한다. 알바를 절반 정도 줄일 수 있었다. 지난봄부터는 9년째 살고 있는 지리산 실상사 자락 자택을 손봐 게스트 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다. 달 초부터 자신의 일상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은경씨 놀다’를 개설해 에피소드들을 올리고 있다. 구독자는 불과 33명. 8개 에피소드 가운데 최고 인기인 1회 ‘돌방석’의 조회 수가 668회다. 넓적한 화분에 벼 모종 서너 포기를 심는 엉뚱한 모내기를 보여주는 식이다. 이렇게 지내는 강씨는 말한다.

 
“인생에 실패란 없다. 지금 나는 누구보다 잘 먹고 잘살고 있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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