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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세수 줄었다…'예산안'으로 확인된 '세수 비상'

중앙일보 2019.08.29 09:00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은 27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2020 예산안' 상세 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은 27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2020 예산안' 상세 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세무당국 징세담당관은 요즘 반도체 수출 실적에 관심이 많다. 반도체 산업 담당자는 아니지만, 이 실적이 국가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한 곳이 낸 법인세만 11조5800억원으로 전체 국세의 3.9%에 달했다. 문제는 올해 들어 반도체 기업 실적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개인투자자가 투자종목 주가를 확인하는 것처럼 반도체 수출 실적에 촉각을 기울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세수입 0.9% 감소…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줄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 침체로 내년도 세수 빨간 불이 켜진 건 '2020년 예산안'에서도 확인된다. 경기 부진 대응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 '슈퍼예산(513조5000억원)'이 편성됐지만, 당장 예산에 활용할 세수는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29일 발표한 '2020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국세수입은 292조원으로 올해보다 2조8000억원(0.9%) 줄어들 전망이다. 전년대비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본예산 기준으로 국세수입이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최근 경기가 부진하다는 의미다. 
2020년도 정부 예산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020년도 정부 예산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반도체 업황 부진 등으로 세수 둔화" 

국세수입을 포함한 2020년 총수입은 482조원으로 513조5000억원 규모 총지출 예산보다 더 적다. 나라 곳간에서 나가는 돈이 들어오는 돈을 초과하는 상황은 2015년 이후 또다시 맞게 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부진 등에 따른 세수 둔화로 내년도 총수입은 올해보다 1.2%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 9.3%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국민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조세부담률도 올해 19.6%에서 2020년에는 19.2%로 떨어질 전망이다. 조세부담률은 2023년까지 19%대로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세목별 증감률.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주요 세목별 증감률.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정부는 낙관…그러나 경제 성장 부진하면 재정적자 심화 우려 

정부는 그러나 2021년부터는 국세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편다. 2021년 이후 세계 경제 회복과 혁신성장 정책 노력 등으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면 2019년~2023년 연평균 국세수입이 3.4%씩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 관측대로 경기가 흘러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장기 전망' 보고서에서 "2010년대 생산성 추계가 지속되면 2020년대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대 후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중장기적인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 세수는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 세수 감소 국면에서 경기 부진에 대응하려고 매년 '슈퍼 예산'을 편성하다 보면, 재정적자만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세수 정체로…올해·내년 국세감면율도 법정한도 초과" 

정부가 세금을 얼마나 감면했는지를 보여주는 국세감면율(국세감면액/국세수입)도 올해 14.5%로 법정한도(13.6%)를 0.9%포인트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도에는 감면율이 15.1%로 올라 한도 초과 비율이 1.1%포인트로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재면 기재부 조세특례제도과장은 "올해에는 소득 양극화, 청년 고용난에 대응하기 위한 근로장려금·고용지원세제 확대 등으로 감면액이 늘었다"며 "내년에는 국세감면 증가 규모는 크지 않지만, 경기둔화로 국세수입이 정체되는 데 따라 감면율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감면액과 국세감면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세감면액과 국세감면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슈퍼예산 공표했지만, 세금 내야 할 기업 실적은 부진" 

정부는 '슈퍼예산'을 공표했지만, 정작 세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들의 실적은 변변치 않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코스피 상장사 574개사(금융업 등을 뺀 12월 결산법인)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은 55조581억원으로 37.1%, 당기순이익은 37조4879억원으로 42.9% 감소했다.
 
재계는 세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법인세를 더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가계 소득은 늘어난 반면, 기업 소득이 35조4000억원 줄어든 것은 법인세 증가 때문이란 것이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연구위원은 "국세수입 중 법인세 비중은 2010년 21%에서 2018년 24.1%로 상승했다"며 "경쟁국보다 법인세율이 높아지면 기업 투자 여력이 줄기 때문에, 법인세율을 유연하게 설계해야 경제 활성화와 세수 모두 선순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제완화로 성장 도모해야 세수 확보에도 도움" 

전문가들은 확장 재정 정책에만 기대기보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로 성장을 도모해야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을 배척하기보다는 규제 완화로 전체 기업의 사업 기회를 넓히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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