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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미국 회사 다니는 중국인, 그가 보는 中 기업은?

중앙일보 2019.08.29 17:08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지 벌써 1년, '저녁이 있는 삶'을 실감하는 직장인들이 확실히 늘어났다. 지난달 국내 한 구인·구직 사이트와 숙박 예약 서비스 업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 직장인의 40%가 정시에 퇴근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여가 생활을 즐긴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달 전, 중국에서는 저녁이 '없는' 삶을 '행운'으로 표현한 마윈의 발언이 중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996을 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행운이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그의 이야기는 중국 네티즌 사이에 찬반 논란을 일으켰다. 996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간 일하는 근무 환경을 말한다.
 
한국살이 11년째를 맞는 중국인 구뢰씨는 이에 대해 "한국이 산업적 도약을 이루던 70년대 상황을 떠올려달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직장인, 특히 IT 기업인들 가운데는 해내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뭐라도 해내고 싶은 열정으로 기꺼이 야근을 청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출처 차이나랩]

[출처 차이나랩]

한국에 살며 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중국인. 이 독특한 이력의 주인공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중국인이 한국에서 미국 회사에 다니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보냈는데, 그때 이베이코리아가 중국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단계여서 아르바이트로 업무에 참여하게 됐고 졸업 후 정식으로 입사하게 됐다. 사실 이베이코리아는 글로벌 기업보다는 보통의 한국 기업과 유사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옥션과 지마켓 출신도 많고 독자적인 서비스도 많이 전개한다. 미국 본사를 제외하고 지난해 기준으로 가장 높은 매출을 내고 있는데, 본사나 다른 해외 지사에서는 시도하지 못했던 큐레이션·배송·페이 서비스도 하고 있다. 지금 지마켓이 한국과 중국 간 전자상거래 플랫폼(역직구)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건 이베이 본사가 중국에 진출했다기보다 이베이코리아가 본사와 협의하에 중국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중국인들이 한국 제품에 먼저 관심을 보이면서 시작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중화권,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이베이는 알리바바에 밀려 후퇴하지 않았나 
초창기 시행착오를 겪기는 했지만, 이베이차이나도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B2C 사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는 한국 소비자와 무척 다르다. 한국에서는 단기 계획, 중기 계획 등 시기별 사업 전략을 세울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그런 계획을 준비해도 소용이 없다. 너무나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중국에 특화된 비즈니스 감각이 필요하다.
 
최근 중국 산업계는 한국이 70년대 산업적인 도약을 이루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중국의 직장인, 특히 IT 기업에서 일하는 이들은 '워라밸(일과 개인 시간의 균형)'에 대해서 개의치 않는 것 같다. 해내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뭐라도 해내고 싶은 열정으로 버티며 일한다. 실제로 성과를 내면 50~60개월 치 월급을 한 번에 받기도 한다.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출처 차이나랩]

[출처 차이나랩]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위 말하는 '대륙의 실수' 제품도 늘었다 
이제 중국 직구는 대세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삼성전자, LG전자를 제외한 중소기업들은 중국 공장에 생산을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중국에서도 마음먹고 만들면 비슷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건데, 중국에서 만든 제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 최근 중국 직구 현황을 보면 소형가전이나 계절가전 분야에서 중국 제품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제품을 위탁 생산했던 중국 기업 가운데는 이제 위탁 생산 대신 독자적으로 제품을 생산해 판매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시장의 변화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해외 직구의 가장 큰 어려움은 뭘까 
중국 직구의 경우 '믿고 사도 될까' '사서 쓰다가 고장 나면 AS는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직구 소비자를 겨냥한 업체들은 '한국의 트렌드를 잘 따라가고 있나'하는 고민을 하기도 한다. 해외 직구는 유통의 보조적 역할을 한다. 국내 유통 제품이 있고 수입해서 유통하는 제품이 있는데 해외 직구는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개별적으로 사 오는 거지 않나. 해외 직구를 하는 이유는 가격이 더 싸거나, 아직 제품이 한국에 정식 출시가 안 됐거나, 한국에서 인기가 많아서 재고가 없거나 하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차이슨'의 경우 다이슨이 인기를 얻으면서 대체재로 중국 제품을 선택하면서 덩달아 유행하게 됐는데 그 트렌드를 먼저 캐치하고 공급망을 확보해 자신들을 '차이슨'으로 인식시키는 것이 어렵다.  
 
[출처 차이나랩]

[출처 차이나랩]

원래 이렇게 한국말을 잘했나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밖에 못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한국에 처음 왔고 어학당에서 집중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했다. 학과의 첫 외국인 학생이었는데 공대 특성상 프로젝트 수업이 많았고 한국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도 첫 중국인 직원이었는데 문화적 차이를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한국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말 그대로 '제2의 고향'이다. 19살에 한국에 와서 20대를 다 보냈고,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점점 성숙해가고 있지만 많은 갈등과 여러 이슈가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 과정 중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차이나랩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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