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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부끄러움은 나의 것

중앙선데이 2019.08.31 00:20 651호 31면 지면보기
강홍준 중앙SUNDAY 사회에디터

강홍준 중앙SUNDAY 사회에디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린 해명 글을 따라 읽어가면서 잊힌 줄만 알았던 옛 기억이 피어올랐다. 조 후보자는 여러 차례 “아이 문제에 안이하고 불철저한 아빠였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지켜보면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 됐다. 오히려 안이하고 불철저한 아빠는 나였지, 조 후보는 단연코 아니다. 조 후보자 딸이 고려대를 지원하면서 제출한 자기소개서의 12개 스펙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악착같이 모은 부모의 땀과 노력이 한 줄 한 줄 담겨 있는데 그것만 보더라도 그의 고백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 자녀가 백방으로 인턴을 구하려 하는 데도, 자소서에 담을 문장 한 줄을 쓰는 데도 기여하지 못한 보통의 아빠들에게 부끄러움은 오롯이 그들 자신의 몫이 됐다.
 

자녀 위해 악착같던 7080학번
기득권층 깨는 개혁과제 이뤄야

자녀의 미래를 위해 조 후보자보다 더 악착같았던 7080학번들은 우리 주변 곳곳에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국내 대학교수 가운데 교수 부모가 자기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사례를 조사한 것을 보면 가장 많은 사례가 2009~2014년 발생했다. 교수가 자기 아들딸을 논문에 저자로 넣어 대부분 외국대학에 자녀를 진학시킨 사례들이다. 성균관대 약대 교수였던 어머니(77학번)가 제자들을 동원해 실험을 시키고, 딸의 논문을 만들어준 뒤 서울대 치전원에 합격시켰으나 최근 치전원 입학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 서울대 수의학과 L교수(83학번)도 아들을 자신의 논문의 공저자로 넣어 부정입학 의혹에 휩싸였고, 서울대 화학생명공학부 S교수(83학번)는 아들을 논문 40여 편에 공저자로 넣었다가 사표를 내기도 했다. 조 후보자하고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불법·탈법이 교수 집단에서 벌어졌다. 교수 사회뿐인가. 그렇지 않다.
 
기득권이 된 7080학번의 자녀들이 외고·자사고를 거쳐 세칭 명문대에 진학한 뒤 의전원·로스쿨까지 질주하는 사이, 사다리는 걷어차여 졌다. 2017학년도 이후엔 대입에서 논문실적, 외부 수상실적 등은 모두 평가에서 배제됐다. 강남 사교육 시장에서 대입에 반영되는 ‘소(小)논문’ 쓰기 광풍이 지나간 뒤였다. 수시는 축소되고, 의전원의 상당수는 학부인 의예과 체제로 돌아갔으니 그사이 혜택 볼 사람들은 이미 다 봤다.
 
‘외고·자사고→SKY→의전원·로스쿨’은 한국 사회에서 특권을 이뤄가는 전형적인 루트라는 사실이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조 후보자가 청문회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공고하게 기득권층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기여를 하고 있는 외고·자사고를 다시금 보게 됐다. 스스로 원했든 그렇지 않았든 이들 학교는 특권학교가 됐다. 외고나 자사고의 선발 기능을 더욱 약화해 누구든 들어갈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일부 자사고는 일반 사립고 체제로 전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부모의 네트워크와 노력이 요구되는 대입 수시모집도 이번 기회에 손을 봤으면 한다. 교수들이 품앗이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자녀를 입학시키는 전문대학원 입시 부정은 더욱 파헤쳐야 한다. 조 후보자를 통해 다시금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라는 가치를 돌아보며, 최소한 기관장 등 공직으로 진출하려는 7080학번들에 대해선 자녀 검증을 더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을 기득권층에 편입된 7080학번에게 맡기지 않으면 좋겠다. 검찰 개혁을 하려는 조 후보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특수부 검사들에게 탈탈 털리는 모습을 보면서 누가 기득권층인지 분명히 알게 됐다. 그러니 그들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사람을 찾아 개혁과제를 맡기길 바란다.
 
강홍준 사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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