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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아시아 중거리 미사일 배치까지 가시밭길 전망

중앙일보 2019.08.30 14:14
미국 중거리 미사일 잠정 배치 예상 국가와 사정거리. 그래픽=신재민 기자

미국 중거리 미사일 잠정 배치 예상 국가와 사정거리. 그래픽=신재민 기자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서태평양에 지상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는 미국이 기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미국의 아시아 기지 확충 계획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분석업체 스트랫포도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아시아에서 미사일 기지를 받아들일 나라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SCMP “미국의 아시아 기지 확충 계획 집중 포화”
에스퍼 국방 “아·태 지역에 더 많은 군사기지 확보”
중·러의 채찍·당근 전략에 한국·일본·필리핀 난색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추진에 이미 “좌시하지 않겠다”고 장담한 바 있는 중국은 29일 다시 한번 단호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런궈창(任國强)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월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단호한 반대를 표시했다”며 “중국이 정당한 국가 안보이익을 수호하겠다는 의지와 결심은 확고부동하다”고 밝혔다.  
‘중거리핵전력협정(INF)’에서 정식 탈퇴한 이달 초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아시아 지역에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한 반격이다. 에스퍼 장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28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더 많은 군사 기지를 확보하겠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미 해군 전쟁대학 연설에서 “우리는 핵심적인 위치에 있어야 한다”며 “이는 기지를 확장하고, 과거에 주둔하지 않았던 지역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지난 28일 펜타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로이터=연합]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지난 28일 펜타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로이터=연합]

에스퍼 장관의 발언에 대해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 연구소 연구원은 디펜스뉴스에 내년 국교정상화 25주년을 맞는 베트남과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의 우타파오 왕립해군기지 등을 기지 확충의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했다.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신규 기지를 건설하는 데 회의감을 표시했다. 자오샤오줘(趙小卓) 중국 군사과학원 선임 연구원은 “미국이 밝힌 계획은 초기 단계일 뿐”이라며 “최종 실현까지는 길고 긴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민해방군 대교(대령)는 SCMP에 “일부 국가는 군사적으로 미국과 가까워지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의 서태평양 중거리 미사일 배치가 난관에 직면했다고 분석한 미국의 외교·안보 분석업체 스트랫포의 최신 보고서 [캡쳐=스트랫포]

미국의 서태평양 중거리 미사일 배치가 난관에 직면했다고 분석한 미국의 외교·안보 분석업체 스트랫포의 최신 보고서 [캡쳐=스트랫포]

미국 역시 아시아에 미사일을 배치하기까지 가시밭길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스트랫포는 최근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미사일 배치를 받아들일 나라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웹사이트에 실었다. 이 보고서는 “워싱턴이 괌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동맹국이 미사일 배치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데 어려운 시간을 보낼 것”으로 봤다.  
스트랫포에 따르면 미국은 우선 지상 발사형 BGM-109 토마호크와 같은 타입의 변형모델이나 공대지 재즘-ER(JASSM-ER) 순항미사일을 배치할 전망이다. 
문제는 1600㎞에 불과한 토마호크의 짧은 사정거리다.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미국 영토인 괌은 중국과 거리가 멀고 협소해 중국의 방어에 취약하며 러시아를 겨냥할 수 없는 점도 치명적 약점으로 지적했다.
 
미국이 미사일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아시아·태평양 동맹국 가운데 배치 후보를 찾아야 하며 그 대상으로는 한국과 일본, 필리핀이 유력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채찍과 당근’ 전략에 맞서 미국이 목적을 달성하기까지는 여러 어려움에 직면할 전망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에 대해 지난 6일 “미국 측이 요청하거나 공식 논의한 바 없고, 우리가 자체적으로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국방부가 명확하게 이야기한 사안”이라며 배치 전망을 일축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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