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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한국의 반격 말고 또 있다…아베 괴롭히는 아킬레스건 셋

중앙일보 2019.08.29 00:05 종합 14면 지면보기
아베 신조.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올 가을은 험악한 계절이 될 것 같다. 악화일로에 이른 한일 관계말고도 아베를 짓누르는 현안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중 경제전쟁과 중국의 경기둔화, 세계경제의 침체 등 해외 요인과 함께 미국과의 무역협상, 오는 10월 예정된 소비세 인상이 그것이다. 아베 정권은 현행 8%인 소비세를 10%로 올릴 예정이다.
 

미·중 무역전쟁에 엔화가치 상승
가격 경쟁력 떨어져 수출 직격탄
미국 농산물 수입 늘리는 협상
농민 유권자 걸려 정치적 부담
10월 소비세 인상도 경기 악재

일본 정부는 올해 초만 해도 고용과 소득 개선이 이어지며 내수 중심으로 경기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외 요인이 겹치며 수출과 내수가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베의 견고한 지지율을 뒷받침했던 아베노믹스가 좌초 위기를 맞은 셈이다.
 
아베에게 가장 큰 직격탄은 미중 무역전쟁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일본 경제는 유탄을 맞았다. 그 여파로 환율이 요동치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한 것이 일본에 가장 큰 부담이다. 일본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니 수출이 감소하고 기업 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출이 줄면 아베노믹스도 흔들리게 된다. 아베 정권이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아베노믹스 이후 한때 달러당 125엔대까지 떨어졌던 엔화값은 최근 달러당 105엔대를 오르내릴 정도로 강세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의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5월 21일 중국경제의 감속과 일본의 수출·생산 감소 등을 반영해 올해 일본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0.7%로 하향 조정했다.
  
OECD, 올 일본 경제성장률 0.7%로 하향
 
일본이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하기 하루 전인 지난 27일 도쿄 총리 공관 앞에서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하기 하루 전인 지난 27일 도쿄 총리 공관 앞에서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경제를 시름에 빠지게 한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는 미중 무역전쟁은 해소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에서 양국은 4차례 강펀치를 주고받았다. 무역마찰 제4탄에 접어들기까지 불과 1년 1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2018년 7월과 8월 이후 각각 상대국에서 들여온 수입품 340억 달러와 160억 달러 등 500억 달러에 25%의 추가관세를 상호 부과하고 있다. 미국이 추가관세를 부과하면 다음날부터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에는 5월 초 11차 고위급 협상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자 트럼프는 2000억 달러의 중국 상품에 대해 관세율을 25%로 올렸다. 그러자 중국은 사흘 뒤 600억 달러의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10%~25%로 인상했다.
 
미국 수입품의 관세처리 절차나 무역금융 면허 발부 과정에서 시간을 질질 끄는 방식의 중국의 비무역 장벽에 맞서, 트럼프가 9월부터 3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의 제재 관세를 물리기로 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 제4탄에 해당한다.
 
8월 5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함으로써 미중 무역전쟁은 관세를 넘어 환율 분야로까지 확전 일로다. 미국이 특정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것은 중국은 물론 일본에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갈 데 없는 국제자금이 비교적 안정적인 엔화로 몰리면서 엔화 가치가 올라 수출에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소비세율 인상 “반대” 51% “찬성” 43%
 
한 일본 시민이 지난 27일 도쿄에서 한 증권사의 일본 ‘닛케이 225지수’가 표시된 전자 주식판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한 일본 시민이 지난 27일 도쿄에서 한 증권사의 일본 ‘닛케이 225지수’가 표시된 전자 주식판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경제에 영향을 끼칠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일본이 미국과 추진하고 있는 무역협상이다. 아베 총리를 짓누르는 경제현안이다. 사실상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하는 미일 무역협상은 9월 합의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8월 24~26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일 무역협상의 기본적인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요미우리 신문은 양국이 9월 합의를 목표로 실무자 레벨에 이어 각료급 협의를 잇따라 열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일 무역협상이 쉬울지는 가봐야 안다. 협의의 핵심이 민감하기 이를 데 없는 농산물과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양국 간 경쟁력 차이가 가장 큰 분야가 농업 분야다. 미국은 쇠고기 등의 수출 확대를 노리고 협상 과정에서 일본을 압박해 최대한 양보를 이끌어 낸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일본은 농가 보호를 위해 최대한 쇠고기 시장 개방을 늦추거나 줄인다는 방침이다.
 
여기엔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농촌 지역 유권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협상을 마치는 것과 국내 농민들의 이해를 얻어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아베 총리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아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26일 끝난 G7 회담에 이어 9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오는 10월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인상하려는 일본 정부 방침에 대해 일본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아베 총리에겐 큰 골칫거리다. 일본의 경제지표가 취약한 상태에서 소비세 인상이 일본 경제침체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소비세율 인상에 대해 반대가 51.3%, 찬성 의견은 43.3%로 나타났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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