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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장학금 안 갚아도 된다고? 깜짝 놀란 일본인 학부모

중앙일보 2019.08.29 07:00

[더,오래] 양은심의 도쿄에서 맨땅에 헤딩(28)

장학금. 한국에서는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의 뜻으로 사용되지만, 일본에서는 갚지 않아도 되는 '급부형'과 졸업 후에 상환하는 조건인 '대여형'으로 구분된다.

장학금. 한국에서는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의 뜻으로 사용되지만, 일본에서는 갚지 않아도 되는 '급부형'과 졸업 후에 상환하는 조건인 '대여형'으로 구분된다.

 
통역번역 일을 하다 보면 같은 한자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에서의 쓰임이 다를 때가 종종 있다. ‘장학금’이라는 단어도 그렇다. 한국에서는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갚지 않아도 되는 ‘급부형’과 졸업 후에 상환하는 조건인 ‘대여형’으로 구분된다. 일본학생지원기구에서 시행한다. ‘급부형’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위한 것으로 보호자의 수입 기준이 있다. ‘대여형’은 이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뉜다.
 

졸업 후 갚아야 하는 일본의 장학금

 
2020년 4월부터는 경제적인 이유로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을 돕기 위해 ‘급부장학금’의 폭이 늘어난다. 보호자의 수입 기준을 통과하면 성적을 불문하고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물론 각 대학에는 성적우수자를 위한 장학금도 많다. 성적에 따라 학비 전액 면제, 반액 면제, 입학금 면제 등 다양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이 글에서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성적우수자가 아닌 경우 장기적으로 받는 ‘대여형 장학금’ 즉 한국에서 말하는 ‘학자금 대출’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면 무난하다.
 
아이의 학비를 낼 때마다 장학금에 대한 오해에서 생긴 일화를 떠올리게 된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는 당연히 장학금은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라고 이해를 하고 있었다. 번역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큰애가 중학생이었을 때였다. 대학생을 둔 엄마로부터 “큰애는 장학금으로 대학을 다녀 힘들 게 없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 아이의 성적이 좋아서 장학금을 받은 것으로 착각하고 “대단하네요!”라고 놀라며 부러워했다. 그 엄마는 무엇이 대단한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껌벅였다. 하지만 나는 그 표정을 내가 너무 호들갑을 떨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넘겼다.  
 
일본에서 보통 말하는 장학금은 한국의 '학자금 대출'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대학 졸업 후 10~20년에 걸쳐 갚아나가게 된다. [사진 pixabay]

일본에서 보통 말하는 장학금은 한국의 '학자금 대출'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대학 졸업 후 10~20년에 걸쳐 갚아나가게 된다. [사진 pixabay]

 
그 후 장학금에 대해 서너 번 듣고 난 후, 나는 그 실체를 알게 됐다. 일본에서 장학금이라고 하는 것은 한국의 ‘학자금 대출’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것을. 대학 졸업 후 10년~20년에 걸쳐서 갚아 간다는 것을. 그때처럼 ‘장학금’이라는 말에 대해 실망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애들도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이면 학비 청구서가 날아든다. 나 자신은 스스로 벌면서 야간대학을 나왔지만, 대학까지는 부모가 책임진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라서인지 내 아이들에게 ‘장학금’으로 대학을 가게 하겠다는 생각은 못 하고 있었다. 적금을 깨면서도 말이다.
 
그러나 큰애가 대학에 들어간 후 생각이 바뀌었다. 둘째의 대학 입시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아이의 학비를 감당하기가 버거울 것이고, 만에 하나 나와 남편이 실직하였을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어느 자영업자의 이야기였다. 사업이 순조롭기는 하나 만에 하나 파산했을 때에 대비해 자식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는 ‘대여형 장학금’을 신청하여 학비에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순탄히 사업을 하는 사람도 학비를 빌려?’ 그 당시 나는 두 아이의 학자금 마련에 대비해 머리를 굴려대고 있었다.
 
큰애는 대학 2학년 2학기부터 ‘장학금’을 받기 시작했다. ‘대여형 장학금’으로 학비 전액을 충당하고 있다. 신청이 통과되었을 때의 안도와 해방감은 생각했던 이상의 것이었다.
 
큰애는 장학금 설명회 담당자의 말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고 한다. “돈을 빌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부모가 아니고 여러분 자신입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들으시기 바랍니다.” 이 말에 대충 들으려던 생각이 싹 달아났다고 한다. 아들은 학비를 내고 조금 남는 돈도 허술히 쓰지 않는다. 액정이 깨진 스마트폰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오랫동안 들고 다녔다.
 

장학금 상환 주체는 학생

이공계열은 인문계열보다 학비가 비싸다는 것이 걸렸다. 큰 애가 졸업하면 부담이 줄어들 것이니 둘째에게 학비는 내줄테니 장학금으로 한달 간의 생활비를 충당하라고 했다. [중앙포토]

이공계열은 인문계열보다 학비가 비싸다는 것이 걸렸다. 큰 애가 졸업하면 부담이 줄어들 것이니 둘째에게 학비는 내줄테니 장학금으로 한달 간의 생활비를 충당하라고 했다. [중앙포토]

 
다음은 둘째가 문제였다. 이공계열은 인문계열보다 학비가 비싸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전액을 빌리면 나중에 갚아 나가기가 힘들다. 큰애가 졸업하면 걱정이 줄어들 것이므로 학비는 부담해 줄 터이니, 이자 없는 장학금으로 한 달 동안의 생활비를 충당하라고 했다.
 
이때 아들은 “우리 집이 그렇게 어려워?”라고 조금 귀찮아하는 표정이었다. 아들에게 설명했다. 몇 년 전처럼 엄마 일이 떨어지면 생활이 힘들어진다. 그렇게 되었을 때 학업을 포기하지 않기 위한 대책이라고.
 
입시 공부도 바쁜데 서류 작성으로 신경 쓰게 하는 것이 미안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신청서류는 본인이 작성해야 한다. 부모가 하는 일은 소득 증명서를 떼어다 주는 일 정도였다. 아이들에게는 “지방에서 올라와서 자취한다고 생각해라”라고 말하고 있다.
 
고3이 되면 학교를 통해 일본학생지원기구에서 장학금 신청서류가 배부된다. 학교에서 배부하지 않으면 기구에 연락해 서류를 받으면 된다. 어느 날, 한국의 사이버대학에 다니는 일본인 지인으로부터 한국의 ‘장학금’에 대해 놀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일본의 장학금 시스템에 놀랐다고 말하자 지인 또한 한국의 시스템에 놀랐다는 것이다.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는 연락이 왔는데 안 갚아도 된다는 것에 어리둥절했다는 것이다.  
 
같은 한자를 쓰는 ‘장학금’이란 말 하나도 나라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서로 다른 말을 쓰는 나라끼리는 얼마나 많은 오해를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상대방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통역과 번역의 중요성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양은심 한일자막번역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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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심 양은심 한일자막번역가·작가 필진

[양은심의 도쿄에서 맨땅에 헤딩] 일본인과 결혼해 도쿄에 살림을 꾸린지 약 25년. 일본으로의 이주는 성공적이라고 자부한다. 한일자막 번역가이자 작가이며,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다. ‘한일 양국의 풀뿌리 외교관’이라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한국보다도 더 비빌 언덕이 없는 일본에서 그 사회에 젖어 들고, 내 터전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연재한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과 같은 이야기가 독자의 삶에 힌트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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