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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칙에 두발·복장 규정' 폐지…학교서 용모 규제 사라질 듯

중앙일보 2019.08.30 06:00
지난 5월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 관계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더불어민주당 당론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 관계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더불어민주당 당론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교육부가 두발·복장, 소지품 검사와 휴대전화 사용 규정을 학교 규칙에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개정을 예고했다. 이를 두고 일선 교장들과 한국교총 등은 복장·두발 제한을 금지하는 학생인권조례를 학교에 강제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예고
MB 때 인권조례 맞서 학칙 기재 의무화
교육부·교육감 합의로 근거 조항 삭제키로
교총 "학교 자치 훼손, 교육감 입김 커져"

30일 교육부가 입법 예고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현행 학교가 학칙에 기재해야 할 사항에서 '두발·복장 등 용모, 교육 목적상 필요한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사용'을 삭제하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 4월 교육부와 교육감들이 제4차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합의한 사안이다. 현재는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해당 사항을 학칙으로 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삭제 이유로 "해당 조항에 예시로 나열된 두발·복장 등 용모, 소지품 검사 등을 학칙에 기재해야만 하는 것으로 오인돼 교육현장에서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개정이 학교 내 소지품 검사, 전자기기 소지, 두발 제한 등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며 "학교 여건에 따라 학교의 교육활동 및 학생 안전을 위한 생활지도 방식을 학칙으로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의 해석은 다르다. 시행령 개정으로 일선 학교의 학칙에 대한 교육감의 통제가 강화되고, 서울·경기도 등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시도에선 두발·복장 규제가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해석은 '학칙 기재 의무화'가 도입된 2012년 상황과 관련 깊다. 이 규정은 2012년 학생인권조례를 두고 진보교육감들과 갈등을 빚던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했다. 당시 '학칙 의무 기재'가 명문화되면서 서울·광주·경기 학생인권조례 중 학칙으로 일체의 생활규칙을 정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은 상위법령인 시행령에 위반되어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
 
지난 5월 '나쁜 학생인권조례 제정반대 경남도민 연합'이 경남 창원시 경남도의회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나쁜 학생인권조례 제정반대 경남도민 연합'이 경남 창원시 경남도의회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학칙 의무 기재'가 사라지면 각 학교의 학칙이 조례에 의해 규제된다. 진보교육감들이 제정을 주도한 인권조례엔 학교의 생활지도에 대한 규제가 들어있다. 서울·광주는 '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복장, 두발 등 용모에 대해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학교 규정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휴대전화와 소지품 검사는 '소지 및 사용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일괄 검사를 할 수 없다'는 등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교육부는 두발 제한 등을 전면 금지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인사권을 쥔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준수하라고 한다면 어떤 교장이 버틸 수 있겠냐. 사실상 교육감의 권한만 강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장은 "이제 상위법령이 사라졌으니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지 않았던 시도도 인권조례 제정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서울, 경기, 전북, 광주에 제정되어 있다. 최근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했으나 도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보수 성향인 한국교총도 반대 입장이다. 김동석 정책본부장은 "현재 학교가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구성원 간 논의를 거쳐 학칙을 정해 학교자치를 구현하고 있었는데, 법적 근거를 없애 시도별로 제각각인 학생인권조례로 규제하는 건 학교자치에 반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한 생활지도 학칙을 무력화하는 것은 학교 현장을 더 큰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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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위원 사전 투표 방식으로 기존 가정통신문에 의한 회신, 우편투표 외에 전자투표를 추가했다. 학부모가 편리하게 투표에 참여하고 학교운영위원의 대표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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