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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에너지는 ‘문화’가 된다

중앙일보 2019.08.30 09:00
사진제공-홍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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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에너지’에 ‘정보’와 ‘문화’가 붙었다. 에너지는 과연 이 둘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그 전에, 전문가 아닌 우리가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취임 1주년, 윤기돈 상임이사와의 만남은 그래서 꼭 필요했다.  
 
우리는 에너지라는 말을 일상에서 꽤나 익숙하게 써왔다. 재생에너지, 태양열에너지, 신재생에너지 등의 단어는 뉴스든 어디에서든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고, 하물며 “너 오늘 에너지가 달려 보인다”라는 식의 일상적 표현으로도 사용하곤 한다. 그렇다면 에너지가 ‘정보문화재단’(이하 재단)이라는 낯선 이름의 ‘기관’이 되었을 때는? 말문 막히고, 머리 복잡해지는 게 사실이다. 기자도 그랬다. ‘대체 뭐하는 곳이지?’
 
사진제공-홍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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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이 지금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 2년 전,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라고 불렸던 과거를 합치면 27년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최근 이곳에서 몇몇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한 일들을 벌이고 있는 주인공은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의 윤기돈 상임이사.  
 
취임 1주년을 맞은 그와 인터뷰를 했다. 그에게 첫 마디를 이렇게 던져봤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뭐하는 덴지 모르는 국민이 대부분일 거다”라고. 윤기돈 상임이사는 사람 좋게 웃으며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는 거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야 돈 내고 쓰면 된다는 생각이지, 실질적으로 그 개념이 뭔지 확 와 닿는 건 아닐 거예요. 에너지 시설에 대한 국민 수용도도 높지 않고요. 또 예전에는 국가가 에너지를 공급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특히 원전(원자력발전소)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이해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었으니까 이전 원자력정보재단은 주요 목적이 해당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일 수밖에 없었죠. 지금 저희 재단은 그걸 넘어서서 국민 전체의 공감대 형성을 가장 중요한 미션으로 여깁니다. 에너지 정책이나 지금의 에너지 트렌드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소개하고, 국민들의 공감 속에서 에너지 정책이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언론과 협업해 전달하고, 시민 참여를 위해 지역 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교육 문화 쪽으로 접근하는 등의 활동들을 통해서 좀더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재단이 추구하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기돈 상임이사는 인터뷰 내내 ‘공감’, ‘협업’, ‘소통’ 같은 단어를 많이 썼다. 정부 정책이나 국가 사업이 성공적이려면 그저 좋은 정책을 내놓는 것, 그것만으로 되지 않는다. 정책이 잘 반영되기 위해서는 각종 부처 간의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하고,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정책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 그것이 실생활을 얼마나 나아지게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취임 1년 동안 윤기돈 상임이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두 가지가 바로 그것이다. ‘국민 공감’, 그것을 위해 시민들과의 ‘눈높이’를 맞춰가는 일. 지난 6월 25일부터 실시한 ‘에너지전환 디자인씽킹 경진대회’도 바로 그 일환이다. 전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에너지 공모전이다.
 
“우선 ‘에너지 전환’이라는 말도 익숙하지 않으실 텐데요. 간단히 말하면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에너지원을 선택하고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그래서 소비자들은 그 에너지원을 어떻게 쓸 것인가. 에너지 생산부터 유통, 소비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이건 결코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과정이 아니에요. 그 가운데 다양한 도전 과제들이 있고, 이 과제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이 바로 공감에서부터 나온다는 거죠. 이러한 에너지 전환 과정이 왜 필요한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야 방향성을 찾을 테니까요. 시민들의 참여가 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디자인씽킹’이라는 걸 제안했어요.”
 
디자인씽킹이라는 말의 의미부터 짚고 가자. 이는 1950년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나온 개념으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즉 올바른 질문을 통해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과정” 그 자체를 말한다. 윤기돈 상임이사는 “시작은 당사자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부터”라고 설명했다. 정책 수립부터 집행 과정에서 쉽게 놓치는 게 이것이다. 국민들이 과연 지금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국민 공감 없이 만들어지는 정책들이 얼마나 많은 실패들을 낳아왔는지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윤기돈 상임이사는 이것부터 돌파해나가고자 했다.
 
“전반의 에너지 정보들을 어떻게 갖고 갈 것인가, 재단의 생각도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에너지를 사용하는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시민의 눈높이에서 재해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기획했던 것이 디자인 씽킹 공모전이었던 거고. 현재 14팀 정도가 함께하고 있어요. 고등학생부터 50~60대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계시는데, 정말 다양한 생각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울산 고등학생들이 가져온 주제가 ‘버려지는 에너지’에 관한 것이었는데, 우리가 실제로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잖아요.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버려지는지, 그 에너지원들을 실제 어떻게 재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들이었죠. 이번 기회를 통해서 에너지에 대해 평소 시민들이 가진 생각을 발굴하고, 실제로 뭔가 해보려는 분들이 있구나, 발견했다는 것이 저희에겐 큰 의미였습니다. 올해를 첫 회로 해마다 이런 과정이 누적되면 시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과정까지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돼요. 그것들이 실제 에너지 정책으로서 피드백 될 수 있으면 성공적이겠죠.”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 그것은 실제 참여를 통해 가능해진다. 참여하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은 문제 인식으로, 나아가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재단은 ‘멘토링’을 함께 진행했다. 내가 바라보는 문제가 과연 문제가 맞는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문제가 달라지지는 않는지, 한발짝 떨어져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이 가운데서 개인은 시야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에너지도 무한정으로 쓸 수는 없다는 사실이에요. 우리가 계속 에너지 사용을 늘려가면서 에너지원들을 깨끗하게 채우겠다는 건 탐욕이고 욕심이죠. 사실 에너지는 내가 돈을 지불해서 사용하는 것인데, 나는 그동안 적정한 돈을 지불해온 것인지, 그것부터 생각해봐야 합니다. 왜냐면 지금 우리가 에너지 사용에 적정한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그 돈이 미래에 부채처럼 쌓여 불어나기 때문이죠. 우리가 하는 일이 이런 부분들까지 다 종합해서 최적화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면 좋겠어요. 무엇이 정답인지를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맞는 정답이 무엇이고, 그 답을 얻기 위해 어떤 단계를 밟아갈 것인지를 우리 모두가 좀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주면 좋지 않을까요? 그 과정 속에서 재단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거죠.”
 
그렇다면 에너지는 사회에 구체적으로 어떤 공헌을 할까. 그 질문은 다시 ‘생존’이라는 본질로 돌아갔다. 우리에게 직접 와 닿는 정보란 과연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정확한 수치나 구체적 통계 같은 것일 테지만, 그 수치가 진정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근본’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라든가 전 세계가 맞닥뜨린 기후변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인류가 시작해서 지금까지 에너지가 없었다면 문명 자체가 발전할 수 없었겠죠. 지금까지 에너지가 문명을 발전시키는 ‘보조제’였다면, 앞으로의 에너지는 문명이 지속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리딩’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이전까지 에너지는 무한정한 것으로서 문명 발달에 기여하는 역할로도 충분했지만, 지금부터는 어떻게 하면 인류가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서 지금까지와 같은 에너지를 공급할 것인가가 당면 과제인 거죠. 이건 에너지 중심으로 사고하고,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에너지 문제는 전 세계가 연결돼 있습니다. 세계의 거대 시스템이 변했을 때 한국이라는 곳, 그 안의 우리에게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는 좀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거죠.”
 
곁에 있어서 중요성을 쉽게 간과하는 것. 넘쳐난다고 여기기 때문에 소중함을 모르는 것. 그게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이기심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스스로 그 이기심을 거슬러야 할 때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이 실제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라. 에너지를 둘러싼 각종 가짜뉴스들, 악의적으로 왜곡, 오도되는 정보들을 세심한 눈으로 가려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디에선가 태양광이 중금속 덩어리라고 말할 때 “우리나라에서 생산, 유통되는 태양광에서 중금속이 발견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로써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태양광 청소를 할 때 악성 세제를 사용해서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오보는 터무니 없는 거짓임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개개인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에너지는 ‘문화’가 된다.
 
사진제공-홍용표.

사진제공-홍용표.

“다양한 차이를 가진 시각들이 모든 사회에는 존재하죠. 저는 이러한 차이들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차이로 인해 더 나은 해답을 찾는 과정이 되기를 바라요. 그러기 위해서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는 것이고, 재단이 그러한 신뢰를 쌓아가는데 기여할 수 있는 기관이 됐으면 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해왔던 에너지 시스템의 부정적인 영향이 지금에서 훨씬 더 가시화 되고 있어요. 미세먼지든 기후변화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문제를 사회가 크게 요동치지 않으면서 해결할 수 있을지, 그 과정 속에 우리가 서 있는 거죠. ‘이게 바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라는 공감이 있어야 첫발을 잘 내딛을 수가 있는 것이고요. 뭐든지 명확하게 선과 악으로 나뉘는 건 없잖아요. 선악의 대결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들을 서로 존중하면서 그것이 상호보완할 수 있다면, 시너지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 재단도 내부적으로 꾸준히 질문하면서 함께 답을 찾아나가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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